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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삼복서점과 북룸
2008년 06월 15일(일) 18:40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핼리팩스는 인구 36만명의 항만도시다. 농업과 어업이 발달한 이 도시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항구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핼리팩스가 유명한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169년 전통의 고서점 ‘북룸(Book Room)’ 때문이다.
지난 1839년 문을 연 북룸은 핼리팩스 시민들의 정신을 살찌우는 ‘지혜의 보물창고’로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70∼80년대에는 지역민은 물론 멀리 벤쿠버, 몬트리올 등지에서 찾아오는 외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북룸이 문화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로컬 프렌들리(local friendly)’ 덕분이었다. 정기적으로 지역작가들을 초청해 독자들과의 자리를 주선했으며, 대도시에 비해 문화향유기회가 적은 지역민들을 위해 다양한 강좌를 마련했다. 항구도시 핼리팩스는 ‘북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캐나다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이름을 떨쳤다.
그런데 지난달 핼리팩스가 또 한번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다름 아닌 북룸의 폐업 때문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에도 견뎌냈지만 대형 서점의 공세와 소비자들의 달라진 구매패턴에 두손을 들고 말았다.
특히 독자들의 온라인 구매는 결정타였다. 서점측에 따르면 아파트 1층에 북룸이 영업중이지만 2층에 사는 주민들은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했다. 아파트에서 걸어 내려와 2분이면 서가에서 원하는 책을 집어들 수 있는 데도 5일이 지나서야 책이 배달되는 온라인 주문을 선호했다. 서가에서 책을 직접 골라보는 여유 보다는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실리주의를 선택한 것이다.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서점의 홈페이지에는 전 세계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수많은 글들이 이어졌다. 18년째 단골이라는 한 고객은 “ 이 조그맣고 친근한 동네 서점에서 누려온 ‘특별한 기쁨’을 잃게 돼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이곳을 통해 유명작가가 된 앨런 린치는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가족 중 누군가가 사라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고 아쉬워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광주의 삼복서점 본점이 이달 말 폐업하기로 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996년 충장로의 터줏대감인 ‘나라서적’이 문을 닫은지 12년 만에 또 하나의 토종서점을 잃게 된 것이다. 대형서점의 공세와 온라인 구매 증가로 인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이 핼리팩스의 ‘북룸’를 연상케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서점 폐업이 빅 뉴스는 아닐지 모르지만 삼복서점 폐업은 광주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랜 세월 시민들과 동고동락해온 ‘가족’이자, 문화수도 광주를 지탱해온 또 하나의 랜드마크였기 때문이다. ‘실리’에 집착한 나머지 서점에 들러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느끼는 삶의 여유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박진현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