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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 물길을 막기보다 터 줄 궁리를 |2018. 09.11

군 복무 시절, 내가 복무하던 부대는 산에 있었다. 출·퇴근자를 위해 부대 차량이 산 아래까지 운행되었다. 그때 도로는 흙으로 된 도로였다. 그래서 여름철 심한 폭우가 쏟아지면 비상이 걸렸다. 폭우로 불어난 물길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도로는 깊게 파인 골짜기로 변모하고 만다. 그러면 온 부대 장병이 유실된 도로를 복구하느라 며칠씩 삽질을 해야 했다. …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 평론가] 시니어 버킷리스트 |2018. 09.04

온 가족이 떠나는 휴가 여행에 개구쟁이 소년이 홀로 집에 남겨져 소동을 벌이는 ‘나 홀로 집에’ 시리즈는 20세기 말 대표적인 가족 코미디 오락 영화였다. 그러나 이제 ‘나 홀로 집에’는 현실 속 ‘1인 가구’ 형태로 21세기 지구촌의 대세가 되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비명을 지르는 소년 얼굴의 클로즈업 포스터는 현재 일상의 다양한 얼굴들로 대체된 …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제대로 하려면 |2018. 08.28

지난 8월 17일 국민연금 제4차 재정계산 결과와 관련하여 공청회가 있었다. 재정계산이란 국민연금의 재정수지(재정 수입과 지출의 차이)가 앞으로 70년 내지 100년 동안 어떤 상태에 처할지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전 국민의 오래된 관심 사항인지라 사실 공청회 발표 전부터 제4차 재정계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김정남 언론인] 돌아가면 안 되나 |2018. 08.21

민주화 이후 한때 민주화 투쟁을 해 온 한쪽을 도덕주의 세력으로, 산업화를 주도해 왔던 다른 한쪽을 실용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이 두 세력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가자는 주장이 대두되기도 했었다. 나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역사는 우여와 곡절을 겪으면서, 다른 길을 걸어 왔다. 민주화 운동 세력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도덕적…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진영이 부실하면 진영 논리가 판친다 |2018. 08.14

대처 영국 전 총리는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들면 그 여백에 ‘웨트’(wet) 혹은 ‘투 웨트’(too wet)라고 붉은 펜으로 휘갈김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우리/그들’의 이분법에 철저했던 그녀의 ‘진영’ 정치는 보수당 바깥뿐 아니라 안쪽을 향해서도 가차 없이 날을 세웠으니, 시장주의를 최대한 옹호하는 쪽을 강경파(dries), 전통적 온…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재판을 거래하다니 |2018. 08.07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이른바 ‘재판 거래’를 둘러싼 물의를 보고 느낀 점이 많다. 법치 국가에서 법관은 절대적인 존재다. 민사 사건이거나 형사 사건이거나 모든 분쟁의 시시비비(是是非非)는 법관의 판결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리고 법관의 최종 판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만약 신(神)이 있다면 법관은 신과 같은 존재이다. 사…

[김태희 다산연구소장]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2018. 07.31

지난달 6·13 지방 선거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다. ‘보수의 몰락’이라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필자의 평소 관점으로 보면 진정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있었는지 의문이다.(다산포럼 2008-04-24. ‘보수와 진보, 그 헛된 이름이여’) 아무튼 보수를 자임했던 자유한국당은 참패했다. 지난주 7월 23일에는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났…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똘레랑스 바람 |2018. 07.24

일 년 중 가장 더운 날을 뜻하는 절기 ‘대서’(大暑)인 7월 23일, 111년 만에(1907년 이래) 최고치 아침 더위를 전하는 기상 정보로 하루를 시작한다. 폭염 경보가 익숙해져 버린 일상에, 정부가 폭염도 태풍이나 지진처럼 ‘자연재난’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재난 영화가 다루는 환경 재난 메뉴에 폭염도 추가된 셈이다. 지구 온난화 파장이 …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일본 공적 연금의 재정 검증을 주목한다 |2018. 07.17

2018년 현재 약 1700조 원의 적립금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공적 연금과 유관 기관(후생노동성, 연금 적립금 관리 운용 독립행정법인)은 2019년에 공표될 예정인 제3차 재정 검증 작업에 여념이 없다. 5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재정 검증은 한국의 국민연금, 미국의 OASDI(미국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적 연금), 캐나다 공적 연금(CPP & …

[김정남 언론인] 한 시대가 가고 있다 |2018. 07.10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세기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두 정상의 표정은 밝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익한 회담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동성명의 제3항에서 “…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하나를 얻기 위해 아홉을 내주더라도 |2018. 07.03

추리 소설의 매력은 삶의 잔혹함 앞과 뒤에 버티고 있는 인간에 먼저 주목하여, 그(녀)의 탐욕·위선·어리석음 등을 날것 그대로 보여 준다는 데 있다. 한때는 코난 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티를 좋아했고, 존 그리셤의 다음 작품을 고대하는 열성 독자이기도 했다. 법정 소설이 지루해질 즈음은 북유럽 작가들을 접하면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3부작과 요 네스뵈의 길…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화장하는 여학생 |2018. 06.26

오전 8시 무렵, 새빨간 입술연지를 바르고 등교하는 여자 중·고등학생들이 눈에 띈다. 학생들이야 예쁘게 꾸미느라 입술연지를 발랐겠지만 내 눈엔 결코 예뻐 보이지 않았다. 싱그러운 젊음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인데 그 보석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도색(塗色)을 하다니! 그것도 분홍색이나 옅은 색조의 입술연지가 아니고 한결같이 새빨간 진홍색이다. …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 북미회담, 새로운 역사의 시작 |2018. 06.19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발언은 아주 함축적이었다.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의 정상 회담 계획이 직전에 무산된 적이 있었다. 선거 결과 …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2018. 06.12

거리에 나서면 여러 얼굴들을 만난다. 벽보와 현수막이 넘쳐 나는 선거철에는 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얼굴 이미지로 지역 살림꾼을 선택해야 하는 이 시기에 얼굴을 화두로 내건 독특한 다큐를 스크린으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얼굴과 거기에 스며든 기억, 그것을 사진 이미지로 거리에 전시하며 시골 마을을 떠도는 로드 다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Faces Pla…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공적 연기금과 대체 투자 |2018. 06.05

전 세계에는 자국민의 노후 생활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로서 공적 연기금이 있다. 이는 사회 보장 제도의 근간 중 하나이다. 한국의 국민연금, 미국의 공적연금(OASDI), 일본의 후생연금과 국민연금(일본의 전 국민 기초연금)이 가장 대표적이다. 공적 연기금이 제도화된 이래 막대한 규모의 적립금이 쌓이면서 사회 보장 제도는 필연적으로 금융의 영역, 특히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