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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광장
호남의 3걸(傑)을 아는가 |2017. 06.26

“우리 호남 지역은 옛날 이래 충신(忠臣)·의사(義士)들의 연수(淵藪)였다” 200년 전 강진에 귀양 살던 다산 정약용이 했던 말이다. ‘연수’란 연못과 숲이라는 뜻이니 물고기가 모여 있는 연못이자 짐승들이 모여 사는 숲속으로 충신·의사들이 떼를 지어 살아가던 곳이라는 뜻이다. 다산은 또 말했다. “호남 사람들은 나라에 큰 난리가 있을 때마다 의병을 일으켜…

부모라는 이름의 외로운 별들 |2017. 06.19

초등학교 엄마들은 젊고 의욕적이다. 아이 교육에 관심이 높아 학교 일이나 학부모 모임, 좋은 정보 찾기에 열정을 쏟는다. 대체로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하지만 딱 하나 해 주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 주고 자기만의 시간 속에 내버려 두는 일이다. “주말에 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에 간다고 하는데, 아무…

분노, 그 용기와 폭력의 위험한 경계 |2017. 06.12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분노에 관한 시구로 시작한다. 최고의 영웅들을 통해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다루는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으로 그리스 연합군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장군이지만 전투에 나가지 않는다. 총사령관 아가멤논…

사람은 언제 바뀔까? |2017. 06.05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학창 시절의 추억에 이어 가족들 이야기로 넘어갔고 이내 새 정부 출범에 대한 주제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때 오랜만에 모임에 나온 친구 녀석이 “와∼! 우리 나이가 벌써 쉰이 넘은 거야!”라고 소리쳤다. 건너편의 또 다른 친구가 “왜 그래, 쉰 넘은 지가 언제인데…. 네 나이도 몰라?”라면서 면박을 주었다. 그는 정말 자신의 …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호남 사람들 |2017. 05.29

역사란 참으로 엉뚱한 경우가 많다. 일제 식민지의 불행한 시대에 왜놈 헌병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독립투사들이나 고발하던 반역자들이 어떻게 잘못되어 독립유공자로 변신한 뒤 세상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혁혁한 업적과 지대한 공을 세웠지만 기록이 자세하지 못하고 자료가 보관되지 않아 역사에 전혀 이름을 전하지 못하는 억울한 처지에 놓이고 마는…

오월의 기쁨 한 송이 |2017. 05.22

인디언 달력으로 5월은 ‘오래전에 죽은 이를 생각하는 달’이라고 부른다. ‘큰 잎사귀의 달, 기다리는 달, 씨앗과 물고기와 거위의 달’이라는 다른 이름도 있지만 나는 왠지 이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이라서,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 내는 5월이라서, 멀리 떠난 이들이 더욱 그리워…

진정한 광장을 위하여 |2017. 05.15

“어느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하느냐에 있다.” 최인훈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광장’(1960)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이 특별한 울림을 주는 까닭은 거칠고 사나웠던 겨울바람을 이겨 낸 광장에 대한 우리의 바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제 광장은 긴 산고 끝에 ‘광장의 대…

꿀벌에게 배운다 |2017. 05.08

과연 민주주의는 인간만의 전유물일까? 꿀벌 사회는 흔히 여왕벌이 통치하는 왕정체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꿀벌 사회는 놀라울 만큼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꿀벌들이 미래의 보금자리를 결정할 때의 과정을 보자. 먼저 정찰대 벌들이 나서서 새 둥지에 알맞은 곳을 알아보러 다닌다. 그리고 돌아와서 일벌들에게 후보지…

명(命)이 짧았던 호남 사람들 |2017. 05.01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라는 멋진 말은 진리에 가까운 의미이다. 천재 시인으로 크게 이름이 알려진 백호 임제(林悌:1549∼1587)는 비록 서른아홉에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뛰어난 예술작품인 한글 시조나 한시(漢詩) 때문에 영원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뛰어난 한문 소설 몇 편 또한 예술인 백호를 잊지 못하게 해주는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예술과는 …

손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 |2017. 04.24

그녀가 처음 서류 한 장을 들고 찾아온 날을 선명히 기억한다. 점심시간이었고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오후에 보자고 했는데 그녀는 우두커니 밖에서 기다렸다. 그래서 점심 식사를 미루고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동사무소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고, 노인장애인과에 서류를 넣기 전에 가능성을 타진하러 온 참이었다. 뇌병변 2급 판정을 받은 그녀를 선…

야만의 시간에 사람다움을 생각한다 |2017. 04.17

“사랑하는 아들을 품에 안고 실컷 울 수만 있다면 아킬레우스가 나를 당장 죽여도 좋소.” 트로이 전쟁에서 적장의 손에 비통하게 죽은 자식을 두고 어느 아버지가 한 말이다. 이 불행한 아버지의 아들이 ‘일리아스’의 영웅 헥토르다. 죽은 아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아버지는 살아 있는 것이 더 괴롭다. 이 아버지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죽은 아들을 다른 세상…

만일 맹자가 투표를 한다면 |2017. 04.10

“이게 나라냐?” 광장의 촛불 민심을 이보다 잘 대변해 주는 문구가 있을까 싶다. 이 다섯 글자 안에는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과 참담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자존감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국가의 품격에 기초한 사회적 자존감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무너진 자존감은 그…

공렴(公廉)으로 벼슬했던 호남 사람들 |2017. 04.03

“호남에는 예로부터 뛰어나며 어질고 준수한 선비들이 많았다.” 조선 중기의 거유 우암 송시열이 했던 말이다. 우암의 제자 지촌 이희조는 “옛날부터 호남에는 대체로 유학자들이 많았다”라고 말하여 호남에는 오래전부터 어진 선비나 유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이러한 말들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몇몇 선비나 유학자들을 거론하여 호남의 의리 정신…

도서관의 봄 |2017. 03.27

자박자박 봄비가 온종일 내렸다. 도서관 마당의 키 큰 생강나무도, 울타리를 껴안은 키 낮은 개나리도, 까치발하듯 꽃대를 올린 수선화도 모두 아스라한 노란빛으로 젖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힌다고 했는데, 도서관의 봄은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이 열어젖힌다. 후두둑 빗방울처럼 몰려온 아이들,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는 저 웃음이야말로 봄이다. …

그렇게 노예가 주인이 된다 |2017. 03.20

자의식이 강한 요즘 사람들에게 주인으로 살래? 노예로 살래? 라고 묻는다면 듣게 될 답은 뻔하다. 주인의 삶이 아니고 노예의 삶을 자발적으로 택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사람은 마땅히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예는 무능하고 의존적이어서 자율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