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무등고
작법자폐 |2021. 04.02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정치가인 상앙은 법치주의 정치를 펼쳐 진나라의 천하통일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10년간 재상으로 있으면서 강력한 법 집행으로 인해 기득권 세력은 물론 서민들에게까지 원한을 사기도 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따르면 상앙은 원래 위(衛)나라 사람이었으나 진나라 효공에게 발탁돼 두…

다시, ‘우트와트’ |2021. 04.01

돈을 향한 인간의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끝이 없다. 단기간에 쉽게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은 투기로 이어지고, 안전하게 고수익을 얻고자 불법과 탈법이 난무한다. 정부나 지자체의 개발과 계획에 대한 정보를 독점한 이들은 그동안 손쉽게 부를 일궜다. 부실한 법과 제도는 벼락부자들을 양산해 내는 데 일조했다. 신도시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19세기 영국의 에벤에저…

개소리 |2021. 03.31

‘개소리’는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조리 없고 당치 않은 말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진실이나 거짓 어느 쪽으로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허구의 담론으로 정의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판치고 있는 ‘가짜뉴스’를 통틀어 지칭하기도 한다. 퓰리처상과 국제엠네스티 저널리즘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은 최근 ‘개소리는 …

미얀마의 봄 |2021. 03.30

미얀마에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꽃들이 무수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 27일만 해도 군경이 거리로 나온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전국에서 최소 114명이 숨졌다. 지난달 1일 군부의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시민들이 희생된 것이다. 이날은 ‘국군의 날’이었다. 군부는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한편 공영방송 등을 통해 유혈 진압을 예고했다. 하지만…

‘미나리’의 언어 |2021. 03.29

아카데미상 여섯 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가 연일 화제다. 어제 누적 관객 수 8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올해 첫 한국영화 100만 관객 돌파도 예상된다. 할머니 역을 맡은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엔 ‘미국 이민 이야기’라는 제한적인 소재 때문에 국내 관객들의 공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

‘반쪽 올림픽’ |2021. 03.26

“40년마다 한 번씩 올림픽에 저주가 일어난다.” 아소 다로 전 일본 부총리의 말이다. 194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뒤 개최권을 반납했다. 이후 40년 만인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반발로 한국을 비롯한 62개국이 불참해 ‘반쪽 대회’로 치러졌다.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은 세계적인…

그 때 그 영화 |2021. 03.25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던 영화인데도 이런 저런 이유로 관람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나에겐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3부작도 그런 영화다. 그동안 TV 등에서 숱하게 상영됐지만 스케일이 큰 영화인 터라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리라 고대했었다. 그러다 마침내 올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3부작이 한꺼번에 재개봉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3일 연…

만평 논란 유감 |2021. 03.24

‘왈순 아지매’로 유명한 시사만화가 정운경은 “사설이 쓰지 못하는 기사는 칼럼이 쓰고, 칼럼이 쓰지 못하는 것은 만화에서 다룬다”는 말로 시사만화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신문에 실리는 시사만화의 매력은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에 있다. 글의 힘을 강조할 때 ‘칼보다 펜이 강하다’고 하는데 ‘펜보다 강한 것이 붓’이란 말에서 시사만화의 영향력을 짐작할…

예술가의 위로 |2021. 03.23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지난 18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광주 시립 국악관현악단(상임지휘자 한상일) 제125회 정기 연주회 무대에 오른 ‘우리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72)은 세 번째 곡으로 ‘찔레꽃’을 불렀다. 열다섯 가…

강요된 권력 |2021. 03.22

에덴동산을 떠나가는 아담과 이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대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약속을 깨뜨리고 선악과를 따 먹은 두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꼈을까? 아니면 ‘호기심으로 뭉친 인간이 결국 선악과를 따 먹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났을까? 그도 아니라면 금지된 과일을 에덴동산에 방치해 둔 부주의를 자책하고 있었을까? 신화를 읽은 사람이라면 뇌리…

‘환상 여행’ |2021. 03.19

중장년 세대에게 로봇은 꿈 많던 어린 시절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4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로봇하면 아톰이나 마징가 제트, 태권브이를 떠올렸다. 그 당시 만화들이 그려 낸 수준의 로봇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상 곳곳에 로봇이 가까이 존재한 적은 없었던 듯하다. 특히 공장의 생산 로봇부터 청소 로봇, 말하는 AI 로봇, 수술 로봇 등에…

실패한 인사 |2021. 03.18

사람을 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일의 성공과 실패는 사람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에 달려 있지만 이를 제대로 잘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적 관계나 호불호 등 다양한 이유로, 능력도 없는 어설픈 사람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잘못된 인사 기준이 관례가 되면 능력도 없는 사람이 높은 의자에 앉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것…

부동산 적폐 |2021. 03.17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농부들이 하는 말이 아니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굳게 믿고 있는 말이다. 땅에 투자하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수익을 낼 수는 없다. 하지만 리스크가 적고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은 여전히 인기 있는 재테크 상품으로 꼽힌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은 땅 투자의 방향을 잡을 때, 늘 정부의 정책 방향을 …

민심의 역린 |2021. 03.16

입시·병역·부동산 문제는 ‘민심의 3대 역린(逆鱗)’으로 꼽힌다. 역린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군주(민심)의 노여움을 지칭하는 말이다. 정치사를 보면 민심의 역린을 건드린 정권은 톡톡한 대가를 치렀다. 비근한 예로 불과 4년 전, 비선 실세 자녀의 입시 부정 문제로 촉발된 민심의 분노는 박근혜 정부를 비참하게 무너뜨렸고, 촛불 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

시 한 줄의 값 |2021. 03.15

윤동주를 비롯해 ‘시인들이 흠모한 시인’이 있다.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에 연극 등 문화에 조예가 깊었던 백석(1912~1996)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그는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토속적인 언어와 세련된 감각으로 1930~40년대 시단을 풍미했다. 백석은 젊은 시절 자야(子夜·김영한)라는 여인과 애틋한 사랑을 나눴다. 20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