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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군인의 식사 |2021. 05.14

군량미, 즉 병사에 대한 급식 문제는 사극(史劇)이나 전쟁영화 등에 곧잘 나오곤 한다. 장기전에서 적군의 보급로를 차단해 고사시킨다거나 군율을 세우기 위해 군량미를 빼돌린 병사를 참수하는 등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끈다. 기록상으로도 고대든 중세든 군량미를 빼돌린 죄는 중대범죄에 해당해 거의 참형에 처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삼국지에도 조조가 군량미…

개혁의 조건 |2021. 05.13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들은 제각기 여건에 따라 임기를 달리 정한다. 스위스 같은 곳은 1년이며, 미국은 4년으로 재선이 가능하지만 3선은 할 수 없다. 7년이었던 프랑스는 지난 2000년 국민투표를 거쳐 5년으로 줄였는데, 러시아는 오히려 2008년 같은 방법으로 4년 임기를 6년으로 늘렸다. 하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부분 임기를 4년이나 5년으로 정한…

서진(西進) 정책 |2021. 05.12

국민의힘이 ‘서진(西進) 정책’에 또 시동을 걸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났음에도 그가 추진해 왔던 ‘호남 끌어안기’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진 정책’은 한반도 동쪽인 영남의 정치 세력이 서쪽의 호남 정치 세력을 끌어안는다는 뜻으로 언론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립 5·18 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

위기와 희망 |2021. 05.11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많아 종종 비교되는 국가다. 5000년 이상 지속된 민족의 역사가 그렇고, 나라 잃은 설움을 겪은 사실 또한 그러하다. 유엔 결의로 1948년 건국된 이후 전쟁으로 인해 국가 존망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양국 모두 자원이 풍부하지 않고 안보 상황이 늘 불안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위협 등 여전히 적대적인 아랍 국가에 에워싸…

‘엄마를 부탁해’ |2021. 05.10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 흔히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유대 민족의 속담 중 하나다. 신의 본성인 전지전능(全知全能)이나 무소부재(無所不在)를 어머니에 비유한 것은 그만큼 모성이 지닌 희생과 가치가 위대하다는 뜻일 게다. 지난 2008년 나온 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는 신경숙이 절정의 기량으로…

띄워야 산다 |2021. 05.07

야구에서 타격을 가리켜 흔히 ‘3할의 예술’이라 한다. 열 번 휘둘러 세 번만 성공해도 찬사를 받기 때문이다. 사실 투수가 던진 공을 배트로 정확하게 맞춰 수비수 아홉 명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도 이렇게 말했다. “타격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기술…

‘애린왕자’ |2021. 05.05

며칠 전 동화 ‘애린왕자’(도서출판 이팝)를 접했다. 잘못 쓴 게 아니다. 생텍쥐페리의 작품, 그 ‘어린왕자’(1943)가 맞다. 서점에서 처음 ‘애린 왕자’라는 제목과 ‘갱상도’라는 단어가 적힌 책 표지를 봤을 땐 “이게 뭐지?” 싶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보아뱀이 코끼리를 먹는 유명한 삽화에 이어 “저기…… 양 한 마리만 기레도…

우주를 알 시간 |2021. 05.04

요즘 우주 개발과 우주여행 관련 뉴스를 접하는 기회가 부쩍 늘었다. 최근에는 ‘우주선 심야 해상 귀환 성공’과 ‘우주여행 티켓 판매’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새벽 3시(미국 동부시간).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유인 우주선이 멕시코만 바다에 안전하게 착수했다. 네 개의 커다란 낙하산에 매달려 칠흑 같은 밤바다에 천천히 착수하는 모습을 …

강대국의 갑질 |2021. 05.03

국제사회는 철저히 ‘약육강식’의 원리가 적용되는 비정한 무대다. 정해진 법률에 따라 모든 구성원이 일정한 보호를 받는 개별 국가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 작동한다. 겉으로는 ‘우호’ ‘친선’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제론 ‘약자가 강자에게 잡아먹히는’ 냉정한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고갈되어 가는 유한한 자원을 두고 겨뤄야 …

죽순 |2021. 04.30

비록 미식가는 아니지만 봄철이면 으레 식탁에 봄나물 한두 가지쯤은 올려 먹는다. 냉이 된장국이나 쑥국을 끓이고,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두릅을 초장에 찍어 먹는다. 입맛이 없을 때면 달래장에 밥을 비벼 먹는 맛도 그만이다. 부모님의 고향이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인지라 이맘때 죽순 초무침을 먹는 것도 습관이 됐다. 나물마다 맛과 영양도 다르고 요리법도 다양하…

집값 잡는 법 |2021. 04.29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곡을 찌르는 것이 아니라 주변만 설건들며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제 전반이 불안한 상황에서 건설·부동산 경기마저 침체할 것을 우려한다. 여기에 점진적인 시장 안정을 정책 목표로 정하다 보니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대출 규제’와 ‘증세’밖…

반면교사 |2021. 04.28

다른 사람의 잘못된 일이나 실패를 거울삼아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얻을 때 우리는 흔히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을 사용한다.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도 어떤 교훈을 얻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한다는 뜻이다.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인데도 정치권에서는 이 말을 잘 모르는 듯싶다. 최근 치러진 4·7 재보궐선거 이후 이들의 행태만 봐도 그렇다. 다 알…

정권 재창출 |2021. 04.27

모든 것이 어려운 상황 또는 그런 국면을 ‘총체적 난국’(總體的 難局)이라고 한다.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 경기 침체와 치안 불안 등 악재들이 겹치자 박희태 대변인이 이 표현을 쓰면서 국민적 공감을 얻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지금의 여권 상황 역시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역대 최대의 참패로 막을 내린 4·7 보궐선거는 여권에 대한 전국적인 민심 이…

명동촌 |2021. 04.26

윤동주 시인의 고향은 중국의 북간도 명동촌이다. 증조부 윤재옥 때 함경북도 종성에서 북간도 자동으로 이주했으며 1900년 조부 윤하현이 다시 명동촌으로 옮겼다. 당시 조선인들은 일제 수탈을 피하거나 독립 투쟁을 위해 북간도로 이주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윤하현 장로는 함경도 출신 김약연 등과 명동촌에 터전을 잡았다. 윤동주 부친 윤영석은 명동학교 교사로…

‘삼일천하’ |2021. 04.23

올해 출범할 예정이었던 유럽축구 슈퍼 리그가 무산돼 ‘삼일천하’로 끝났다. 출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가입을 약속했던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집단 탈퇴가 이어졌고, 참가를 약속한 12팀 중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유벤투스만 남았다. 이와 관련 BBC는 “슈퍼 리그 출범부터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집단 탈퇴까지 걸린 3일은 뱃속에서 햄버거가 소화되는 시간보다 더 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