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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광장
오월의 기쁨 한 송이 |2017. 05.22

인디언 달력으로 5월은 ‘오래전에 죽은 이를 생각하는 달’이라고 부른다. ‘큰 잎사귀의 달, 기다리는 달, 씨앗과 물고기와 거위의 달’이라는 다른 이름도 있지만 나는 왠지 이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이라서,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 내는 5월이라서, 멀리 떠난 이들이 더욱 그리워…

진정한 광장을 위하여 |2017. 05.15

“어느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열심히 사랑하느냐에 있다.” 최인훈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광장’(1960)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이 특별한 울림을 주는 까닭은 거칠고 사나웠던 겨울바람을 이겨 낸 광장에 대한 우리의 바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제 광장은 긴 산고 끝에 ‘광장의 대…

꿀벌에게 배운다 |2017. 05.08

과연 민주주의는 인간만의 전유물일까? 꿀벌 사회는 흔히 여왕벌이 통치하는 왕정체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꿀벌 사회는 놀라울 만큼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꿀벌들이 미래의 보금자리를 결정할 때의 과정을 보자. 먼저 정찰대 벌들이 나서서 새 둥지에 알맞은 곳을 알아보러 다닌다. 그리고 돌아와서 일벌들에게 후보지…

명(命)이 짧았던 호남 사람들 |2017. 05.01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라는 멋진 말은 진리에 가까운 의미이다. 천재 시인으로 크게 이름이 알려진 백호 임제(林悌:1549∼1587)는 비록 서른아홉에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뛰어난 예술작품인 한글 시조나 한시(漢詩) 때문에 영원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뛰어난 한문 소설 몇 편 또한 예술인 백호를 잊지 못하게 해주는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예술과는 …

손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 |2017. 04.24

그녀가 처음 서류 한 장을 들고 찾아온 날을 선명히 기억한다. 점심시간이었고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오후에 보자고 했는데 그녀는 우두커니 밖에서 기다렸다. 그래서 점심 식사를 미루고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동사무소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고, 노인장애인과에 서류를 넣기 전에 가능성을 타진하러 온 참이었다. 뇌병변 2급 판정을 받은 그녀를 선…

야만의 시간에 사람다움을 생각한다 |2017. 04.17

“사랑하는 아들을 품에 안고 실컷 울 수만 있다면 아킬레우스가 나를 당장 죽여도 좋소.” 트로이 전쟁에서 적장의 손에 비통하게 죽은 자식을 두고 어느 아버지가 한 말이다. 이 불행한 아버지의 아들이 ‘일리아스’의 영웅 헥토르다. 죽은 아들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아버지는 살아 있는 것이 더 괴롭다. 이 아버지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죽은 아들을 다른 세상…

만일 맹자가 투표를 한다면 |2017. 04.10

“이게 나라냐?” 광장의 촛불 민심을 이보다 잘 대변해 주는 문구가 있을까 싶다. 이 다섯 글자 안에는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과 참담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자존감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국가의 품격에 기초한 사회적 자존감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무너진 자존감은 그…

공렴(公廉)으로 벼슬했던 호남 사람들 |2017. 04.03

“호남에는 예로부터 뛰어나며 어질고 준수한 선비들이 많았다.” 조선 중기의 거유 우암 송시열이 했던 말이다. 우암의 제자 지촌 이희조는 “옛날부터 호남에는 대체로 유학자들이 많았다”라고 말하여 호남에는 오래전부터 어진 선비나 유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이러한 말들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몇몇 선비나 유학자들을 거론하여 호남의 의리 정신…

도서관의 봄 |2017. 03.27

자박자박 봄비가 온종일 내렸다. 도서관 마당의 키 큰 생강나무도, 울타리를 껴안은 키 낮은 개나리도, 까치발하듯 꽃대를 올린 수선화도 모두 아스라한 노란빛으로 젖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힌다고 했는데, 도서관의 봄은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이 열어젖힌다. 후두둑 빗방울처럼 몰려온 아이들,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는 저 웃음이야말로 봄이다. …

그렇게 노예가 주인이 된다 |2017. 03.20

자의식이 강한 요즘 사람들에게 주인으로 살래? 노예로 살래? 라고 묻는다면 듣게 될 답은 뻔하다. 주인의 삶이 아니고 노예의 삶을 자발적으로 택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사람은 마땅히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예는 무능하고 의존적이어서 자율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는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

기쁨과 즐거움의 차이 |2017. 03.13

서울대 심리학과 민경환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말 중에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약 434개에 달한다. 그 중에 사랑·행복·기쁨처럼 ‘쾌’(快)를 표현하는 말은 전체의 30%가 안 되고 슬픔·참담함·화 등 ‘불쾌’(不快)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70%를 넘는다. 그 많은 감정 단어 중에 우리가 느끼거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몇 개나 될까? 예를 들…

대제학 벼슬도 양보한 호남 사람 |2017. 03.06

사람은 본디 두 가지의 큰 욕심을 지니고 살아간다. 재물에 대한 욕심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그것이다. 그 두 가지 욕심은 본능에 가까울 정도여서 인격의 수양과 인성의 도야를 통한 절제가 없다면 그 두 욕심의 함정에 빠져 인간다운 삶을 구현하기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인격과 인성의 수양과 도야를 통해 두 욕심을 제어할 줄 아는 삶을 살…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2017. 02.27

도서관 공사 중이다. 냉난방기, 화장실, LED램프, 보일러 배관 따위의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손본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개선을 위해 시간을 아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일정을 잡고 보니 봄방학. 그래도 새 학기 시작하기 전에 깨끗하게 단장하고 아이들을 맞이하려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도서관 문을 닫는다고 알리고 도서 반납 기간도 연장하고 다시 만나자…

양치기는 어떻게 왕이 되었나? |2017. 02.20

반지(斑指)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액세서리다. 반지 중에서 가장 특별한 반지는 아무래도 ‘기게스’의 반지일 것이다. 기게스의 반지는 마법을 부린다. 이 반지를 끼는 사람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감출 수 있다. 흥미롭게도 ‘기게스의 반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은 서양 철학자 중 최고라고 하는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국가’라는 유명한 고…

신발장을 열면서 |2017. 02.13

“아휴! 무슨 남자 신발이 여자보다 더 많아! 안 신는 것은 좀 버려!” 신발장을 열어 본 아내가 한 소리를 한다. 얼마 전에 선물 받은 트레킹화 때문에 신발장이 더 빼곡해졌다. 사실 내 신발이 많기는 하다. 운동화, 정장 구두, 끈 없는 로퍼, 등산화, 여러 개의 트레킹 신발 등등. 몇 년 전부터 걷기에 재미가 들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걷기 용도의 신발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