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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8월 6일의 히로시마를 생각하며 |2019. 08.06

지금으로부터 74년 전 여름, 히로시마는 인류 최초로 피폭 도시가 되었다. 1945년 8월6일의 일이다. 그해 연말까지 약 14만 명이 희생되었고,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컸다. 이로부터 1년 후 일본은 이른바 평화 헌법을 갖게 되었고, 4년 후에는 히로시마가 국제평화문화도시를 선언하였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평화공원을 방문하여 전쟁의 참…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홍대용의 우정과 ‘이성적 대화’ |2019. 07.30

담헌(湛軒) 홍대용(洪大容)은 연암 박지원과 함께 이용후생학파(利用厚生學派)로 분류되는 실학자이다. 그는 일찍이 우리 인류가 발을 딛고 사는 땅은 둥글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설파했고 나아가서 우주무한론을 제창하였다. 이처럼 천문학에 조예가 깊은 과학자였는데 인간과 만물과 우주를 아울러 근원적으로 사고하여, 그의 학적 사유는 자연철학의…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 다산초당의 정석(丁石) |2019. 07.23

강진 다산초당에 오르면 왼쪽 뒤편에 ‘정석’(丁石)이란 두 글자가 새겨진 바위를 볼 수 있다. 정약용이 쓴 이 글씨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정약용이 강진에서 보낸 유배 생활은 18년. 그 가운데 후반기 10년 6개월을 이 다산초당에서 보냈다. 그 전에는 강진현 동문 밖의 주막집 뒷방, 고성사의 보은산방, 제자 이학래의 집 등을 전전하였다. 18…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다산의 일본론 |2019. 07.16

조선 후기 문집을 읽다 보면 일본에 대한 언급을 이따금 접하게 된다. 허목(許穆)의 ‘흑치열전’(黑齒列傳)은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이덕무(李德懋)의 ‘청령국지’(청령國志)는 상당한 분량의 일본 연구서다. 이익(李瀷)은 ‘일본지세변급격조선론’(日本地勢辨及擊朝鮮論) ‘왜구시말’(倭寇始末) ‘일본사’(日本史) ‘왜환’(倭患) 등의 중요한 비평문을 ‘성호사설’에…

[성염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시켜야 |2019. 07.09

“선상님, 어디 가쇼?” “문정 갑니다.” 함양읍에서 필자가 사는 문정으로 들어가는 군내버스 안. 술이 거나한 노인이 말을 걸었다. “말씨가 여기 사람 아닌데?” “네, 귀촌해서 그 동네 삽니다.” “거기 이 아무개, 강 아무개 사는데.” “이 선생님은 윗마을 도정 살던 분인데요?” “하갸, 그 친구도 조합장 하던 강 아무개도 죽었다지.” “… …” 조…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진시황과 한 무제의 꿈 |2019. 07.02

지난 5월에 다산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중국인문기행 팀을 인솔하고 서안(西安)을 다녀왔다. 서안은 아테네·로마·카이로와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의 하나이며, 중국의 13개 왕조가 도읍을 정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볼거리가 너무나 많았다. 그중에서 진시황릉과 한 무제의 무릉(茂陵)을 보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진시황릉은 연인원 72만 …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센 인권의 날 제정을 제안하며 |2019. 06.25

그날 아침 여덟 시, 입원 환자들의 절반에 해당하는 3000명이 보는 앞에서, 경북 성주가 고향인 스물일곱 살의 환자 이춘상은 수오 원장에게 “너는 환자들에게 무리한 짓을 했으니 내 칼을 받아라”라고 외쳤다. 그는 거사 후에 체포되어 소록도의 감금실에 감금되었고, 얼마 후에 공회당에 차려진 임시 법정에서 자신의 거사가 일시 귀성 허가의 불공평, 일상 작업의…

[김정남 언론인] 무엇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가 |2019. 06.18

온 산의 푸르름이 신록에서 녹음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여름의 초입, 때맞추어 모처럼 친구들과 두물머리 세미원(洗美苑)에 놀러 갔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花美心)는 옛글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는 세미원에는 여기저기 연못에 동서양의 가지가지 연꽃이 심어져 있었다. 불가(佛家)에서는 흙탕물 속에 있으면서도 항상 그 …

[김태희 동아시아학술원 수석연구원·다산연구소장] 화산에 올라 강호를 비웃다 |2019. 06.11

“중국을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시안(西安)을 다녀오지 않으니 중국을 다녀왔단 말을 하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이탈리아 로마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서둘러 송재소 교수의 중국 인문기행에 합류한 분의 말이었다. 시안과 그 일대는 중국 고대의 오랜 중심 무대였다. 나야말로 이번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독서에 매진하고자 일에서 물러난 상황인데도 시간과 …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18세기 과학에 밝았던 관료의 비운 |2019. 06.04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일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일들 가운데 하나로서 나는 이가환(李家煥)과 정조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떠올린다. 한국 실학의 종주인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종손자이기도 했던 이가환은 정조 치세에서 공조판서를 역임한 고관이었다. 학식과 총명이 대단해서 다산도 경탄해 마지않았던, 가히 천재였다. 정조는…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봉준호의 ‘기생충’ 탐구 여정 |2019. 05.28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이 2019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류의 세계화를 환호하는 온갖 미디어의 찬사가 밀물처럼 밀려드는 중이다.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라는(인디 와이어·Indie Wire) 대목처럼 그의 전작들이 하나의 회로를 타고 오버랩 된다. 소수 지배층과 다수 피지배층 간의 위계질서가 저지르는 만행을 블랙 유머로…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서유진과 5월 운동 |2019. 05.21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되었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는 ‘5월 운동’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1980년 5월, 열흘간 광주와 전남 일원에서 진행된 시민들의 투쟁을 당시 신군부와 언론은 ‘광주사태’라고 불렀는데, 이에 대한 반대 개념은 ‘광주민중항쟁’이었다. 두 가지 모두 1980년 5월의 사건을 지칭한다. 그 시민항쟁이 철저한 탄압에 의해 막…

[성염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 대북 식량 원조는 ‘인간에 대한 예의’ |2019. 05.14

필자가 특임 공관장을 지내던 2005년 4월 2일, 요한 바오로 2세가 85세로 서거했다. 그의 장례에 유럽 전역에서 무려 400만 명의 청년들이 문상하러 로마(상주 인구 400만)로 몰려오자 몇몇 언론은 사태를 분석하는 데 흥미를 보였다. 1978년에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발표한 교황직 백서 ‘인간의 구원자’(1979년3월4일)에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019. 05.07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胡地無花草)/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네(春來不似春)” 이 시구(詩句)는 중국 한(漢)나라 때 북쪽의 흉노 추장에게 정략적으로 시집보내진 궁녀 왕소군(王昭君)의 처지를 읊은 것이다. 왕소군이 끌려간 추운 오랑캐 땅에는 봄이 와도 풀 한 포기 돋지 않는다. 그러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았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춘래불사춘’(…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금기에 담긴 뜻은 |2019. 04.30

기피하는 말이나 행위를 가리키는 금기(禁忌·taboo)는 어디서나 발견되는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다. 각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금기들에는 대개 물질적·정신적 기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금기에는 또한 인간이 안고 있는 근원적인 공포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의 힘이 미칠 수 없거나 인과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들에 대해 유독 많은 금기 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