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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검은 행진’ |2019. 08.26

“절대자인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불경스럽게 들리겠지만 이런 질문은 아주 오래전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초대 그리스도 교회가 낳은 위대한 사상가이자 ‘고백록’의 저자이기도 한 아우구스티누스가 이 질문에 대해 들었던 대답 중 하나를 농담조로 소개한 일화가 지금도 전해진다. “깊은 신비를 조사하려는 너 같은 자들을 위해 지옥을 …

푸스카스상 |2019. 08.23

골의 아름다움엔 차별이 없다. 남녀도 국적도 인종도 공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올해 가장 빼어난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푸스카스상 후보 열 명이 발표됐다. 여섯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메시, 태권도슛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을 노리는 즐라탄 등이 팬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후보엔 여자 선수 세 명이 포함되어 있지만 제1회 수상자 ‘날…

아파트 광풍과 일제 |2019. 08.22

‘예향’이라는 광주가 고층 사각형 건축물로 가득차고 있다. 올라가는 것은 아파트이며, 사라지는 것은 광주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 상가, 학교, 공원, 공장 등이 있었던 자리, 설령 그것이 광주의 역사, 광주의 문화, 광주의 정체성 등을 내포하고 있어도 순식간에 없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말 사용 중인 아파트가 998개 단지 …

의병(義兵) |2019. 08.21

“조선은 왜란과 호란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어요. 민초들이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으니까.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됐죠. 을미년의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일제 강점기 직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조선 침략을 준비하던 일본군의 모리 다카시 대좌의 대사다. 이 장면에서 …

조국 청문회 |2019. 08.20

8·2 개각에 따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 후보자가 가진 정치적 함의가 크기 때문이다. 그는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으로 기용됐을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최근 극일(克日) 최전선에서 여론전을 선도하며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그가 만약 인사청문회를 큰 내상 없이 통과하고 사…

아! 백범 김구 |2019. 08.19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드높여 과시할 만한 휘황한 깃발이 아니었다. 쫓기고 쫓겨나고 뭍에서 뭍에서 이리저리 피난하며 가까스로 지켜 온 찢겨진 깃발이었다. 누더기였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내릴 수 없는,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투쟁의 상징이었다.” 김별아의 소설 ‘백범, 거대한 슬픔’은 위대한 인간이 운명처럼 맞서야 했던 역사적 행…

죽음의 계곡 |2019. 08.16

전국적으로 이름난 계곡이 많지만 광양 백운산 계곡만큼 크고 아름다운 곳은 드물다. 전남도가 ‘시원하게 빠져 보는 남도 여행’을 테마로 백운산 계곡을 7월 관광지로 추천한 것만 봐도 이곳이 피서지로서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백운산 계곡은 성불·동곡·어치·금천 등 4대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여㎞에 걸쳐 남과 동으로 흘러내리며 기암괴석의 …

‘못난 조상’ |2019. 08.15

아주 오래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다큐 ‘낮은 목소리’(1995·변영주 감독)를 봤을 때 가장 마음에 남는 이는 김순덕 할머니였다. 조용조용한 성품의 할머니는 항상 웃는 얼굴에 늘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그린 ‘그림’을 접하곤 마음이 착잡해졌었다. 꽃피는 어느 날,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

386 꼰대론 |2019. 08.14

요즘 유행하는 ‘꼰대 판별법’이 있다. “우리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바로 꼰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꼰대 판별법에 의하면 386세대들도 꼰대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386세대는 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다. 이들이 30대이던 1990년대 만들어진 말로, 50대가 된 지금은 이들을 가르켜 586이라고 부르지만…

동네 미술관 |2019. 08.13

그림 속에서 할머니 두 분이 햇빛을 가리기 위한 큰 모자를 쓰고 대파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한 분은 쭈그려 앉아 대파를 뽑는데 다른 한 분은 선 채로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작업을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간다. “허리 아픈디 앉아서 뽑지 그라요?” “앉아서 일하믄 무릎이 더 아픈께요잉-” ‘농부 화가’ 김순복(62) 씨의 그림에 담긴 농촌의…

투사(投射) |2019. 08.12

타인을 평가한다는 것은 결국엔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남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그리고 장점보다는 단점 위주로 이뤄지게 마련이어서 점수도 박한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은 원래 불완전한 데다, 평가라는 작업 자체가 ‘갑의…

방사능 올림픽 |2019. 08.09

올림픽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국제 스포츠 축제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한데 모여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기량을 겨룬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젊은이들이 정정당당히 싸우는 스포츠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다. BC 77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된 고대 올림픽은 1896년 근대 올림픽으로 부활해 내년 도쿄에서 32회째를 맞…

무한의 가치, 섬 |2019. 08.08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영토 분쟁이 발생한 지역은 대략 60∼70곳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인도의 국경 분쟁과 인도·파키스탄의 카슈미르를 제외하면 대부분 섬과 관련돼 있다. 영국·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중국·베트남·필리핀의 난사 군도, 중국·일본의 조어도(센카쿠), 러시아·일본의 쿠릴 열도 등이 대표적이다. 섬이 뒤늦게 분쟁의 대상이 되는 이유…

표현의 부자유 |2019. 08.07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로 꼽히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강제로 중단됐다. 일본 정부 및 정치권의 압박과 극우 단체의 협박으로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함께 지키던 소녀상은 전시 사흘 만에 강제 철거되고, 해당 전시도 중지됐다. 이번 전시회는 ‘표현의 자유, 그 후’라는 주제로 소녀상 등 일본 정부의 외압과 제재로 그동안 제대로 전시…

오만과 경쟁 |2019. 08.06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고질(痼疾)인 ‘오만병(病)’이 다시 도질 태세다. 경쟁 상대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로 바닥을 헤매면서 민주당 독점 구도가 다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내년 총선 ‘호남 싹쓸이’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과거의 공식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