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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과학이라는 이데올로기 |2017. 10.24

“우리는 알 수 없을 뿐이다.”(We simply do not know) 경제학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케인스가 미래를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케임브리지 킹스칼리지 수학 전공자이며 확률론 논문으로 모교의 종신 펠로우에 올랐지만, 수학과 확률의 도식론(formalism)을 통해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려는 태도를 누구보다도 불신했다. 케인스 대하 전기를 썼던 역사…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과잉의 시대 |2017. 10.17

우리 사회는 너무나 복잡하다. 사회가 복잡하다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라. 자동차가 너무나 많고 TV 채널이 너무나 많고 백화점의 물건들이 너무나 많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소음과 먼지까지 너무나 많다. 이래저래 우리는 모든 것이 넘쳐 나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

[김태희 다산연구소장]가을엔 시(詩)를 |2017. 10.10

본디 시(詩)를 좋아하지 않았다. 시에 익숙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학교 공부로 배웠지만, 그 시는 그저 교과서 속의 시였을 뿐이다. 다행히 그 후 시와의 거리감을 줄일 계기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시는 시인이나 쓸 수 있는 장르였다. 시가 요구하는 정형성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역시 글은 자유분방한 산문이라는 생각이었다. 시는 내게 ‘신 포도’였다. …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완화하려면 |2017. 09.26

서구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0년대 이후 크게 떨어져 현재 대략 20∼40 %정도다. 노조 조직률은 하락했지만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은 아직 60∼80% 정도 된다. 서구의 산업별 노동조합 체계에서는 단체협약이 노조원뿐만 아니라 비노조원에게도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구 노동운동이 노조원의 이익만이 아니라 가급적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

[유지나 동국대교수·영화평론가] 경쟁을 넘어 고독과 친구 되기 |2017. 09.19

거리, 지하철, 엘리베이터…. 어디서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SNS에 접속하는 모습은 일상적 풍경이다. 이렇게 공기처럼 퍼진 소셜미디어 소용돌이에 휘말려든 중년 남성이 고뇌에 사로잡혀 갈등하는 영화가 등장했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2017, 마이크 화이트)에서 브래드(벤 스틸러)는 ‘카페인 증후군’(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앞 글자를 딴 신조…

[김정남 언론인] ‘인문 한국’에의 꿈 |2017. 09.12

지난여름, 다산연구소와 함께하는 중국 인문기행을 다녀왔다. 우리가 둘러본 곳은 호남성 일원으로 성도인 장사를 비롯해서 악양, 멱라, 평강, 소산 등지였는데, 떠나기 전에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모택동이 장사 출신이라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도착 당일 빗속에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악록서원이었다. 주자의 백록동서원이야 그 이름만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악록서…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제왕적 대통령’ 담론 유감 |2017. 09.05

한국이 유신과 전두환 체제에서 경험했던 ‘대통령 간선제’는 개인의 권력욕이 빚은 것이었고, 짧은 ‘의원내각제’ 실험은 변변한 교훈을 얻기도 전에 쿠데타로 막을 내렸다. 그리하여 우리는 6월 항쟁이 안겨 준 ‘대통령 직선제’만으로도 민주주의를 다 이룬 듯 흥분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치권 안팎에선 ‘제왕적’ 대통령을 탓하며 다시 정부 형태를 문제 삼는…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교육 독립선언’ |2017. 08.29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0일 동안 국정 전반에 걸쳐 실로 의욕적인 개혁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 개혁 의지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 문제인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듯 보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교육 문제는 워낙 복잡하…

[김태희 다산연구소장]제국의 몰락 |2017. 08.22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인상이 좋았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인상적이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가 방문한 중서부 지방의 조그만 도시 사람들은 인사성 바르고 친절했다. 넓은 미국을 여행하는 것도 즐거웠다. 국내선 비행기는 고속버스 타는 것만큼 간단했다. 어디선가 분쟁으로 소란할지라도 그곳은 평화스러웠다. 그러나 9·11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좀…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포용적 금융’으로 금융 개혁을 |2017. 08.15

2017년 상반기 은행산업의 영업 실적을 보면 당기순이익이 8조 원을 넘고 있다. 금융산업이 이렇게 막대한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외환 위기 이후 금융 정책이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모피아(옛 재무부 관리를 마피아에 빗댄 용어)들은 금융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형화가 필요하다면서 은행 간 합병으…

[유지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아픔을 알리는 기록의 힘 |2017. 08.08

“오늘 밤 우연히 라디오를 켤 때/ 당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잊은 줄 알았었는데/ 잊혀졌다 했는데/ 당신은 노래를 만들었네요 … 부르지마 부르지마 옛 노래를/ 하고픈 말이 있어도 … 추억은 남아 있잖아” (‘부르지마’, 김목경 작사·작곡) 해질 녘 라디오를 켜니 이 노래가 나온다. 라디오 듣기는 내 취향이니, 우연히 라디오를 켰던 것은 아니다. 그런…

[김정남 언론인]적폐 청산은 무엇으로 하는가 |2017. 08.01

지난 7월 25일,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만 참석한, 문재인 내각의 첫 국무회의가 열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이제 새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셈이 됐다. 문재인 내각을 놓고 교수 내각이니 현역 의원이 5명이나 발탁됐다느니, 여성 장관 30%라는 공약이 실현되었다는 등 이런저런 설왕설래가 있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가장 아픈 것은 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공자의 꿈, 청년의 꿈 |2017. 07.25

공자가 만년에 “심하도다, 나의 노쇠함이여! 오래되었도다, 내가 다시 주공(周公)을 꿈속에서 뵙지 못한 지도.”(甚矣 吾衰也 久矣 吾不復夢見周公)라 탄식한 것이 ‘논어’ 술이(述而) 편에 보인다. 주공은 중국 고대 주(周)나라의 이상 정치를 실현한 인물로 공자가 가장 존경한 성인 중의 한 분이다. 말하자면 주공은 공자의 ‘롤 모델’이었던 셈이다. 공자는…

[김태희 다산연구소장] 시대에 따라 힘쓸 일 |2017. 07.18

며칠 전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다녀왔다. 창사는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의 도시였다. 그곳에는 마오가 청소년기를 보낸 학교가 있었다. 창사(長沙)를 가로지르는 샹쟝(湘江) 가운데 떠 있는 섬, 주쯔저우(橘子洲)에는 거대한 마오의 흉상이 우뚝하다. 곳곳에 마오의 기념물이 있었다. 창사에서 약간 떨어진 사오산(韶山)에 있는 마오의 …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제러미 코빈 |2017. 07.11

유럽 중도좌파 정당들이 일제히 쇠락의 길에 들어선 시점에 영국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68·Jeremy Corbyn) 당수가 진보정치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빈은 1983년 총선을 통해 하원에 발을 들인 이래 34년 동안 런던 이즐링턴 노스에서 내리 9선을 했다. 그는 처음 집권당 의원이 됐던 1997년 이후에만 530여 차례 당론을 거역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