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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평화 통일 국기 |2019. 09.26

지난해 남북 정상이 첫 만남을 가질 당시 박찬욱 감독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드라마 ‘리틀 드리머 걸’을 찍는 중이었다. 그때 다국적 스텝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문제는 큰 화제였다고 한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 평화 문제는 단순히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핫이슈가 된 지 오래다. 어쩌면 32개국 63명의 디자이너가 아무 조건 없이 ‘한반도 …

청려장(靑藜杖) |2019. 09.25

평균수명이 35세 안팎이던 조선시대에는 장수를 기념하는 축하연을 성대하게 치렀다. 70세가 넘은 정 2품 이상 고위 관료 출신들을 위해 국립 경로당에 해당하는 ‘기로소’(耆老所)를 운영했고 매년 삼짇날(음력 3월3일)과 중양절(음력 9월9일)에는 기로연이란 잔치를 벌였다. 기로연에서 임금은 고령의 원로들에게 술과 전답·염전·노비 등을 하사했다. 70세가 되…

롤모델 없는 사회 |2019. 09.24

“끊임없이 내 길이 맞을까 여러분과 똑같이 고민했습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탈출하기로 맘먹고 무작정 ‘섹스 앤드 더 시티’로 떠났습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데 90년대생은 잘 몰라요.(웃음) 지난 9월 21일 오후, 광주시 동구 서석동에 자리한 독립서점 ‘책과 생활’에서는 프리랜서 광고 전문가인 김진아 씨의 ‘북 토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전…

여섯 맹인 |2019. 09.23

세상사는 복잡하다. ‘이거다 저거다, 옳다 그르다’로 일도양단하기가 쉽지 않다. 동전처럼 서로 다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는가 하면, 양파처럼 까도 까도 속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의 유서 깊은 종교 자이나교에서는 ‘인간은 그 누구든 결코 사물의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사물을 보는 다양한 방식과 실재를 경험하는 다양…

남북축구, 평양 |2019. 09.20

‘어게인(AGAIN) 1966’.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2한일월드컵 16강전이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대형 카드섹션이 펼쳐졌다.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북한이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에 오른 이변을 소환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두 차례나 월드컵을 차지한 막강 아주리군단에 승리했다. 하지만 북한의 본선 진출 과정에는 한국 축구의 굴…

생뚱맞은 투쟁 |2019. 09.19

일제강점기 전남은 전국 최고의 면화 생산지로 자리를 잡았다. 1920년대 중반부터 광주에 전남 도시제사 공장, 종연방적 광주·전남 공장, 약림제사 공장 등 3대 공장이 들어섰다. 1937년 발간된 ‘광주부세일반’에 따르면, 당시 이들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 3773명 중 3157명이 10~20대 초반의 어린 여공들이었다. 이들은 1년에 321~338일, 하루…

진영 논리 |2019. 09.18

조국 법무장관 임명 전후에 걸쳐 극단적 ‘진영(陣營) 논리’가 정치권을 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적·사회적·경제적으로 서로 대립되는 세력의 어느 한쪽을 ‘진영’(陣營)이라고 한다. ‘진영 논리’는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념은 무조건 옳고 다른 진영의 이념은 무조건적으로 옳지 않다며 배척하는 논리를 일컫는다. 진영 논리에 갇히면 의견 대립을…

‘조국 3막’ |2019. 09.16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후폭풍에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지 않다. 민주당이 ‘조국 사수’를,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조국 파면’을 주장하며 한 치도 물러설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제 열릴지 모르는 마지막 정기국회도 여야의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많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17일 개회 예정이었던…

삭발 |2019. 09.15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중략)/ 쓸쓸한 낯이 옛날 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 같이 차게 울었다….”  백석(1912∼?)의 시 가운데 ‘여승’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어느 가족의 삶을 소재로 당대 민족의 아픔…

가거도 방파제 |2019. 09.11

국토 최서남단 신안 가거도는 늘 숙명처럼 태풍과 전쟁을 벌여 왔다. 서해안으로 올라오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배를 육지로 옮기면서 부르는 ‘배 설거지’ 노래가 가거도만의 노동요로 전해 내려오는 것도 태풍과 무관치 않다. 가거도에서 태풍과의 전쟁을 상징하는 것은 방파제다. 가거도 방파제는 1979년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태풍과 인간 건축 기술…

내리사랑 |2019. 09.10

“너희들은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이나 귀에 총명이 없느냐? 어째서 스스로 포기하려 하느냐? 영원히 폐족(廢族)으로 지낼 작정이냐?” “폐족이면서 글도 못하고 예절도 갖추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강진으로 유배를 온 한 선비가 10대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버지는 ‘무거운 죄를 지어 벼슬이나 출셋길이 막힌 집안’을 뜻하는 ‘폐족…

‘유리 바닥’ |2019. 09.09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에서 생겨나는 강력한 에너지가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당·정·청이 대입 제도 개선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얼마 전 끝난 법무부 장관 후보 청문회를 계기로, 현재 시행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 교육 현장에선 학…

욱일기 |2019. 09.06

“역사는 파괴하면 극복할 수 없다. 보존하고 보여 주어야 한다.” 독일 정부는 2006년 독일월드컵 주경기장에 나치 유물 전시장을 설치했다. 이곳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관중들이 좌석으로 가기 전 각종 전시물을 보며 당시 히틀러가 어떻게 올림픽을 나치 체제 홍보 도구로 악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독일인들은 과거사 문제…

군신유의 |2019. 09.05

왕이 절대 권력을 쥐었던 봉건시대에 그 권력을 공유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신하들이 꽤 있었다. 그 대부분은 주변의 빗발치는 탄핵과 이간질, 왕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실수나 관리 실패 등으로 중도에 오히려 대역죄인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춘추전국시대 오나라 부차와 오자서, 조선 중종 때의 조광조가 있다. 사명을 가진 군주는 …

자살골 |2019. 09.04

축구·농구·하키 등 구기 종목에서 실수로 자기편 골대에 공을 넣어 상대방에게 점수를 주는 골을 자책골 또는 자살골이라고 한다. 한데 ‘자책골’은 스포츠 종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자신들의 지지율을 깎아 먹는 자책골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비롯한 전국이 시끄럽다.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