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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영화평론가]현실과 영화 사이, ‘광장 예술’의 희망 |2016. 12.20

“어쩌면 좋아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으니…” 요즘 필자가 자주 듣는 안부 인사다. 뉴스에도 영화와 현실을 비교하는 문구가 단골로 등장한다. 국정 난국 사태를 다루는 기사에 ‘영화를 초월한 현실’, ‘영화보다 더한 막장’ 같은 표현이 난무한다. 영화적 상상력 이상으로 펼쳐지는 충격적 현실에 ‘막장 드라마’ 꼬리표를 붙인 셈이다. ‘막장’은 탄광의 갱…

[김정남 언론인]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 싶다 |2016. 12.13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 박근혜 대통령은 왜 매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에 전국적으로 그렇게 많은 국민이 모이고, 왜 국회에서 그렇게 압도적인 다수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직도 그 까닭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세 차례에 걸친 담화나 마지막 국무회의 간담회에서의 발언, 그리고 막판에 단행한 국민통합위원…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글짓기’와 ‘지은 죄’ |2016. 12.06

어릴 적 어린이날 기념 사생대회라든가 한글날 기념 글짓기 대회 같은 것을 명목으로 학교가 아닌 궁궐이나 능을 찾아 그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지으면서 하루를 보낸 기억을 떠올리다가 문득 왜 하필 ‘글쓰기’가 아닌 ‘글짓기’ 대회라 했을까 생각해 본다. 기일에 맞추어 내보내야 하는 글을 앞에 두고 끙끙거리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방으로 글거리를 찾아…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대공황의 거울로 본 미 대선 복기(復棋) |2016. 11.28

히틀러가 바이마르 공화국의 민주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는 사실은 많은 지식인을 당혹하게 한 사건이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나 유럽 사회의 뿌리 깊은 유태인 혐오감 등 다양한 설명이 있었지만, 나의 소박한 독서 경험으로 보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셰리 버먼(Sheri Berman)의 ‘정치가 우선한다’이다. 1929년 미국발 대공황이 터졌을 때 …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2016. 11.22

가을이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서리 맞은 잎새가 이월 꽃보다 더 붉다(霜葉紅於二月花)”고 노래한 바와 같이 온 천지가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그런데 맑고 더 높아야 할 이 찬란한 계절, 가을 하늘이 잿빛으로 얼룩져 있다. 2016년 11월의 가을 하늘이 유난히 가을답지 못한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있겠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대통령은 호랑이 등을 탄 것인데 |2016. 11.15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재임 1945∼53)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호랑이 등을 탄 것과 같다. 달리지 않으면 먹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업무의 엄중함, 함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 그런데 나는 대통령을 밀어주었고, 그의 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 국민 혹은 ‘강력한 이익 집단’이 호랑이라고 해석한다…

[김태희 다산연구소장]실학 담론의 역사성과 짧은 생각 |2016. 11.08

실학은 없다, 있다 의견이 분분하다. 조선 후기에 성리학에서 탈피하여 근대 지향적이고 민족 지향적인 새로운 학풍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실학’이라는 게 일반의 인식이다. 그런데 다른 목소리가 쏟아진다. 실학과 성리학이 다른 것이 아니다, 사족 체제의 자기조정 프로그램일 뿐이어서 굳이 실학이라고 호명할 것은 아니다, 과학사 학계에서는 실학을 그다지 높이 평가…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더는 슬픔을 낭비할 수 없다 |2016. 11.01

나는 지난해 반년을 런던과 에든버러를 오가며 보냈다. 마침 그 시기에 영국총선이 있었기 때문에 정당과 의회 그리고 각종 매체와 거리에서 거침없이 펼쳐지는 공론장들을 보며 민주주의 모국의 저력을 새삼 실감했었다. 반면 정치의 잡답(雜沓) 뒤, 사람들 일상에서는 마약이 뒷골목에서 가정으로 사무실로 남녀노소 불문 퍼져 있었고, 상황은 5년여 전 영국을 돌며 …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영화평론가] 다큐에서 만나는 ‘단순한 진심’ |2016. 10.25

날이 갈수록 다큐멘터리(다큐)는 매력적인 매체로 세상을 떠다닌다. 오늘날 극영화처럼 표를 사고 보는 다큐는 오래전 극장에서 틀어 주던 국책성 계몽 다큐로부터 엄청난 진화를 보여 준다. 이 가을 단풍과 함께 날아온 다큐들을 극장에서 보노라니 부조리한 세상으로부터 탈주하는 즐거움과 함께 용기를 얻는다.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

[김정남 언론인] 농사가 내게 가르쳐 주는 것 |2016. 10.18

“남새밭을 가꾸기 위해서는 땅을 반반하게 고르고 이랑을 바르게 하는 일이 중요하며 흙을 가늘게 부수고 깊게 갈아 분가루처럼 부드럽게 해야 한다. 씨는 항상 고르게 뿌려야 하며 모종은 아주 성기게 해야 한다. 아욱 한 이랑, 배추 한 이랑, 무 한 이랑씩 심어 두고 가지나 고추 등속도 따로따로 구별하여 심어 놓고, 마늘이나 파 심는 일에도 힘쓸 일이다. 미나…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나는 기억하고 너는 재생한다 |2016. 10.11

‘기억’이라는 말이 있다. 컴퓨터가 ‘똑똑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아마도 애당초 그 이름을 얻게 된 연산 능력에도 있겠지만, 엄청난 양의 기억거리(memory)를 집어삼키는 ‘저장 처리 능력’도 한몫을 할 게다. 간혹 들려오는 말 가운데 여자들의 초인적인 기억력 때문에 남자들이 못 살겠단다. 자기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여자는 무슨 기억력이 그리도…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기본소득 제도 한국에 적용하려면 |2016. 10.04

기본소득 제도는 자산 규모, 소득 수준, 근로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는 이미 실행하고 있고 네덜란드·핀란드에서도 특정 집단 대상의 정책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되기도 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올해 6월 27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정치인의 즐거움과 근심 |2016. 09.27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잠룡’(潛龍)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잠룡’이란 ‘주역’ 건괘(乾卦)에 나오는 말로, 성인(聖人)이 때를 만나지 못하여 물속에 숨어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 잠룡이 ‘현룡’(見龍)의 단계를 거쳐 하늘을 나는 ‘비룡’(飛龍)이 되면 성인이 천자의 지위를 얻어 천하가 잘 다스려지게 된다. 그러나 대선 경쟁에 뛰어든 이들을…

[김동춘 성공회대 NGO대학원장]부자 나라지만 ‘약한 국가’ 한국 |2016. 09.20

정부가 제출한 2017년 예산 규모를 보면 정부 예산이 400조 원을 넘었고 복지비도 130조를 넘었다. 한국은 최근 20년 사이에 국가 예산 중 복지비 지출 액수는 물론 GDP 중 조세부담률이 가파르게 높아진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도 한국은 아직 GDP 중 복지비 지출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저(低)복지 국가에 속한다.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봐도 스웨…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전쟁과 평화 사이 |2016. 09.13

2002년쯤 얼마간 미국에 머물고 있던 때다. 주(州) 지방지 1면 톱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호전적인 시민, 신중한 참전용사”(Hawkish Citizen, Cautious Veteran)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한 주 의원들의 분위기를 이처럼 보도한 것이다. 전쟁을 겪어 본 사람들은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