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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비단 주머니’ |2021. 06.07

고사성어 ‘금낭묘계’(錦囊妙計)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래됐다. 비단 주머니 속에 담긴 기묘한 계략이라는 뜻이다. 오나라 장수 주유는 야심을 가진 유비와 책략가인 제갈공명을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유비를 오나라 왕손권의 여동생과 결혼시켜 주겠다고 속여 오나라로 유인하는 것이다. 주유의 속셈을 간파한 제갈공명은 유비의 신변 보호를 조…

또 하나의 필드 |2021. 06.04

“집중력은 자신감과 갈망이 결합하여 생긴다.”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의 말이다. 컨트롤의 마법사 그래그 매덕스는 “위대한 투수를 만드는 것은 팔이 아니라 두 귀 사이에 있는 뇌다”라고 했다. 토털 사커의 대명사 요한 크루이프는 “공을 잡으면 내가 주역이고 결정하는 것은 나다. 즉 창조하는 것은 나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전설적인 운동선수들의 명언을 되새…

‘광주’와 아이들 |2021. 06.03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잊지 못할 공연으로 기억될 듯하다. 그동안 ‘광주 5월’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들이 많았던 데 비해, 이 연극은 ‘5월’을 지움으로써 더 많은 광주의 이야기를 건넨 무대였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의 독특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객석 등을 활용해 관객을 작품 깊숙이 끌고 들어가는 이 연극을 매년 더 많은 사람이 관…

행남자기 |2021. 06.02

행남자기는 국내 최초의 ‘생활 도자기’ 브랜드로 1942년 목포에서 설립된 행남사가 모태다. 회사명이 행남사와 행남자기로 자주 바뀌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 명가였기에 그 브랜드 파워는 막강했다. ‘행남’(杏南)사의 로고는 살구나무로 ‘남쪽에서 불어오는 봄’을 상징한다. 국내 도자기 업계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은 거의 행남사가 가지고 있다. 1953년…

‘아들의 이름으로’ |2021. 06.01

“군인으로서 명령을 따랐을 뿐 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죄는 바로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한 것입니다.” 공수부대 장교 출신 ‘오채근’(안성기 분)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자행한 일을 잊지 못한 채 40여 년 동안 괴로워한다. 그의 고백은 당시에 발포 명령을 내렸던 책임자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그들…

어린 비둘기 |2021. 05.31

요즘 고위 공무원이나 유력 정치인들의 고사성어(故事成語) 사용이 크게 늘었다. 복잡미묘한 상황을 단 몇 글자로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한데 최근엔 다소 어려운 고사성어가 부쩍 많이 등장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월 여당이 제시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지지지지’(知止止止)라는 말을 썼다. 노…

용기 있는 증언 |2021. 05.28

현대사의 비극은 대부분 전쟁에서 비롯되는데, 학살과 인권 침해는 전쟁이나 독재국가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인간적인 행위는 시간의 문제일 뿐 반드시 그 진상이 밝혀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대 역사는 휴머니티를 회복하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3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나 거론됐지만 지금은 국제사회가 모두 반인륜 범죄로 인…

‘선언’과 실천 |2021. 05.27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언은 1789년 8월 프랑스 시민혁명 당시 라파예트가 기초한 ‘인간 및 시민의 권리 선언’, 즉 인권선언일 것이다. 루이16세 당시 막강한 권력이었던 성직자와 귀족에 들지 못하는 제3 신분인 평민들이 주축이 되어 국민의회 구성, 테니스코트 서약, 제헌의회 선포 등을 거쳐 완성한 혁명은 많은 성과와 유산을 남겼다. 봉건…

미사일 주권 |2021. 05.26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에 합의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한국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1979년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이 미사일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과 부품을 한국에 지원하면서 한국의 미사일 개발 통제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코로나 휴머니즘 |2021. 05.25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진앙지가 기존의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아시아와 남미 및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저개발 국가들은 의료 및 방역 체제가 미비한 데다 백신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저개발국이 밀집해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백신 접종 인구가 전체…

‘꽃 강(江)’ |2021. 05.24

‘사고 싶은 컬러 팔리는 컬러’(2019)라는 책이 있다. 색상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는데, 컬러 컨셉터인 이호정이 미국 ABC뉴스에서 방영된 실험을 소개하는 대목도 그중 하나다. 아무 맛이 없는 젤리에 빨강·노랑 등 여러 가지 색상을 첨가해 아이들에게 맛을 보게 하는 실험이다. 아이들은 빨간색 젤리에서는 딸기와 체리 맛이 나고, 노란색 젤리에서는 레…

오월의 노래 |2021. 05.21

5·18광주항쟁 바로 다음 해인 1981년 열린 MBC 대학가요제에서는 한양대생 정오차의 ‘바윗돌’이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곧바로 ‘불온사상 유포’를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광주일고를 나와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정 씨가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 발단이 되었다. “이 노래는 5·18 때 죽은 친구를 위한 진혼곡이며 ‘바윗돌’은 5·18묘지의 묘비를 …

‘세 손가락 경례’ |2021. 05.20

지난 3월 문을 연 갤러리 포도나무(광주 양림동 백서로 79-1)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작은 공간이다. 개관 기념전이었던 ‘새 봄 제비를 부르다-월간 잡초’ 전은 소박하고 의미 있는 전시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지금 갤러리 포도나무에는 전 세계에서 보내온 250여 점의 작품이 프린트 돼 걸려 있다. B5 크기의 아주 작은 그림들이지만, 모두 ‘하나의 …

BBC 산업 |2021. 05.19

BBC는 1927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국영방송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국이다.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인 콘텐츠를 자랑한다. 요즘 산업계에서도 BBC가 화두다. 여기에서의 BBC는 방송이 아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첨단산업의 삼두마차라고 하는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를 일컫는 말이다.…

마지막 새벽 |2021. 05.18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단지 직접 본 것과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보도하고 독자들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주는 이러한 차이가 내게 처음으로 확실히 드러난 주요 사건이었다.” 1980년 오월 현장을 취재했던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기자는 1997년 출간된 ‘5·18 특파원리포트’(풀빛)에서 이렇게 술회한다. 취재기에 따르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