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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숲’에서 ‘쉼’ |2019. 12.19

언제나 찾아가 쉴 수 있는 ‘숲’이 회사 가까이에 생겼다. 숲속에 들어서니 한여름 풍광이 펼쳐진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내다보이고, 연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마음이 맑아진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햇살을 보고 있으니 눈이 부시다. 한겨울에 이런 풍광을 만날 리 없다. 그러니 내가…

가족의 범위 |2019. 12.18

취업 준비생 A씨는 3년째 전남대 후문 원룸촌에서 친구와 살고 있다. 목표로 하는 직장은 다르지만 ‘취준생’이라는 공통점에 월세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B씨는 동료랑 나주 혁신도시 아파트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둘 다 미혼이라 주말이면 전남 지역 관광지나 맛집 투어를 다닌다. 이들처럼 가족은 아니지만 한 집에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

유리건판 사진 |2019. 12.17

19세기에 카메라를 개발하려는 발명자들을 괴롭힌 것은 이미지를 영구히 고정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찾는 것이었다. 마침내 1826년 프랑스 니엡스(1765~1833)가 현대적 의미의 최초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여덟 시간이나 노출해 찍은 사진을 ‘태양이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의 ‘헬리오그라프’(Heliograph)라고 이름 붙였다. 니엡스와 파트…

선택의 기준 |2019. 12.16

한 명과 두 명, 한 집안과 한 지방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고사를 돌이켜 보면 ‘불가피한 선택’에 대한 흥미진진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먼저 삼국유사에 나오는 ‘거문고 갑을 쏘다’라는 설화. 신라의 제21대 왕인 비처왕이 천천정(天泉亭)에 이르렀을 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었다. 쥐가 사람의 말로 이야기하기를 “이 까마귀를 따라가라”고 했다. 왕…

원더골 |2019. 12.13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이었던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 이 한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월드컵 89년 역사에서 나온 모든 골(2546골) 가운데 최고의 골과 최악의 골을 다 넣었다. 최고의 골은 하프라인 아래에서 공을 잡아 60여m를 질주한 뒤 수비수 다섯 명과 골키퍼까지 따돌리고 넣은 원더골이다. 최악의 골은 이른바 ‘신의 손’ 논란을 일으킨 골.…

맥쿼리와 광주 |2019. 12.12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이하 맥쿼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고, 취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난 2006년 5월의 일이다. 2001년과 2004년 제2순환도로 1구간을 28년간, 3-1구간을 30년간 관리·운영하기로 광주시와 협약을 맺은 이 펀드는 도로 이용자에게 비싼 요금을 받으면서도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는 돈을 지원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펀드가 돈…

이합집산 |2019. 12.11

내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한창이다. 헤어졌다가 만나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이합집산’은 한국 정치의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자신의 실익을 좇아 노선과 계파에 따라 흩어지고 다시 뭉치기를 반복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를 변형주의(Trasformismo)라 하여 정당의 끊임없는 변화와 변형으로 해석하곤 한다. …

한반도의 봄 |2019. 12.10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반도에 다시 매서운 겨울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 대한 압박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7일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중대한 실험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연소 실험이 아니냐는…

인디언의 12월 |2019. 12.09

류시화 시인이 엮은 ‘인디언 연설문집-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2017)에는 서구 문명의 허구와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을 꼬집는 내용이 나온다. 인디언들은 총과 병균 등을 가지고 들어온 백인들에게 비록 삶의 터전을 빼앗겼지만, 전통과 문화를 잃지 않으려 몸부림쳤다. 시애틀 추장을 비롯해 여러 부족들이 남긴 연설문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내가 보기에 …

백신(vaccine) |2019. 12.06

사람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앗아 간 질병으로 홍역, 천연두, 결핵, 독감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질병은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백신 개발로 예방이 가능해지면서 과거의 공포감은 사라졌다. 그것은 그만큼 노력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태어나서 초등 6학년 때까지 15개 질환에 대해 36차례 안팎의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 …

‘젊은’ 로버트 드니로 |2019. 12.05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감독과 배우 이름만으로 택했던 터라 영화를 보며 내내 궁금했다. 50년을 관통하는 영화에서 젊은 시절의 그들을 과연 누가 연기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주연, 그리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시맨’(The Irishman) 이야기다. 1940~1943년생 백전노장들이 의기투합한 영화는…

임동 방직공장 |2019. 12.04

국내 방적업체 1위인 전방(옛 전남방직)과 3위인 일신방직은 원래 한 회사였다. 뿌리는 일본 가네보가 1935년 설립한 종연방적이다. 가네보는 목화 공급의 최적지인 전남에 공장을 설립했다. 1930년 학동 현 삼익세라믹 자리에 실을 뽑는 제사공장을 지은 데 이어 5년 후 임업시험장이 있던 임동에 방적공장을 설립했다. 창업 초기 종연방적은 방적기 3만500…

보성 초암정원 |2019. 12.03

60여 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꿨다. 처음부터 유원지나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로지 ‘낳아 주신 어머니’와 ‘길러 주신 어머니’를 위한 효심(孝心)으로 한 일이었다. 어린 묘목들은 자라 울창한 숲이 됐고, 20대 청년은 어느새 80대 할아버지가 됐다.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초암마을에 자리한 ‘초암정원’을 가꾼 청람 김재기(80·전 광주은행 상…

점괘 |2019. 12.02

나라의 선량을 뽑는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용한’ 점쟁이를 찾아갔다는 입후보자들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총선 출마 의사를 굳혔다는 한 인사는 “지난번 선거 때는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번엔 ‘출마하면 꼭 당선된다’는 점괘를 받았다”며 흐뭇해했다. 또 다른 후보는 “선거 때마다 측근들이 점을 봐 온다”며 “그동안 출마를 만류…

가면 놀이 |2019. 11.29

인격이란 사람의 됨됨이를 의미한다. 사전에서는 ‘도덕적 판단 능력을 지닌 자율적 의지의 주체’라 규정한다. 사람의 인격은 짧은 시간에 크게 변화되지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다르게 포장하고 행동할 때가 종종 있다. 처한 상황이나 주변과의 관계를 위해서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또는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투사된 성격’을 페르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