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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소설읽기의 즐거움 |2021. 09.23

오랜만에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을 만났다. 일본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가 쓴 ‘여름은 오래 그 곳에 남아’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건축학과를 막 졸업한 주인공 ‘나’가 존경하는 무라이 선생의 건축사무소에 취직하면서 펼쳐지는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무라이 선생이 설계한 별장으로 일터를 옮기는 무라이 건축사무소는 ‘나’가 …

미안한 추석 |2021. 09.17

“보내고도… 미안해.” 어제 친구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문자다. 오랜 벗인 그는 명절 때마다 선물을 보내온다. 사업을 하기에 평소 고마웠던 이들에게 선물을 보내는데, 품목을 고르는 데도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어느 해는 조기, 다음 해는 과일, 그 다음 해는 공산품 등…. 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을 고르느라 며칠을 고민하기도 한단다. 친구는 이번 …

배후지와 중심지 |2021. 09.16

독일 지리학자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은 도시 공간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자연조건·교통수단·접근성 등이 동일해야 한다는 등의 전제가 있지만, 중심지와 배후지를 설정해 도시 계층과 분포의 규칙성 및 중심지 기능 입지 등을 밝혀냈다. 고급 상가나 종합병원 등이 있는 고위 중심지와 소매 점포 등이 있는 저위 중심지를 구분한 뒤, 교통이 발달할수록 고…

프레임 |2021. 09.15

프레임(frame)은 기본 틀이나 뼈대라는 뜻인데 유난히 선거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본질을 희석시키거나 호도하는 데 악용되면서 정치권의 프레임 전략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로, 최근 검찰발(發) ‘고발 사주’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박지원 개입 의혹’을 말하며 역공에 나서고 있는 것을 …

정권 재창출 |2021. 09.14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초반 판세가 이재명 경기 지사의 ‘대세론’으로 흐르고 있다. 이 지사는 대전·충남, 세종·충북, 대구·경북, 강원 지역 경선에서 차례로 과반 지지를 획득했다. 이어 초반 판세의 분수령인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과반을 넘는 득표율(25만3762표, 51.09%)로 2위 이낙연 전 대표(15만3203표, 31.45%)를 10만 표 차이로 …

‘비나리패’ |2021. 09.13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변혁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러한 열망은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꾸려진 전남대 국문과 시 창작 동아리 ‘비나리패’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이들은 ‘삶으로의 예술 또는 운동으로서의 예술’을 주창하며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견지했다. 또한 구호보다는 삶에 뿌리를 …

‘침대축구’ |2021. 09.10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별 충돌도 없었는데 한 선수가 갑자기 쓰러져 고통을 호소한다.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한참 지나 의료 요원들이 선수를 옮긴다. 표정을 보면 큰 부상을 당한 것 같은데 아니다. 들것에 실려 나갔다가도 금방 멀쩡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 중 펼쳐진 이른바 ‘침대축구’의 한 장면이다. 침대축구…

카세트테이프 |2021. 09.09

지난 주말 계림동 헌책방 거리를 걷는데 어디선가 김광석의 노래가 들려오더니 곧바로 조용필의 노래가 이어졌다. 나도 모르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은 레코드 가게 ‘명음사’였다. 가게 밖에 놓인 스피커는 가요·클래식·경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내보내고 있었다. LP판매점인 명음사는 1980년 문을 연 뒤 남동성당 옆에서 오랫동안…

블랙 스완 |2021. 09.08

17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은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고정관념은 1697년 영국인 박물학자 존 레이섬이 호주의 한 호수에서 검은색 백조(블랙 스완)를 처음 발견해 학계에 보고하면서 깨졌다. 그 후 블랙 스완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에서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

‘초남이 성지’ |2021. 09.07

전주IC에서 멀지 않은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초남마을은 조선 최초의 천주교 신자 마을이다. ‘초남이 성지’ 입구에는 ‘호남 천주교 발상지 1784년’이라 새겨진 돌비석이 있다. 1784년은 신유박해(1801년) 때 순교한 유항검(세례명: 아우구스티노,1756~1801)이 조선 최초의 영세자이자 천주교회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이승훈(베드로)으로부터 …

역술적 판단 |2021. 09.06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을까. 그래서 정치는 가장 고난도의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나라를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와 함께 지금 국민의 마음이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

전자발찌 |2021. 09.03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전과자들이 이를 훼손한 뒤 주소지를 벗어나 행방을 감추거나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엔 의붓아버지가 20개월 된 딸에게 못된 짓을 한 데 이어 폭행으로 숨지게 하면서 화학적 거세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 주장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유아나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랬다. 온 국…

치우침의 해소 |2021. 09.02

사서삼경(四書三經)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할 동양의 고전이다. 사서(四書)는 대학·논어·맹자·중용이요 삼경(三經)은 시경·서경·역경(주역)을 말한다. 이 중 가장 읽기 힘든 게 서경(書經)이라고들 하는데, 워낙 방대한 내용인 데다 해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존 상태도 엉망이기 때문이다. 서경은 중국 고대 정치 문서를 편집한 책으로, 공자가 첫머리를 지었…

저출산 충격 |2021. 09.01

‘0.84’.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다.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사상 처음 1명 미만으로 떨어진 뒤 꾸준히 감소 추세다. 1명 미만은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둘째 이상을 낳지 않는 가구가 크게 늘어나는 한편 혼인 건수도 줄고 있는 탓이다.…

역사의 진전 |2021. 08.31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어느덧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잠룡들의 대선 티켓 확보를 위한 경쟁도 점차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부터 지역별 순회경선에 들어가, 결선투표가 없다면 10월 10일 후보를 선출한다. 이미 ‘경선 열차’를 출발시킨 제1야당 국민의힘도 오는 11월 5일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