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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최기숙 연세대 문과대학 교수]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하여 |2019. 04.23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건 외모적 동일성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표정, 시선, 태도 때문인지 모른다. 사실 외모는 몰라보게 변했는데, 눈빛이 그대로인 경우가 있다. 반가워하는 시선, 따스한 눈빛, 살피는 시선, 무언가를 훔치려는 눈의 표정. 사람은 타인을 보는 자기 시선을 결코 볼 수 없다. 그 시선은 오…

[김태희 동아시아학술원 수석연구원 전 다산연구소 소장] 삼일 정신, 100년의 꿈 |2019. 04.16

3월 1일 해 질 녘, 창밖의 태극기를 내리면서 생각했다. 하루론 부족하지 않나. 삼일 운동 100주년인데, 올해 1년 정도는 내내 게양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신을 되새겨 보는 것이겠지만. 최근 발간된 두 권의 책이 우선 주목된다. 역사학자 박찬승 교수의 ‘1919’와 헌법학자 한인섭 교수의 ‘100년의 헌법’이 그것이다. …

[박원재 율곡연구원장] 곰배령 야생화는 누가 대표하는가 |2019. 04.09

우리 정치 문화 개혁의 시금석이라 평가받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싸고 목하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모름지기 개혁을 위한 논쟁은 뜨거울수록 좋으니까 이런 시끄러움을 딱히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유감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논쟁의 방향이 이 제도가 우리 정치 문화를 얼마나 바꿀 것인가 하는 점보다 정당별 유불리에 더 초점을 맞…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사면은 없어야 한다 |2019. 04.02

다산 정약용은 ‘원사’(原赦)란 제목의 글을 남겼다. ‘원사’(原赦)는 ‘용서란 무엇인가를 따진다’는 뜻이니 요즘으로 치면 ‘사면(赦免)이란 무엇인가’란 의미이다. 다산은 서두에서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의 신하 오한(吳漢)이 죽기 직전 광무제에게 올린 ‘신무사’(愼無赦)라는 세 글자를 문제 삼는다. 사람들은 이 세 글자를 옳은 말로 여기지만, 자신은 …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쥐와 야합한 고양이 |2019. 03.26

다산 정약용의 작품 중에 ‘고양이’란 제목의 장편 우화시(寓話詩)가 있다. 집에서 기르고 있는 고양이가 온갖 못된 짓을 해서 주인의 근심이 가득한데, 한술 더 떠서 이 고양이가 쥐들과 야합하여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쥐를 잡아야 할 고양이가 왜 쥐와 야합을 했을까? 이 시에서는 “쥐들은 훔친 물건 뇌물로 주고/ 태연히 너와 함께 돌아다닌…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화려함과 비참함 |2019. 03.19

연일 충격적인 뉴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과 아레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그렇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 미세 먼지까지 더해지는 스트레스. 그런 일상적 스트레스를 풀고픈 욕망의 에너지로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유흥 문화가 어느 한구석에 존재하고 있다. 그런 유흥 놀이판에선 ‘…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 평화로 가는 길 멈출 수 없다 |2019. 03.12

하노이. 지난 제2차 북·미 회담 장소였다. 이 사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비교적 거리가 있다. 중국 대륙에서 볼 때 베트남은 남쪽에, 우리나라는 동쪽에 위치한 오랑캐였다. 다만 우리나라는 대륙 질서에 비교적 순응적이고 적극적이었는데 반해, 베트남은 저항적이고 독립적이었다. 베트남은 대륙 지배에 저항하면서 새 왕조가 들어서곤 했…

[김정남 언론인] 어떤 양심선언 |2019. 03.05

1973년 10월 16일 오후 1시 45분, 나와 형은 아스토리아 호텔 지하 다방에서 만나 차를 한잔 마시고 웃으며 걸어서 남산청사(중앙정보부) 정문에 도착했다. 나는 담당과에 전화를 걸어 형님께서 오셨음을 알렸다. 담당과의 직원이 나와서 형님을 안내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 형님이 그를 따라 들어가기 전 나는 ‘그들을 믿어도 좋을까’ 하는 불안을 감추고 …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국민연금 제도 개혁 어디로 가나? |2019. 02.26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지나가는데 우리 경제 관련 최근 소식은 어둡고 우울하기만 하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실시한 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건만, 그 정책 효과는 어디 갔는지 합계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여 1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한다. 소득 주도 성장의 효과가 언제 …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선생님’이냐 ‘쌤’이냐 |2019. 02.19

금년 초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교육 조직 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중 수평적 호칭제가 눈길을 끌었다. 학교 현장에서 구성원 상호 간의 호칭을 ‘쌤’이나 ‘님’으로 통일하자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교장 선생님’을 ‘교장 쌤’ 또는 ‘교장님’으로, ‘담임 선생님’을 ‘담임 쌤’ 또는 ‘담임님’으로 불러야 하는데 어색하기 짝이 없다. 통상적으로 사용…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혈연의 공동체를 넘어서 |2019. 02.12

영국에서 공작(duke)은 귀족 서열 중 가장 높은 작위다.(유럽 대륙에는 공작 위에 대공(大公)이 있었지만 왕족 밖의 귀족이라기보다는 소국의 군주였다.) 공작은 전쟁에서 남다른 공을 세우거나 왕의 서자들에게 주로 수여되었다. 엄정한 장자 상속 원칙이 적용되고, 일단 계승되면 중범죄를 저지르거나 사망하지 않으면 포기도 불가능하다. 왕족 공작을 제외하면 현재…

[김태희 다산연구소장] 초계기 도발에 신중한 대응을 |2019. 01.29

일본의 초계기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에 근접 비행을 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18일, 22일, 23일 잇달아 우리 함정에 위협을 주는 ‘저고도 근접 비행’을 했다. 23일에 있었던 대조영함에 대한 도발은, 하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에서 상황이 잘 마무리된 것으로 발언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일본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아파도 깨야 하는 침묵의 카르텔 |2019. 01.22

새해가 되면 우리는 양력과 음력 두 차례에 걸쳐 복을 주고받는 인사를 나눈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정겨운 관습이다. 록 밴드 ‘퀸’의 고향인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큰 대중적 인기를 얻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 브라이언 싱어)가 해외 특집 기사에 나올 정도로 대단한 기록을 세운 것도 기억을 먹고 사는 문화적 관습의 힘을 보여 준다. 새…

[전창환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2019년 한국 경제의 전망과 진로 |2019. 01.15

신년 벽두부터 2019년 한국 경제 전망과 관련, 다양한 견해가 속출되고 있다. 한쪽에서 ‘위기론’을 제기하면 다른 쪽에서는 ‘엄중론’으로 응수하지만 양쪽 다 한국 경제가 녹록지 않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2019 한국 경제의 대외 여건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중 통상 마찰, 반도체 사이클의 현 국면,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

[김정남 언론인] 2019년, 우리 화해하고 통합합시다 |2019. 01.08

“당신의 발 앞에 언제나 길이 나타나기를/ 이따금 당신의 길에 비가 내리더라도/ 곧 무지개가 뜨기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근하신년,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내가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낸 연하장에 적은 문구들이다. 앞의 것은 아일랜드 켈트족의 기도문을 짜깁기한 것이요, 뒤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