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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고
불문마 |2019. 04.12

대형 건물 화재나 산불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때 흔히 거론되는 ‘불문마’(不問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말(馬)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라는 뜻인데 사람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단어는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論語) ‘향당편’(鄕黨篇)에 나오는 구절(‘廐焚 子退朝曰 傷人乎 不問馬’)에서 연유한다. 이 문장은 ‘마구간에 불이 …

제2의 농업 혁명 |2019. 04.11

경부선을 중심으로 한 공업화 시대에 농도(農道) 전남은 소외의 대명사였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는 형편없이 낮았고 값싼 수입산까지 밀려들었다. 많은 농민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고향을 떠나야 했다. 전남의 전성시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종이 친히 ‘조선의 보고(寶庫)’라고 칭할 만큼 농수산물 생산량이 압도적인 때가 있었다. 1941년에는 인구가 265만…

문학적 표현 |2019. 04.10

시·소설·수필 등 문학 작품은 작가의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다. 당연히 작품 속에 팩트(사실)를 담기보다는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일이나 작가의 생각을 담아낸다. 작품 속의 표현은 그래서 사실과 다르더라도 팩트를 다루는 기사와는 달리 용인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들은 창작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이들의 ‘문학적 표현’조차 가끔은 국민들의 눈높이와…

임시정부 100년 |2019. 04.09

“그는 자신에게 일렀다. ‘길이 보이는 한, 난 망명객이다. 내가 나일 수 있는 땅을 찾아가는 망명객이다.’ 배낭을 추스르고서, 그는 먼 대륙을 가는 첫 걸음을 떼어 놓았다.” 소설가 복거일이 1987년 발표한 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 마지막 문장이다. ‘경성(京城), 쇼우와 62년’이라는 부제를 단 이 소설은 실제 역사가 아니라 ‘대체 역사’(alt…

사회의 진화 |2019. 04.08

‘사건 지평선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을 사용해 블랙홀을 관측해 온 유럽 남방 천문대가 오는 10일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혀 ‘우주의 비밀’이 일부나마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블랙홀은 거대한 무게를 지닌 별들이 연료가 떨어져 붕괴되면서 만들어진다. 별이 스스로의 엄청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어마어…

|2019. 04.05

영국 작가 닉 혼비의 자전적 소설 ‘피버 피치’는 열렬한 팬덤에 대한 보고서다. 열한 살 때 아버지를 따라 하이버리에 갔다가 축구에 매혹된 그는 그야말로 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삶을 산다. 데이트보다 축구가 우선이며, 경기가 있는 날엔 흥분을 억누르지 못해 아침부터 경기장에 가고, 결국 홈구장 근처로 이사까지 했다. 심지어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전일빌딩 |2019. 04.04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예요.” 광주일보에 입사한 후 누군가 회사 주소를 물을 때면 괜히 뿌듯해지곤 했다. 광주사람들에게 ‘금남로’는 단순한 도로명을 넘어 광주의 역사를 품고 있는 심장부 같은 공간이어서다. 회사가 이전 할 때 이 주소를 두고 가는 게 많이 허전했다. 5·18현장이었던 전일빌딩은 지금 한창 리모델링중이다. 내년 3월 재오픈하는 전일…

인사 청문회 |2019. 04.03

국회가 또 시끄럽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언제쯤에나 국회가 정상화될지 걱정스럽다. 민생 법안은 뒷전인 채 선거제 개혁 등으로 맞붙었던 여야가 이번에는 ‘인사 청문회 후폭풍’을 맞으면서 3월 임시국회도 ‘빈손 국회’로 막을 내릴 판이다. 여야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청문 보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힘 대결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조동호…

벚꽃 |2019. 04.02

지난주 제주도 왕벚꽃 축제에 다녀왔다. 벚꽃은 봄날,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로 방문객들을 반겼다. 시인 최원정은 벚꽃을 애간장 녹이는 ‘앙큼한 사랑’으로 묘사했다. “햇살 한 줌에/ 야무진 꽃봉오리/ 기꺼이 터뜨리고야 말/ 그런 사랑이었다면/ 그간 애간장은/ 왜, 그리 녹였던 게요(중략)/ 한줄기 바람에/ 미련 없이 떨구어 낼/ 그 야멸찬 사…

‘외로움부 장관’ |2019. 04.01

정부 조직 가운데 ‘외로움부’라는 행정 부처가 있는 나라가 있다. 한때는 산업 혁명을 이끌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의 얘기다. 지난해 1월 영국 총리 테레사 메이는 이색적인 각료를 임명했다. “외로움부 장관으로 트레이시 크라우치를 임명합니다. 그녀는 영국 정부가 주요 의제로 삼은 ‘외로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영국 정…

박수 통과 |2019. 03.29

기쁠 때나 감동했을 때, 찬성을 표시하거나 상대를 축하할 때, 또는 환영할 때에 박수를 친다. 상황에 따라 이처럼 조금씩 다르긴 해도 박수는 상대방과의 소통이자 교감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성을 띤 행동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 뜻이 좋은 행동이라 해서 반드시 선의로만 사용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일찍이 고대부터 정치인이나 예술인들은 박수…

꽃을 든 남자 |2019. 03.28

사랑과 감사와 존경을 담아 보내는 선물로 꽃만 한 것이 없다. 옛 문헌에 종종 보이는 헌화가(獻花歌)에도 꽃을 매개로 한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붉은 바위 끝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신라 시대 향가로,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헌화가다. 신라 성덕왕 때 수로부인이 바닷가 절벽의 철쭉꽃을 갖고…

약발없는 주택정책 |2019. 03.27

주택 정책, 조금 더 좁혀 보면 아파트 정책은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약발이 듣지 않는 대책을 내놓은 것인지, 아파트 불패의 벽이 너무 두터운 것인지 알 수 없다. 여하튼 아파트는 여전히 부의 상징이며 원천이다. 미래 가장 믿을 만한 재산 증식 수단인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경기 부양과 연동해 아파트 정책을 펴 왔다. 도시에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

미륵사지 서탑 |2019. 03.26

“탑은 남으로 반면(半面)을 남기고 북으로 반신(半身)은 무너져 세멘트로 멋업게 분장(粉粧)하야 실로 반신불수가 되엇스나 고(高·높이)가 43척(尺)이오 주위 백척에 달하는 화강암의 건조로 초석만 잔재한 미륵사의 폐허에 마왕가티 용립 하얏스니…” 1928년 7월 23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마한 고도행(古都行) 3’ 기사 중 일부다. ‘이리 PH생’이라는…

콩깍지 |2019. 03.25

요즘 신문과 방송을 보노라면 그동안 눈에 씌었던 콩깍지가 ‘툭’하고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치 있는 입담과 감칠맛 나는 노래, 심금을 울리는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왔던 연예인들이 자고 일어나면 구속되는 세상이 됐다. 혐의도 음주 운전이나 도박처럼 비교적 ‘익숙한’ 것들이 아니라 마약, 성매매 알선, 불법 동영상 유포와 같이 ‘낯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