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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유리 바닥’ |2019. 09.09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에서 생겨나는 강력한 에너지가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당·정·청이 대입 제도 개선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얼마 전 끝난 법무부 장관 후보 청문회를 계기로, 현재 시행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 교육 현장에선 학…

욱일기 |2019. 09.06

“역사는 파괴하면 극복할 수 없다. 보존하고 보여 주어야 한다.” 독일 정부는 2006년 독일월드컵 주경기장에 나치 유물 전시장을 설치했다. 이곳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관중들이 좌석으로 가기 전 각종 전시물을 보며 당시 히틀러가 어떻게 올림픽을 나치 체제 홍보 도구로 악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렇게 독일인들은 과거사 문제…

군신유의 |2019. 09.05

왕이 절대 권력을 쥐었던 봉건시대에 그 권력을 공유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신하들이 꽤 있었다. 그 대부분은 주변의 빗발치는 탄핵과 이간질, 왕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실수나 관리 실패 등으로 중도에 오히려 대역죄인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춘추전국시대 오나라 부차와 오자서, 조선 중종 때의 조광조가 있다. 사명을 가진 군주는 …

자살골 |2019. 09.04

축구·농구·하키 등 구기 종목에서 실수로 자기편 골대에 공을 넣어 상대방에게 점수를 주는 골을 자책골 또는 자살골이라고 한다. 한데 ‘자책골’은 스포츠 종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자신들의 지지율을 깎아 먹는 자책골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비롯한 전국이 시끄럽다. 사모…

‘광주일고 정권’ |2019. 09.03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있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자유한국당이 다시 지역주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 장외집회에서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면에 나서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차별하며 더 힘들게 하는 정권에 부산·울산…

‘당신들의 정의’ |2019. 09.02

이청준 작가(1939~2008)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나환자들의 섬 소록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병원장으로 부임한 군의관 출신 조백헌 대령이 오마도 간척 사업을 벌이면서 환자들과 갈등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조 원장은 불신과 패배 의식에 젖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소록도의 실질적 주인인 환자들과 소통하지 않고 공…

적반하장 |2019. 08.30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사자성어를 꼽으라면 적반하장(賊反荷杖)과 후안무치(厚顔無恥)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사자성어는 워낙 자주 쓰이다 보니 어원까지는 몰라도 그 뜻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중 적반하장은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국의 지소미아 협정 종료 등으로 인한 한일 대립, 일련의 여야 갈등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린 단어이다…

이타미 준 |2019. 08.29

한 건축가의 궤적을 담담히 따라가던 영화 속에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등장한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화면에서 만나게 되는 건 독특한 느낌의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위치한 곳은 순천 효천고등학교. 이곳 학생들이 사용할 도서관 설계를 맡게 됐을 때 건축가는 아주 기뻐했다고 하는데, 효천고에서는 도대체 어떤 인연으로 그에게 설계를 의뢰했을까 궁금증이…

후손들의 사죄 |2019. 08.28

2005년 5월 9일. 여든의 노신사를 비롯해 일본인 열 명이 경기도 남양주시 홍릉 명성황후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1895년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인 자객들의 후손이었다. 을미사변이 발생한 지 110년 만에 조상을 대신해 용서를 구한 것이다.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가 한 일이 애국이라 생각했지만, 자라면서 할아버지의 행동이 잘못 됐음을 알게 …

하바설산의 꿀벌 |2019. 08.27

흔히 사람들은 산에 가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어차피 내려올 텐데 왜 (산에) 오르냐?” 이에 대한 답변으로 영국 산악인 조지 맬러리(George Mallory)의 말이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Because it is there) 그는 1924년 6월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에서 실종됐는데 정상 등정 여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검은 행진’ |2019. 08.26

“절대자인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불경스럽게 들리겠지만 이런 질문은 아주 오래전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초대 그리스도 교회가 낳은 위대한 사상가이자 ‘고백록’의 저자이기도 한 아우구스티누스가 이 질문에 대해 들었던 대답 중 하나를 농담조로 소개한 일화가 지금도 전해진다. “깊은 신비를 조사하려는 너 같은 자들을 위해 지옥을 …

푸스카스상 |2019. 08.23

골의 아름다움엔 차별이 없다. 남녀도 국적도 인종도 공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올해 가장 빼어난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푸스카스상 후보 열 명이 발표됐다. 여섯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메시, 태권도슛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을 노리는 즐라탄 등이 팬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후보엔 여자 선수 세 명이 포함되어 있지만 제1회 수상자 ‘날…

아파트 광풍과 일제 |2019. 08.22

‘예향’이라는 광주가 고층 사각형 건축물로 가득차고 있다. 올라가는 것은 아파트이며, 사라지는 것은 광주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 상가, 학교, 공원, 공장 등이 있었던 자리, 설령 그것이 광주의 역사, 광주의 문화, 광주의 정체성 등을 내포하고 있어도 순식간에 없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말 사용 중인 아파트가 998개 단지 …

의병(義兵) |2019. 08.21

“조선은 왜란과 호란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어요. 민초들이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으니까.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됐죠. 을미년의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제 강점기 직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조선 침략을 준비하던 일본군의 모리 다카시 대좌의 대사다. 이 장면에서 …

조국 청문회 |2019. 08.20

8·2 개각에 따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 후보자가 가진 정치적 함의가 크기 때문이다. 그는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으로 기용됐을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최근 극일(克日) 최전선에서 여론전을 선도하며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그가 만약 인사청문회를 큰 내상 없이 통과하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