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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찬스 |2019. 10.23

로마시대 최고의 전성기를 ‘오현제(五賢帝) 시대’라고 한다. 네르바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다섯 명의 현명한 황제가 다스리던 시기(서기 98~180년)다.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넘쳐 흘렀던 시기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태평성대의 비결 가운데 하나는 부자 세습이 아닌 양자 상속에 있었다. 오현제 시대를 연 네…

금동신발 |2019. 10.22

마치 종이를 오려낸 듯하다. 투조(透彫)기법으로 구리판을 자유자재로 도려내 다양한 무늬를 형상화했다. 자세히 보면 반복되는 육각형 모양 속에 여러 가지 문양이 넝쿨처럼 디자인돼 있다. 봉황, 기린, 인면조(人面鳥)와 같은 상상 속의 동물이다. 압권은 왼쪽 금동신발 등에 달린 용머리 장식이다. 지난 주말, ‘나주 복암리 정촌고분-마한사람들, 큰 무덤에 함께 …

노벨위원회의 통찰 |2019. 10.21

“김대중은 강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인권을 제약하는 기도에 대항하는 보편적 인권의 수호자로 동아시아에서 우뚝 섰다. (중략) 김대중은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한 사이에 50년 이상 지속된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북한 방문은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과정에 주요 동력(動力)이 됐다. 이제 한반도에는 냉전이 종식되리란 희망이 싹…

‘3무’ 축구 |2019. 10.18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 교류의 물꼬는커녕 무관중, 무중계, 무득점의 ‘3무(無)’ 경기로 진행돼 실망이 컸다. 외신들도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열린 기이한 경기’ ‘가장 비밀스러운 월드컵 예선’ ‘기괴한 경기로 결과는 부차적이었다’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계방송이 없는 ‘깜…

공공의 적 |2019. 10.17

“너 같은 놈이 공공의 적이야.” 형사 강철중은 2002년 1월 조직폭력배, 사채업자, 패륜아 등에게 이 같이 일갈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국 영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개성이 강했던 강 형사는 그러나 그 자신 역시 ‘공공의 적’이었다. 노점상으로부터 뒷돈을 챙기고, 조폭의 마약을 가로채 되팔기도 했다. 때문에 직장(경찰서)에서도 가정에서도 환영받지 …

동맹(同盟) |2019. 10.16

시리아에서 미군의 지상군 역할을 하며 IS(이슬람국가)와 맞서 싸웠던 쿠르드족이 터키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미국이 ‘엄청난 돈이 든다’는 이유로 쿠르드 ‘동맹’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시리아 철군을 한 게 원인이 됐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미국과 ‘동맹’을 맺고 중동 지역에서 미군과 함께 IS와 치열한 전투를…

정치권의 시간 |2019. 10.15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벌써 반환점을 돌고 있는 이번 국감은 예견된 대로 그동안 조국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놓고 여야의 소모적 공방이 이어져 왔다. 민생·정책 감사 실종으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라는 국감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조 …

바이러스 |2019. 10.14

2015년 5월, 우리나라는 메르스 사태로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였다. 당시 중동을 방문하고 돌아온 감염자로 인해 바이러스가 급속히 전파된 탓이었다. 감염자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전 세계 이목이 우리나라에 쏠린 가운데 38명이 메르스로 사망했다. 한 번 걸리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메르스는 전쟁 못잖은 공포감을 주었다. 이 같은 충격은 메르스 사태 때뿐 아니라…

삼겹살 |2019. 10.11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먹는다는 돼지고기. 그중에서도 ‘최애’(최고로 사랑하는) 부위인 삼겹살이 대중화된 것은 불과 40년 안팎도 안 된다. 삼겹살은 제5갈비뼈나 제6갈비뼈에서 뒷다리까지의 등심 아래 복부 부위를 말한다. 지방과 단백질의 조화에 따른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매력이다. 지방 함량이 다소 높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돼지고기는 우리 국민이 …

활자와 타자기 |2019. 10.10

초등학교 시절 신문사를 방문해 아저씨들이 활자 뽑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원고 한 장씩을 손에 들고 빠른 손놀림으로 필요한 글자를 뽑아내는 게 퍽 신기했다. 다음 날 배달돼 온 신문을 보면서는 이전과 좀 다른 느낌을 받게 됐다. 어제 본 납활자들이 종이에 찍혀 어떤 ‘문장’을 만들어 내고 있었으니까. 2017년부터 진행되는 ‘오월 안부 프로젝트’는 옛 전…

공항 명칭 |2019. 10.09

국제공항의 이름은 대체로 지명(地名)과 인명(人名)을 따서 짓는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유명인들의 이름을 딴 공항이 많다. 미국 뉴욕의 JFK공항,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은 정치인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미국 뉴올리언스의 암스트롱공항, 영국 리버풀의 존 레논공항은 예술가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도시 이름이었다가 유명인의 이름으로 바꾼 공항도 있…

오방·석아·의재 |2019. 10.08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 의재미술관 2층 입구에 있는 낡은 나무 현판 하나. 한쪽 면에는 오방정(五放亭), 다른 면에는 석아정(石啞亭)이라 각각 새겨져 있다. 여기에는 오방 최흥종(1880~1966) 목사와 석아 최원순(1896~1936) 그리고 의재 허백련(1891~1977) 등 세 분의 자취가 서려 있다. 석아는 일본 와세대 대학 정치학부 유학 시절 ‘2·…

아고라 |2019. 10.07

“크리토여, 우리가 이스쿨라피우스에게 수탉 한 마리 값을 치르지 않은 것이 있다네. 잊지 않고 갚아 주기 바라네.” 크리토가 대답했다. “닭 값은 꼭 치르겠습니다. 또 다른 하실 말씀은 없으신지요?” 이 물음에는 대답이 없으셨고, 한참 있다가 그분의 몸이 한 차례 꿈틀 움직였다네. 집형인이 이불을 벗겨 보니 선생님의 눈길은 굳어져 있었고, 이것을 본 크리토…

갤러리와 소음 |2019. 10.04

2012년 1월 10일 미국의 뉴욕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 홀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뉴욕 필의 말러 교향곡 9번이 4악장 클라이맥스를 지나 섬세한 선율이 흐르는 순간. 객석 맨 앞줄 노신사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타악기 ‘마림바’ 소리였다. 지휘자 앨런 길버트는 연주를 중단하고 소동이 끝날 때까지 3~4분을 기다린 후에야 다시 연주를 이어 갔…

검찰 개혁 |2019. 10.03

견지법(見知法)이라는 게 있다. 관리들이 죄를 짓는 것을 보고도 방치한 경우 탄핵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한나라 무제 당시 어사대부를 지낸 장탕(張湯)이 만들었다. 이를 가혹하게 적용하며 승승장구한 장탕은 부하 직원의 무고에 자결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견지법은 지금의 불고지죄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상앙은 주민을 5호·10호씩 조직해 그 중 한 명이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