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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손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 |2017. 04.24

그녀가 처음 서류 한 장을 들고 찾아온 날을 선명히 기억한다. 점심시간이었고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오후에 보자고 했는데 그녀는 우두커니 밖에서 기다렸다. 그래서 점심 식사를 미루고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동사무소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고, 노인장애인과에 서류를 넣기 전에 가능성을 타진하러 온 참이었다. 뇌병변 2급 판정을 받은 그녀를 선…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야만의 시간에 사람다움을 생각한다 |2017. 04.17

“사랑하는 아들을 품에 안고 실컷 울 수만 있다면 아킬레우스가 나를 당장 죽여도 좋소.” 트로이 전쟁에서 적장의 손에 비통하게 죽은 자식을 두고 어느 아버지가 한 말이다. 이 불행한 아버지의 아들이 ‘일리아스’의 영웅 헥토르다. 죽은 아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아버지는 살아 있는 것이 더 괴롭다. 이 아버지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죽은 아들을 다른 세상…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만일 맹자가 투표를 한다면 |2017. 04.10

“이게 나라냐?” 광장의 촛불 민심을 이보다 잘 대변해 주는 문구가 있을까 싶다. 이 다섯 글자 안에는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과 참담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자존감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국가의 품격에 기초한 사회적 자존감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무너진 자존감은 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공렴(公廉)으로 벼슬했던 호남 사람들 |2017. 04.03

“호남에는 예로부터 뛰어나며 어질고 준수한 선비들이 많았다.” 조선 중기의 거유 우암 송시열이 했던 말이다. 우암의 제자 지촌 이희조는 “옛날부터 호남에는 대체로 유학자들이 많았다”라고 말하여 호남에는 오래전부터 어진 선비나 유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이러한 말들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몇몇 선비나 유학자들을 거론하여 호남의 의리 정신…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도서관의 봄 |2017. 03.27

자박자박 봄비가 온종일 내렸다. 도서관 마당의 키 큰 생강나무도, 울타리를 껴안은 키 낮은 개나리도, 까치발하듯 꽃대를 올린 수선화도 모두 아스라한 노란빛으로 젖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힌다고 했는데, 도서관의 봄은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이 열어젖힌다. 후두둑 빗방울처럼 몰려온 아이들,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는 저 웃음이야말로 봄이다.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그렇게 노예가 주인이 된다 |2017. 03.20

자의식이 강한 요즘 사람들에게 주인으로 살래? 노예로 살래? 라고 묻는다면 듣게 될 답은 뻔하다. 주인의 삶이 아니고 노예의 삶을 자발적으로 택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사람은 마땅히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예는 무능하고 의존적이어서 자율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기쁨과 즐거움의 차이 |2017. 03.13

서울대 심리학과 민경환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말 중에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약 434개에 달한다. 그 중에 사랑·행복·기쁨처럼 ‘쾌’(快)를 표현하는 말은 전체의 30%가 안 되고 슬픔·참담함·화 등 ‘불쾌’(不快)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70%를 넘는다. 그 많은 감정 단어 중에 우리가 느끼거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몇 개나 될까? 예를 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대제학 벼슬도 양보한 호남 사람 |2017. 03.06

사람은 본디 두 가지의 큰 욕심을 지니고 살아간다. 재물에 대한 욕심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그것이다. 그 두 가지 욕심은 본능에 가까울 정도여서 인격의 수양과 인성의 도야를 통한 절제가 없다면 그 두 욕심의 함정에 빠져 인간다운 삶을 구현하기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인격과 인성의 수양과 도야를 통해 두 욕심을 제어할 줄 아는 삶을 살…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2017. 02.27

도서관 공사 중이다. 냉난방기, 화장실, LED램프, 보일러 배관 따위의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손본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개선을 위해 시간을 아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일정을 잡고 보니 봄방학. 그래도 새 학기 시작하기 전에 깨끗하게 단장하고 아이들을 맞이하려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도서관 문을 닫는다고 알리고 도서 반납 기간도 연장하고 다시 만나자…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양치기는 어떻게 왕이 되었나? |2017. 02.20

반지(斑指)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액세서리다. 반지 중에서 가장 특별한 반지는 아무래도 ‘기게스’의 반지일 것이다. 기게스의 반지는 마법을 부린다. 이 반지를 끼는 사람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감출 수 있다. 흥미롭게도 ‘기게스의 반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은 서양 철학자 중 최고라고 하는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국가’라는 유명한 고…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신발장을 열면서 |2017. 02.13

“아휴! 무슨 남자 신발이 여자보다 더 많아! 안 신는 것은 좀 버려!” 신발장을 열어 본 아내가 한 소리를 한다. 얼마 전에 선물 받은 트레킹화 때문에 신발장이 더 빼곡해졌다. 사실 내 신발이 많기는 하다. 운동화, 정장 구두, 끈 없는 로퍼, 등산화, 여러 개의 트레킹 신발 등등. 몇 년 전부터 걷기에 재미가 들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걷기 용도의 신발이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거짓말 공화국 |2017. 02.06

인류 역사의 발전에서 ‘공화국’이라는 단어처럼 혁명성을 지닌 말은 찾아내기 힘들다. 멀리 가지 않고 동양으로 좁혀 보더라도 수천 년 동안 왕조 전제국가이던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을 통해 왕조국가에서 공화국이라는 혁명적인 나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인간 해방의 찬란한 빛이자 중국이 혁명되던, 확실한 역사의 대장정이었다.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나라 이…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태어난 아이’ |2017. 01.23

아주 특별한 그림책이 재출간되었다. 독자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절판의 운명을 넘어 다시 우리 곁에 온 ‘태어난 아이’는 ‘백만 번 산 고양이’로 유명한 ‘사노 요코’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내놓는 책마다 독특한 발상과 깊은 통찰, 개성적인 그림으로 큰 감동을 안겨 주었던 그녀가 이미 자기 별로 돌아갔으니 ‘요코 스타일’의 유머와 독설, 거짓 없는 야유는 더 이…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7. 01.16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새해를 맞으면서 떠올리게 되는 물음이다. 130여 년 전 러시아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가 혼란과 탐욕으로 가득한 세상을 향해서 던진 물음이기도 하다. 2017년 새해에는 이 물음의 의미가 여느 때보다 더욱 각별하고 절절하다. 웬만해서는 이 물음에 답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각자가 다른 삶을 살아가니 같은 답을 기대할 수도 없다. 또 …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꼰대는 가라! |2017. 01.09

낮 시간인데 중학생인 큰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다. 두어 시간이 넘어가자 스멀스멀 잔소리가 올라온다. 불편한 심기를 담아 불러 본다. “아들! 뭐해?” 대답이 없다. 재차 묻는다. “뭐 하냐고?” 아들은 고개도 안 돌리고 대답한다. “아무것도 안 해!” 나는 곧장 되묻는다. “왜?” 질문이 짧아서인가. 돌아오는 대답도 짧다. “그냥!” 이쯤 되면 슬슬 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