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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광장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시간은 두 얼굴로 다가온다 |2017. 12.04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해도 흔히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라고 여긴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달력이 동일한 의미의 숫자로 채워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기 쉽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인들에 의하면 시간에는 두 종류가 있다. 기계적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간이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

[문요한 정신과 의사] 부른 소리 하고 있네 |2017. 11.27

후배를 만났다. 40대 후반의 병원장이다. 7∼8 년 전에 재정이 어려운 병원을 인수해서 한동안 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워낙 실력 있고 성실한 친구라서 병원은 안정을 찾아 갔다. 그런데 정작 안정이 되고 나자 작년 말부터 일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너무 지친 것이 아닌가 싶어 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다시 병원에 나가게 되면 진료하…

[월요광장-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대인 홍남순 변호사 |2017. 11.20

다산 정약용은 오래 전에 아끼는 제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만약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만 뜻을 두고서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려 한다면 죽어서 시체가 식기도 전에 벌써 이름이 없어질 것이니, 이는 금수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살기를 원할텐가?”라고 말하여 죽은 뒤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역사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의미 깊은 글을 남겼…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그러니까 기적은… |2017. 11.13

도서관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마당의 회랑 너머엔 두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기적은 시작된다’는 표지석이 있는 소나무는 개관 기념으로 심은 나무다. 10주년 기념으로 심은 금목서 아래엔 ‘나무를 적시는 이슬처럼’이라는 돌이 놓여 있다. 가끔씩 이 뜻깊은 나무 그늘에 기대어 도서관을 만들고 가꾸어 온 사람들을 생각한다. 도서관이 열네 살 생일을 맞았다…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타인의 시선, 지나치거나 부족하거나 |2017. 11.06

사람이란 무릇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애써 배우지 않고도 저절로 알게 되는 상식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사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존재라고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늘 불편함과 고통스러운 일에 직면하는 일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지나치거나 부족한 타인의 시선이다. 모든 사람은 관계 속…

[문요한 정신과 의사] 야구가 뭐라고! |2017. 10.30

며칠 전 일이다. 집에서 야구 중계를 보고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아니, 왜 그렇게 선수들한테 화를 내. 잘하는 날도 있고 못하는 날도 있지. 응원하려고 보는 거 아니야.” 순간 멈칫했다. 나도 모르게 부진한 선수들을 보며 혀를 차고, 한숨을 쉬고, 혹은 심하게 질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맞다. 난 평소보다 흥분하고 있었다. 코리안 시리즈라서 시즌…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굶어 죽어도 창씨개명은 못한다 |2017. 10.23

우리 민족이 당한 최고의 수모는 병자호란 때 인조가 삼전도에 나와 청나라에 무릎 꿇고 항복한 사실이다. 그보다 더 비참한 수모는 왜놈에게 나라를 빼앗긴 일이다. 나라 없는 민족의 서러움도 참아내기 어려운 일인데, 민족의 근원과 뿌리까지 말살해버린 창씨개명이야말로 모든 수모와 수치 중의 극점이었다. 일제 말기, 조선인으로 누구라는 이름이 있는 사람이면 왜정에…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가을, 반짝이는 것들에 대하여 |2017. 10.16

금목서 향기가 가만가만 번지는 도서관의 오후, 책을 읽다 눈을 감으면 살랑이는 바람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 위를 어름어름 놀다 가는 햇살이 곱다. 비밀의 정원 장독대 옆엔 구절초 껑충 키를 돋우고, 마당에 씨 떨어져 다시 피어난 봉숭아 꽃 무리가 환하다. 멋쟁이 나비가 날다간 배추 잎사귀 그늘은 그윽해서 숨을 쉴 때마다 가을빛이 스며드는 것만 같다. “아…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삶이란 대화하는 것이다 |2017. 10.02

“삶은 본성상 대화적이다. 산다는 것은 대화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철학자, 인문학자이며 비평가인 미하일 바흐친(1895~1975)이 한 말이다. 그는 뛰어난 도스토예프스키의 연구가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다름 아닌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이 짧고 간결한 문장이 혼란스러움과 더불어 부끄러움을 일으킨다.삶을 대화로 바라보는 이 시선은 …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명절의 종말 |2017. 09.25

이제 곧 추석 연휴다. 길이 막혀도 사람들은 고향을 찾을 것이고, 며칠 동안 서너 세대가 모여 대가족 생활을 보낼 것이다. 그 끝은 어떨까? 가족과 친지간의 따뜻한 정을 나누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귀경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는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마저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며 실망할 것이고, 누군가는 며칠 동안 음식을 장만하고…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목은 베더라도 머리털은 못 자른다 |2017. 09.18

조선이라는 나라가 망해 가던 무렵,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글자나 알던 지식인이나 선비들이라면 바르게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생업이라고는 1차산업인 농업에 의존한 가운데 3강5륜을 위반하지 않으려고 예의범절에 부족함이 없이, 씨족끼리 집성촌을 이루며 유교적 세계관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던 세월이었다. 어느 날 서구의 제국주의 세력이 …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괜찮아, 읽고 싶은 걸 읽어! |2017. 09.11

독서의 달 9월, 지난 한 주는 ‘금서 읽기 주간’(BBW, Banned Books Week)이었다. “괜찮아, 네가 읽고 싶은 걸 읽어. 누구나 어디서나 읽고 싶은 걸 읽을 권리가 있어”라는 포스터를 내걸고 전국의 공공 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에서 역사상 금서가 되었던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 표현의 자유, 독서와 도서관의 자유를 생각하면서. 동서고금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희망, 함께 가는 길 위에서 보인다 |2017. 09.04

어떤 것을 희망하는 것은 사람의 많은 능력 중에서도 가장 사람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오직 사람만이 희망할 줄 알고, 이 희망을 통해서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좁혀 나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희망이란 단어처럼 종잡기 어려운 것도 드물다. 희망은 틀림없이 당장 겪고 있는 고통을 견디고 더 노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동시에 희망…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삶은 직선이 아니다 |2017. 08.28

전 세계적으로 정신질환은 시골보다 도시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특히 공황장애를 비롯한 각종 불안 장애는 더욱 더 그렇다. 왜 도시에서는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높을까? 왜 도시인들은 더 불안할까? 밀집된 공간, 경쟁과 비교, 범죄, 외로움, 자연과의 단절, 소음과 각종 공해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그런데 학자들은 또 하나의 이유로 직선의 건축물을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망국의 분노에 목숨을 끊다 |2017. 08.21

지·인·용(智·仁·勇)은 삼덕(三德)이라 하여 인간이라면 지녀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지만, 그중에서도 용(勇), 즉 용기야말로 저절로 지녀지는 것이 아니라, 애쓰고 노력하여 어떤 경우라도 굽히거나 꺾이지 않을 힘찬 마음을 지녀야만 가능해지는 덕의 하나이다. 때문에 불의에 분노하는 용기의 뜻이 굳게 세워지지 않고서는 올바른 역사 발전은 이룩될 수 없는 것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