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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광장
5·18 의거(義擧)와 어느 판사(判事) |2020. 05.25

5·18 40년! 며칠 전 우리는 광주의 아픔과 비극을 가슴에 안고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을 마쳤다. 30대 말의 팔팔한 장년이던 필자는 이제 70대 말 노령의 나이가 되었다. 그래 모든 것을 잊었지만, 영원토록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으니 기록으로라도 남겨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정권 탈취를 목적으로 일으킨 신군부의 무장 반란은 광주의 양민을 학살…

오월의 노래, 기억과 해석 사이 |2020. 05.18

“해나와 나의 목적은 도청 앞에서 열리기로 한 광주시향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연주를 듣는 것이었다. 그해는 80년 5월 광주에서 30년이 지난 해였다. 기념할 만한 해였기 때문에 그런 연주가 야외에서 열리는 것이었다. (…) 우리가 보기로 한 연주는 비가 와서 취소가 되었대. 해나는 말했고 나는 아쉽기도 했지만 그럼 이제 몇 년 전 한 번 본 게 …

자유의지, 모든 것의 허용을 의미하는가? |2020. 05.11

중세시대도 아닌 오늘날, 누가 개인의 자유의지를 의심하거나 부정할 것인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삶에 대한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 당연시되는 주장도 따져 보면 그 의미가 모호해진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밥을 먹을지, 차를 마실지를 결정하는 일상의 일도 굳이 말하자면 자유의지의 문제이다. 자유…

‘광주향교’를 유교문화 특구로 |2020. 04.27

조선 500년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교 국가였다. 유학을 진작시켜 효제충신(孝悌忠信)의 위대한 예의 국가이자 도덕 국가를 구현해 내자는 것이 통치의 목표였다. 그래서 서울 문묘(文廟)에는 성균관이 세워졌다. 전국의 모든 고을에는 유학을 가르쳐 선비를 양성하는 학교인 향교(鄕校)를 세웠다. 호남의 웅도(雄都) 광주에는 광주향교(光州鄕校)가 세워졌다. 조선 초…

세월호 수난곡 |2020. 04.20

독일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교회 건립 800주년을 기념하여 2012년 이 교회에서 이루어진 ‘마태 수난곡’ 연주 실황을 담은 영상물의 한 장면. 예수가 자신의 열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누다가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라고 말하자, 제자들은 저마다 “설마 저는 아니겠지요?”라며 걱정스레 묻는다. 그런데 각각 독창과 중창으로 예수와 제…

사이렌이 부르는 달콤한 독배의 노래 |2020. 04.13

벌써 3개월째, 육안은커녕 웬만한 현미경으로도 보기 어렵다는 바이러스 횡포에 모든 것이 휘둘리는 일상이다. 이 정도면 과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묻고 싶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흐트러졌던 일상이 당연히 제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은, 속도 없고 근거도 없는 기대였음이 드러나는 요즈음이다. 이런 가운데 그래도 얻는 …

광주의 문화 풍경 ‘폴리’ |2020. 04.06

언제부터였을까. 광주의 미래를 상징할 아시아 문화전당 주변과 광주읍성의 흔적을 따라 도심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매일 젊은이들로 붐비는 서남동 번화가 사거리 한가운데에는 오두막처럼 생긴 노란 철제 조형물이 서 있고, 정류장 근처에는 콘크리트 계단 모양의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이렇게 생겨나기 시작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더니…

경양(景陽)방죽의 추억 |2020. 03.30

전라도 광주! 이제는 전라도 없이도 광주광역시라는 이름으로 온 천하가 다 알아주는 도시이다. 백제 때부터 무진주(武珍州)라는 이름으로 불러 오던 고을, 수천 년이 지났으나 영원한 ‘빛의 고을’(광주)로 세상을 비춰 주는 역사의 땅이 되었다. 기록을 살펴보면 광산(光山)이라 했다가 광주라 했다가 셀 수 없이 이름이 바뀌었다. 광주와 광산은 같은 고을로 이름만…

비대면의 기술 |2020. 03.23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예정되었던 음악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공연은 온라인 생중계의 형식으로 청중들에게 선을 보인다. 토요일 오후 ‘네이버 라이브’로 생중계된 서울 돈화문국악당의 ‘운당여관 음악회’ 공연의 시청자 집계를 보니 1300여 명이었다. ‘국악’ 장르 공연이다 보니 시청자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압류된 일상의 배후에 대하여 |2020. 03.16

‘코로나19’ 라는 파괴적 침입자가 공동체의 삶을 통째로 뒤흔드는 요즘, 늘 계속되리라 생각하는 일상이란 사실 얼마나 무너지기 쉬우며, 또 이를 지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절하게 경험한다. 일상은 매일 같은 속도와 방식, 조건으로 반복되는 평범한 일로 가득하다. 때로 일상은 내키지 않는 의무적 노동과 굴욕적인 인간관계, 궁핍한 현실과 박탈감으로 …

위기만은 아니다 |2020. 03.09

요즘 우리 사회 최고의 관심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이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확진 환자 수와 사망자 수, 환자들의 동선 등이 발표되고 각종 모임과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도 국민에게는 관심 밖인 것 같다. 모든 이슈를 바이러스가 다 삼킨 것 듯하다.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면서 외출이나 만남을 꺼려해 사회 경제 분…

17세기 호남 학자 송암 기정익 |2020. 03.02

대제학을 지낸 당대의 학자 택당(澤堂) 이식(李植,1584~ 1647)은 문장가로서도 천하에 이름이 높았다. 그는 그의 문집 ‘잡저’(雜著)에서 “호남의 상도(上道)에는 일재(一齋)가 있었고 하도(下道)에는 고봉(高峰)이 있었으나 건재(健齋) 김천일(金千鎰)만이 일재를 이었을 뿐 학문을 전하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항(李恒)과 기대승(奇大升)만 한…

신체의 변용과 낙(樂) |2020. 02.24

존경하는 동료 교수의 번역서 출간을 기념하는 작은 모임에 다녀왔다. 광주의 어느 독립서점에서 마련된 소박한 자리였다.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늘면서 예정된 여러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지 않은 인원이나마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건재함 그 자체가 주는 작은 감동이 있었다. 수년 전 책의 번역 초고를 제자들과 매주 그곳 독립서점에서 함께…

지적 허영과 전지적 태도에서 벗어나기 |2020. 02.17

정확한 사실을 알기가 정말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일에 관한 자료를 찾다 보면 엉터리 정보는 물론 의도가 보이는 결정적인 왜곡도 자주 확인하게 된다. 이는 모든 것에 있는 ‘맥락’이라고 하는 앞과 뒤의 흐름이 끊겼기 때문이다. 맥락은 상황의 표면 뒤에 있는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몫을 한다. 그래서 맥락을 끊고 엉뚱한 것으로 채우거나 비틀면 …

랜드마크 슈퍼타워 |2020. 02.10

며칠 전 TV에서 슈퍼타워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초고층아파트에 관계되는 내용이었다. 부산에서 이슈가 되었던 엘시티·마린시티 등 초고층 건물과 관련된 경관이나 도시 구조 그리고 빌딩풍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지상 50층 혹은 200m 이상의 건물을 초고층이라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아파트가 가장 많은 도시가 부산이다. 내용 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