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무등고
탄핵의 강 |2020. 02.17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하데스 왕국에는 모두 다섯 개의 강이 있다. 아케론(슬픔), 코키투스(탄식), 플레게톤(정화), 레테(망각), 스틱스(증오)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레테의 강은 망자가 죽음의 신 하데스가 관장하는 명계(冥界)로 들어가기 전에 건너야 하는 강이다. 이곳의 강물을 마신 망자는 과거의 모든 기억은 물론 전생의 번뇌를 잊게 된다. 레테의 강을…

전염병과 역사 |2020. 02.14

역사적으로 전염병 창궐은 사회나 문화를 바꾸고 심지어 한 국가나 문명을 멸절시키기도 했다. 전염병 가운데 한 번 발생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은 질병으로는 우선 독감을 꼽을 수 있다. 독감은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마다 수많은 희생자를 낳고 전쟁을 종식시키는 등 역사마저 바꿨다. 독감은 문헌으로 볼 때 고대와 중세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의학계에…

‘너를 만났다’ |2020. 02.13

들을 때 왠지 마음이 울컥해지는 노래들이 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동요 ‘섬집 아기’도 그런 곡 중 하나다. 꼭 가사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비올라로 연주하는 ‘섬집 아기’를 듣거나, 낮게 깔리는 첼로 연주를 접할 때도 같은 감정을 느끼곤 하니깐. 어제 운전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

무한정 수사 |2020. 02.12

복강(腹腔)은 복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이곳에 장기 대부분이 들어 있다. 복부에 작은 구멍을 만든 뒤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통해 치료하는 ‘복강경 수술’은 외과수술 분야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복부의 특정 부위를 절개하는 개복 수술에 비해 입원 기간이 짧아 일상으로 서둘러 복귀할 수 있고, 감염에 따른 부작용도 덜했기 때문이다. 수술 후 흉터도 작…

구례 호양학교 동종(銅鐘) |2020. 02.11

1907년으로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 보자. 그해 1월 의병을 일으킨 담양 출신 녹천 고광순(1848~1907)은 8월이 되자 부대를 지리산 피아골 입구에 자리한 연곡사로 옮긴다. 장기 항전해 대비해 새로운 근거지를 마련해 힘을 모으기 위한 ‘근거지계’(根據之計)였다. 그리고 녹천은 문장가인 매천 황현(1855~1910)에게 격문을 써 줄 것을 청한다. 매…

체르노빌과 코로나 |2020. 02.10

바둑 고수들이 복기를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몇 가지 의문이 들곤 한다. “반상에 착점해 놓은 바둑돌이 수백 개나 되는데 어떻게 그리 정확하게 처음부터 다시 놓을 수 있을까?” “복기를 해 나가다 보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막상 고수들에게 물어보면 “복기는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으며, 복기를 해 보…

뜻밖의 난적 |2020. 02.07

하나의 유령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 유령의 이름은 ‘신종 코로나 공포’다. 불안과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파돼 16번 확진자가 발생한 뒤 광주의 거리는 온통 ‘마스크’로 뒤덮였다. 18번·22번 확진자까지 한 가족 3명이 감염되고, 16번 확진자가 병원 등에서 306명을 접촉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광주는 발칵 뒤집혔다. 휴대전화에는 시시각각 안전…

관성의 법칙 |2020. 02.06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로 유명한 중세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성당에서 지겨운 설교를 듣다가 일정한 속도로 흔들리는 샹들리에를 쳐다봤다. 그는 집에서 몇 차례 실험한 뒤 할아버지의 시계를 발명해 냈다. 나중에는 다시 실험을 통해 진자의 진동 주기가 진자의 무게나 진동 폭과 관계없이 오직 진자의 길이에만 비례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일상…

전략공천 |2020. 02.05

선거철이면 ‘전략공천’이라는 단어가 각종 언론매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전략공천’(戰略公薦)은 당선이 유력한 특정 후보를 정당이 경선 과정 없이 입당 절차만으로 공천하는 것을 말한다. 정당이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특정 인물을 공직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것이다. 기존 예비 후보들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선거구에 적용되는 경…

‘메기 효과’ |2020. 02.04

4·15 총선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총선 열기는 예전 같지만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 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 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은 33%로 집계됐다. 이는 2주 전보다 6%포인트 늘어난 …

혐오 |2020. 02.03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20세기 현대 사회의 특징을 예리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그레고리는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외판원으로 근무하며 가족 생활비를 벌던 그는 졸지에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된 그레고리는, 어느 날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상처를 입고는 방에 갇혀 죽고…

도시 폐쇄 |2020. 01.31

치명적인 바이러스 창궐과 전염병 만연 혹은 좀비 확산 등 재앙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는 반드시 도시를 폐쇄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경우이든 질병 발원지가 있기 마련이고, 정부는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해당 도시를 폐쇄하는 것이다. 폐쇄된 도시의 사람들은 감염자이건 정상인이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탈출을 시도하다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도시 밖의 사람들은…

그림책 읽는 어른 |2020. 01.30

최근 ‘같은 책’을 몇 권 구입했다. 가까운 이에게 선물하고 싶어서다. 그동안 마음에 드는 책을 여러 권 사서 누군가에게 전한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내가 구입한 건 그림책이다. 그 ‘그림책’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문화예술공간 ‘집’에서 열린 전시회에서였다. ‘책문화공간 봄’이 기획한 행사장에는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자수책·서각·세밀화 등…

반려동물의 위상 |2020. 01.29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 만 명에 접어들었다.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도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관련 정책을 쏟아 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동물복지 종합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가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한 해 12만 마리가 넘을 정도로 급증…

‘해오름달’ |2020. 01.28

얼마 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1월을 뜻하는 순우리말을 묻는’ 퀴즈를 듣게 됐다. 그런 말이 있었나 골똘하게 생각하던 터에 ‘해오름달’이라는 정답에 귀가 번쩍 뜨였다. 궁금해서 사전을 뒤졌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말의 근거를 찾아보았다.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하는 임의진 목사가 일찍이 녹색연합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게재한 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