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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면앙정의 가마꾼 |2018. 03.19

“무등산 한 자락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벌판에 무슨 생각 하느라고/ 일곱 굽이 한 곳에 움츠려 무더기무더기 벌여 놓은 듯” 천고에 유명한 ‘면앙정가’의 첫 들머리 대목이다. 가사문학이라면 흔히 송강 정철을 꼽지만 송강의 스승은 바로 면앙정 송순(宋純 : 1493∼1583)이다. 그래서 송순의 ‘면앙…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말해도 괜찮아 |2018. 03.12

“엄마, ‘미투 운동’이 뭐예요?” 뉴스를 보던 아이가 질문을 했을 때, 부모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 주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아이들은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몰라도 된다고 넘어갈 일은 아니어서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들이 바른 성의식을 갖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소개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어린이가 들려주는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이것이 인간인가 |2018. 03.05

얼마 전까지 ‘괴물’은 허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다. 크레타 왕비의 부정으로 생겨난 미노타우로스는 반은 사람, 반은 황소의 형상을 한 괴물이다. 크레타의 왕은 이 괴물을 한 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올 수 없는 미궁 안에 가두고 아테네의 젊은 남녀를 공물로 받쳤다. 사람을 잡아먹고 거대해진 괴물은 갈수록 난폭해져서…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오랜 침묵을 깨뜨린 사람들 |2018. 02.26

최근 연이은 ‘미투’(me too) 기사를 보며 이전에 상담했던 J라는 30대 여성이 떠올랐다.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마음이 안 드는 게 있으면 그냥 욕설을 퍼붓곤 했다.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 집안 물건을 던지고 밥상을 뒤엎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조선을 빛낸 호남 출신 학자와 문인들 |2018. 02.19

15세기에서 16세기 동안, 조선 시대의 유학(儒學)은 가장 왕성한 번성기를 맞아 찬란한 학술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한 유학의 발전 시기에 유독 호남 출신 학자와 문인들이 대거 배출되어, 조선의 유학을 석권할 정도로 큰 역할을 했음을 자료를 통해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선조(宣祖)에서 광해군 시절에 살았던 지봉 이수광(1563∼1628)은 그의 유명한…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동시 외우는 시간 |2018. 02.12

“얼음 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제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겨울이면 생각나는 노래 가운데 이원수의 ‘겨울 물오리’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과 박자를 맞춰 가며 큰 소리로 떼창을 하면 정말로 속이 시원해지는…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카산드라의 진실과 세 개의 문 |2018. 02.05

어느 시대고 사람 사이의 일은 진실이 문제다. 진실이 ‘진실’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도 없지만, 사실 이 일만큼 어렵고 힘든 일도 드물다. 진실이란 단순히 사실들의 확인이 아니고 사실 너머에 있는 힘의 관계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이런 이유에서 진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는 우리 자신의 현주소다. 이 진실의 힘은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슈퍼 에이저(Super-ager) |2018. 01.29

지난주에 ‘춘섭아’라는 독립 영화를 보았다. 중흥동을 배경으로 2017년도에 제작된 마을 영화이다. 이 영화에 어머니가 배우로 출연해서 재미와 감동이 더 컸다. 전체 출연 배우 중에 78세로 최고령이다. 작년에 배우 오디션을 보셨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그러나 돌아보면 놀랄 일이 아니었다. 자식들이 고향을 떠난 뒤로 어머니는 오히려 더 바빠지셨다. 집에…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무등산 정기로 태어난 금남군 정충신 |2018. 01.22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서도 전라도와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이 다산 정약용(1762∼1836)이었다. 조선의 천재 3형제라고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약전·정약종·정약용의 어머니 해남 윤씨는 고향이 해남이었다. 다산은 바로 전라도의 외손으로 태어난 것이다. 해남 윤씨의 대표적인 인물은 당연히 고산 윤선도였다. 윤선도의 증손자인 공재 윤두서는 조선 시…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당신의 내재율 |2018. 01.15

새해 첫 모임은 저마다 꿈꾸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운동하겠다는 결심을 다지기 위해 수강증을 끊고, 새로운 악기 배우기에 도전하고, 여행 계획을 짜고, 논문의 주제를 정하기까지 고민한 시간들을 들려주었다. 삶의 새로운 차원은 언제나 고정 관념을 깰 때 열리는 법이니 선택에 조금 더 과감해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꼬리를 이었다. ‘겨울에 한 해가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다시 시작한다는 것 |2018. 01.08

무술년, 또 한 해가 밝았다. 이 때면 누구나 한 해의 운수 대통을 기원한다. 그런데 열심히 기원한다고 해서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계획도 도전도 없이 우연한 요행을 바라는 기원이란 본래 그렇다.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냥 앉아서 행운을 기다리는 것’은 진정한 소망이 아니다. 아무런 준비도 인내도 없이 운수 대통을 기다리다가 실망하고 불평하…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왜 연말이면 우울할까 |2017. 12.25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더 우울해하는 이들이 있다. 지금 당신은 어떤가? 다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연말에 우울한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2015년 12월에 직장인 515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 포털 사이트 설문 조사 결과를 보자. 응답자 84.8%가 ‘연말이 되면 마음의 후유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한 해 동안 성취한 것이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의롭고 자랑스러운 호남 사람들 |2017. 12.18

요즘 적폐 청산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묻히고 숨겨졌던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역시 우리 호남 사람들은 자랑스럽고 훌륭하다는 사실을 더 확신하게 된다. 의(義)를 위해서는 목숨도 초개 같이 버릴 줄 아는 의기의 사람들이 호남인들임이야 진즉부터 알려진 일이다. 국난을 당해서는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지켰던 일이나 무고와 모함에 걸려 정정당당…

[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장] 당신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 |2017. 12.11

연말이 되니 부쩍 여러 안부가 당도한다. 잊고 지낸 시간들이 훌쩍 건너와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한다. 사는 게 뭐라고 이토록 무심했을까 싶어지는데, 오래 그리워한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가는 마법을 곧잘 부린다. “드디어 수능이 끝났어요. 이제 곧 제가 성인이 된다는 게 믿어지세요?” 엊그제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은 큰 숙제를 마친 홀…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시간은 두 얼굴로 다가온다 |2017. 12.04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해도 흔히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라고 여긴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달력이 동일한 의미의 숫자로 채워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기 쉽다. 그런데 고대 그리스인들에 의하면 시간에는 두 종류가 있다. 기계적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간이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