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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하루키와 클래식-김미은 문화부장 |2022. 10.20

온다 리쿠의 소설 ‘꿀벌과 천둥’은 가상의 요시가에 국제피아노 콩쿠르가 소재다. 벌을 키우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16세 소년 가자마 진, 천재 소녀로 불렸던 에이덴 아야 등 전 세계 신예들이 1·2·3차 예선과 본선을 치르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낸 소설은 흥미롭다. 책의 챕터도 ‘참가 등록’ ‘예선’ ‘본선’ 등 경연의 형식을 따라…

충장로 버스킹 -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 10.19

국내에서 버스킹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서울 대학로였다. 시초는 무명인이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이름 모를 고교 남학생 두 명이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에 어김없이 나타나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하자 사람들이 몰려 들어 따라 불렀다고 한다. 유명인 가운데선 윤효상과 김철민이 대학로에서 활동하며 버스킹 문화가 알려졌고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홍대와 신촌을 무대로…

산의 날-송기동 예향부장 |2022. 10.18

영국 산악인 조지 말로리(1886~1924)의 ‘산이 거기 있으니까’(Because it’s there) 라는 명언은 널리 알려져 있다. ‘힘들게 왜 산에 올라가느냐?’는 물음에 사람마다 나름의 이유를 댈 것이다. 동년배인 L교사는 같은 질문에 “산은 내 종교!”라고 말한다.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말 그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토요일 무등산…

노벨 문학상-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 10.17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출신 아니 에르노(82)는 이색적인 작가다. 현대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그녀는 ‘체험하지 않는 것은 결코 쓰지 않는다’는 독특한 창작관을 견지한다. 소설이란 허구(fiction)와 현실(reality)이 결합된 산물이라는 점에서 보면 에르노의 관점은 다분히 도발적이다. 에르노는 노르망디 소도시에서 작은 식료품 …

지연 열차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 10.14

세계 최고의 운송 시스템을 갖춘 일본은 열차 시간이 어긋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 2017년 한 열차 회사가 예정 시간보다 단지 20초 빠르게 출발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회사는 스스로 대국민 사과까지 했을 정도이다. 또 지난해에는 한 열차 회사가 기관사 실수로 도착·출발 시간이 각각 1분씩 지연되자, 기관사 월급의 일부를 삭감해 법적 소송으로까지 비화…

무능한 정치와 관료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 10.13

엉터리 내용, 표절과 짜깁기, 기여 없는 자의 등재, 대학 입시를 위한 연구 참여 등으로 논문의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연구자가 새로운 가설을 증명하고, 이론을 정립하며, 미래 과학기술을 제시하는 방법은 논문 작성밖에 없다. 가장 적은 나이에 논문을 쓴 이 가운데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있다. 1877년 14세가 안 되는 나…

윷놀이-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2. 10.12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놀이인 ‘윷놀이’가 국가 무형 문화재로 지정될 전망이다. 윷놀이는 명절에 온 가족과 친지, 이웃 주민들이 모여 즐기던 놀이다. 편을 나누고 윷가락 네 개를 던져 윷판의 모든 말을 목적지에 먼저 도달시키는 편이 이기는 게임이다. 상대편 말을 잡고, 놀이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나름 두뇌 회전도 필요하고, 전략도 필요하다. 윷놀이는 최근 유…

신뢰의 정치 -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2. 10.11

위기의 시대를 가장 잘 극복한 대통령의 롤 모델로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꼽힌다. 국민과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국론을 결집,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소통의 형식은 노변담화(fireside chat)로 불리는 라디오 생중계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였다. 격식을 차리기보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

이강인 논란 - 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2022. 10.04

‘2강 in’이라는 제목을 쓴 적이 있다. 2019년 6월. 이강인이 이끈 대표팀이 U-20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자 선수 이름과 결승(2강) 진출(in)을 하나로 엮은 언어의 조탁이다. 이강인은 대회 최우수 선수상인 ‘골든볼’을 수상하며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이후 대표 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벤투 감독과의 엇갈린 만남…

블랙핑크와 파가니니-김미은 문화부장 |2022. 10.06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2악장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이 있을 듯하다. 한데 ‘그대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로 시작되는 이현우의 노래 ‘헤어진 다음날’의 도입부에 흐르는 바이올린 선율이 바로 그 곡이라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6인조 그룹 ‘신화’의 히트곡인 ‘T.O.P’에도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발…

이기자 부대-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 10.05

1988년 3월 강원도 춘성군(현 춘천시) 102보충대로 입소할 때 이미 군 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102보충대 인력은 모두 강원도 부대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2박 3일만에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27사단 신병 교육대로 배치받았을 때도 악몽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4월에 눈이 내리고 혹독한 훈련을 마치니 손이 부르텄다. 주특기 …

가을 축제 - 송기동 예향부장 |2022. 10.04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 시인 ‘대추 한 알’) 결실의 계절이다. 지난 주말 시골집에서 대추를 땄다. 4년여 전 심은 대추나무인데 첫 수확이다. 지…

보호 종료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 09.30

다양한 복지 정책이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정부나 지자체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보호 종료 아동’ 정책이다.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만 18세, 즉 ‘보호 종료 아동’이 되면 ‘자립 준비 청년’으로서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하지만 강제로 양육시설을 떠난 청년들이 광주는 물론 여러 지역에서 극단적…

뭉치면 살고-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 09.29

요즘 달러 가치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다. 지난 1월 0.25%였던 미 금리는 8개월만에 3.25%로 뛰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2.50%)를 역전해 달러가 미국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1달러가 1400원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비상이다. 달러 가운데 가장 고액권인 100달러 지폐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그려져 있다. 1달러에는 조지 워싱턴, 2달러 토마…

무신불립(無信不立)-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2. 09.28

공자는 정치의 가장 큰 자산을 백성들의 믿음이라고 했다. 공자와 제자 간의 대화를 담고 있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7장에 ‘백성들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된다’(民無信不立)는 구절이 있다. 공자는 그의 제자인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식량이 족하고 군대가 충실하면 백성들이 정부를 믿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자공은 그 셋 중에 부득이 버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