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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걸어 다니는 유령 |2019. 06.17

최근 몇몇 지인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원자력 전문 기업의 대표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영광 한빛1호 원자로가 갑작스러운 열출력 증가로 수동 정지된 사고 직후였다. 한빛원전은 부실시공 등으로도 문제가 많이 지적됐던 만큼 ‘무언가 잘못돼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직원들은 물론 인근 지역민의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져 봤다. A씨의 답변은 ‘…

즐기는 축구 |2019. 06.14

‘투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은 이 두 글자를 유니폼에 새기고 뛰었다. 월드컵에서는 특히 부상 투혼이 많았다. 김태영은 코뼈 부상으로 ‘마스크 투혼’을 펼쳤고, 황선홍과 이임생은 머리에 붕대를 감았지만 피를 흘리며 공중볼을 다퉈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우리 선수들은 부족한 기량을 정신력과 투혼으로 만회하려 이를 악물고 뛰었고 실…

광주공항 단상 |2019. 06.13

호남 최초로 비행기를 몰고 광주·나주·목포·강진·장흥 상공을 날았던(1924년 2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이는 장흥 출신 이상태(李商泰)다. 우리나라 최초 비행사인 안창남과 함께 1923년 일본 비행경기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던 그는 열여섯 살 나이로 일본에 건너가 3년 만에 삼등비행사 자격을 얻었다. 스물한 살 파일럿의 등장에 도민들은 열광했고, 뒤를 이어…

삼사일언 |2019. 06.12

‘양아치’ ‘찌질이’ ‘달창’(달빛 창녀단) ‘청와대 폭파’ ‘걸레질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막말들이다. 이뿐만 아니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와 관련한 ‘골든타임 3분’, 세월호 유가족과 5·18 유공자 비난 발언 등 정치권 막말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들의 막말은 그러나 우발적인 실수로 보기 …

아버지와 아들 |2019. 06.11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최근 국립 5·18 민주묘지에 안장됐다. 5·18 유공자인 김 전 의원은 지난 4월 20일 71세를 일기로 별세했지만, 과거 ‘나라종금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 때문에 국립묘지에 곧바로 안장되지 못한 채 5·18 구묘역으로 불리는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임시로 안장됐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세대(世代) |2019. 06.10

“가까운 미래에 계급 전쟁은 빈자와 부자의 대결이 아니라 젊은이와 노인의 싸움으로 다시금 정의될 것이다.” MIT 대학의 레스터 서로 교수(경제학) 가 1996년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칼럼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꼭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작금의 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실시한 ‘사회 통합 실태 및 국민의식 조사’에 …

다뉴브의 꽃 |2019. 06.07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뉴스가 TV에 보도될 때마다 강가에 놓인 꽃들이 클로즈업되고 있다. 33명의 한국 관광객이 탄 유람선의 사고 지점 주변에 헝가리인들이 변을 당한 한국인을 추모하기 위해 놓은 조화(弔花)들이다. 국화와 장미가 주를 이뤘는데, 이중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이 하얀색의 ‘마거리트’라는 국화과의 꽃이다. 헝가리인들이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

‘기생충’ |2019. 06.06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영화 ‘기생충’은 사회적 양극화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 냈다는 평이다. 천민자본주의가 빚어낸 사회적 비극을 담은 시대극이라는 시선도 있다. 봉 감독은 사회적 부조리를 날카로운 눈길과 풍자로 풀어냈는데 대중성과 비극적 상상력 등이 맞물리면서 영화적 완성도…

펫로스 증후군 |2019. 06.05

 ‘여리’가 가족이 된 것은 6년 반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중학생 딸이 새끼 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다. 토종 고양이인 ‘코리안 숏헤어’라는 품종으로 살구색 줄무늬가 있는 ‘치즈 태비’였다. 생후 6개월쯤 된 듯 보였는데 앙증맞은 모습이 귀여웠다.  ‘예뻐서 잠깐 데려왔다’는 딸의 말에 속아 시작한 동거는 지난주 여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서 끝이 났다. …

‘문화 양조장’ |2019. 06.04

“윗물이 맑은데/ 아랫물이 맑지 않다니/ 이건 아니지/ 이건 절대 아니라고/ 거꾸로 뒤집어 보기도 하며/ 마구 흔들어 마시는/ 서민의 술/ 막걸리.” 함민복 시인의 시 ‘막걸리’다. 쌀과 누룩으로 빚는 막걸리는 농주(農酒) 혹은 탁주(濁酒)로도 불린다. 재료 못지않게 사용되는 물과 빚는 이의 정성이 술맛을 좌우한다. 그래서 와인처럼 막걸리는 지역 차가 있…

정보 격차 |2019. 06.03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앞선 군사·무기 체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을 활용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한다는 ‘정상 개발론’과 외계의 기술을 이용해 경쟁국을 앞서고 있다는 ‘음모론’이 그것이다. 음모론의 핵심은 ‘인류가 정상적인 진화 단계에서는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신기술을 외계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고도로 발달한…

꿈의 무대 |2019. 05.31

“저들이 최고의 팀들이다.” 오는 6월2일 새벽 4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리그 데 샹피옹’(Ligue des Champions: 헨델의 ‘대관식 찬가’를 편곡한 UEFA 챔피언스리그의 주제곡)이 울려 퍼지고 나면 지상 최대의 축구 쇼가 펼쳐진다. 토트넘 대 리버풀이 맞붙는 결승전이다. 올해 ‘별들의 전쟁’은 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 등 각 리그 챔…

빛가람 혁신도시 |2019. 05.30

경찰청이 60년 만에 정보국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멀게는 지난 1999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국가정보원으로, 가깝게는 지난해 9월 국군 기무사령부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명칭을 바꿨다. 이들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이름을 개명하곤 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개명 신청 절차가 간소화된 뒤 매년 15만 건 이상의 …

알 권리 |2019. 05.29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공개로 정치권 안팎에서 ‘알 권리’ 논란이 일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으로부터 전달받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강 의원과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청와대와 여당 및 일부 야당에서는 외교상 기밀누설 범죄라고 맞서…

‘페르소나’ |2019. 05.28

배우 ‘로버트 드 니로’ 하면 강렬하게 떠오르는 영화 몇 장면이 있다. 먼저 ‘성난 황소’의 첫 대목.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아름다운 간주곡을 배경으로 링 위에서 몸을 푸는 한 복서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그는 챔피언 제이크 라모타로 변신, 명연기를 보여 준다. ‘택시 드라이버’도 인상적이다. 그가 대통령 후보 암살 계획을 세우고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