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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가 교도소에 간 까닭
2010년 03월 22일(월) 00:00
유능한 은행 간부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슨 분)은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듀프레인은 막장 인생들만 모인 그곳에서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당한다. 은행에서 일한 전력 덕분에 간수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매년 교도소 소장과 간수들의 탈세를 도와준 대가로 교도소 안에 도서관을 꾸밀 자금을 지원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교도소에 전달된 책과 물품 더미에서 한 장의 LP판을 발견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다. 방송실 문을 걸어잠근 그는 ‘피가로의 결혼’ 중 3막 ‘편지의 이중창’을 모든 죄수들이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 볼룸을 높인다.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여성목소리의 이중창이 울려 퍼지자 교도소는 순간 ‘자유세상’으로 변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운동장에 모여 있던 죄수들은 서정적인 선율에 넋을 잃었다. 온갖 욕설과 억압, 폭력에 찌들린 이들의 얼굴엔 영혼의 자유와 기쁨이 넘쳐 흘렀다. 교도소 마당에 있었던 레드(모건 프리먼 분)는 이렇게 독백한다. “나는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 아름다운 새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교도소 벽이 무너지는 듯한 자유로움을 느꼈다.”

‘편지의 이중창’은 알마비바 백작이 귀족이 먼저 첫날밤을 치를 수 있는 ‘초야권’을 내세우며 피가로와 결혼을 앞둔 하녀 수잔나를 괴롭히자, 수잔나와 백작 부인이 그를 골탕먹이기 위해 거짓편지를 쓰는 내용이다. 듀프레인은 하녀와 여성이 손잡고 남성귀족에게 복수한다는 줄거리가 마음에 들었다. 약자인 수감자가 강자인 교도관을 조롱하고 언젠가 멋지게 탈출하리라는 뜻에서 이 곡을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이다.

듀프레인에게 보기 좋게 한방 먹은 교도관들은 곤봉으로 방송실 문을 깨뜨린 후에야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중단시킬 수 있었다. 그 대가로 듀프레인은 2주간 불빛 하나 없는 독방에서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풀려난 그에게 한 죄수가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음악을 들었다”고 답한다. ‘어떻게?”라고 재차 묻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음악은 이미 내 머리와 가슴에 들어있기 때문에 남이 빼앗지도 건드릴 수도 없어.”

1995년 제작된 영화 ‘쇼생크 탈출’의 줄거리다. 음악이 주는 위로와 감동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회자된다. 특히 듀프레인이 오페라 아리아를 교도소에 틀어주는 씬은 명장면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교도소는 문화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음악회’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찾아가는 연주회의 단골레퍼토리다. 광주에서도 지난해 5월 광주시향이 오케스트라로서는 처음으로 광주교도소에서 음악회를 열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광주시향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지난해에 이어 지난 18일 순천교도소와 19일 광주교도소에서 잇따라 열렸다. 이번 공연이 한때의 잘못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재소자들에게 성찰과 희망의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쇼생크의 벽을 ‘무너뜨린 건’ 모차르트의 아리아였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