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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입춘이라는 기적 |2020. 02.04

어느새 입춘(立春)이다. 소한·대한마저 그리 큰 추위 없이 지나가서 그런 것일까? 봄이 온다는 감흥이 별로 없다. 지리산 북방산개구리가 1월 말에 벌써 알을 낳았다고 한다. 이렇게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덜할 법도 하다. 그러나 입춘의 감흥을 언급하기조차 민망한 이유는 날씨에 있지 않다. 이웃나라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남산의 부장들’이 남긴 씁쓸함에 대하여 |2020. 01.28

설날 연휴에 이병헌·이성민·곽도원·이희준 등이 열연한 우민호 감독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보았다. 벌써 3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10·26 사건을 포함한 박정희 대통령 최후의 40일을 다루고 있다. 한데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와 경호실장 차지철의 권력투쟁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미스터리 김형욱 실종 사건을 포함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이 …

도도한 시대적 흐름 |2020. 01.21

우리는 정보·지식을 자본으로 한 3차 산업시대를 넘어 4차 산업시대를 맞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정보와 지식 산업의 진전과 변화는 가히 혁명에 가깝다 할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일컬어 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 하여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일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 기존의 …

정조대왕의 검소함 |2020. 01.14

정조는 1776년(정조 즉위년) 3월 16일, 자신이 등극하기 전에 궁중에 있던 내시와 액정서 소속 인원 108명과 궁녀들을 줄이라는 뜻밖의 하교를 하였다. 군주가 자신을 도와주는 내시와 액정서 소속의 인원, 여기에 더해 궁녀를 줄이라고 명령하는 것은 조선시대 왕실에서 매우 특별한 일이다. 군주가 이런 일까지 신경 쓸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왕의 일거수…

우리를 못마땅하게 하는 것들 |2020. 01.07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주위에는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일들도 많다. 하지만 2019년을 돌이켜 보면 그에 못지않게 우리를 슬프게 하고, 우리를 못마땅하게 하고, 때로는 우리를 분노케 하는 일들 또한 많이 일어났다. 그중에서 백미(白眉)는 전광훈 목사다.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대표 회장인 전 목사는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거침없…

‘누리대’에 젓가락이 가게 되는 까닭은 |2019. 12.31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것들이 있다. 먹거리에 대한 취향도 그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음식 취향이 극적으로 변한 사례는 ‘누리대’(누룩치의 강원도 방언)에 대한 입맛의 변화이다. 누리대는 주로 강원도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산나물의 일종이다. 먹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향과 맛이 약간 비릿하면서 쌉싸름하다. 야채샐러드에 많이 쓰이는 셀러리(celery)와 비…

베들레헴 토굴에 배달된 세 장의 카드 |2019. 12.24

오늘은 2019년 성탄전야. 네팔 카필라 왕국에서 태어난 싯다르타 고다마 왕자의 탄신을 배달겨레 전부가 ‘부처님 오신 날’로 경축하듯,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나자렛 사람 예수’의 탄일도 온 국민이 ‘성탄절’로 함께 반긴다. 참 종교심 깊은 민족이다. ‘인류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성경은, 예루살렘 가까운 베들레헴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잠자리를 얻지 못한 …

정조와 함께한 옥류천 산책 |2019. 12.17

1781년(정조 5) 9월 3일, 정조는 규장각 전·현직 직제학(홍문관·예문관·규장각 정3품)인 정민시, 서호수, 심염조, 그리고 호조참판 강세황과 함께 창덕궁 후원의 옥류천(玉流川) 계곡으로 들어갔다. 옥류천 일대는 가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계곡에서 흘러내린 시냇물이 여름철만큼은 아니었지만, 창덕궁 옥류천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정조가 신하…

베를린의 쇼네바이데에서 |2019. 12.10

엊그제 베를린 남동부의 쇼네바이데를 찾았다. 어김없이 초겨울의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나치 강제노동 기록센터는 방문객들을 차분하게 맞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치 치하 강제노동 및 2000년 이후에 시작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실태에 관한 상설 전시, 그리고 2차대전 말기에 이루어진 이탈리아 주민들에 대한 강제노동에 관한 특별 전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과…

다산 정약용과 가짜 뉴스 |2019. 12.03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호치민이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 호치민은 베트남의 민족 해방과 통일을 이끈 지도자다. 동서를 넘어 인정받는 위인이다. 그런 호치민이 ‘목민심서’를 읽었다고? 여기에다 호치민이 다산을 존경한 나머지 다산의 기일을 알아내어 제사를 지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목민심서’의 권위를 올리는 데 좋은 소재들이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2019. 11.26

지난 5월 천주교 안동교구가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이하여 내건 사목 구호는 ‘기쁘고 떳떳하게’였다. 이를 나는 뒤늦게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 표어는 50년 전, 안동교구의 첫 교구장으로 부임한 두봉 주교가 취임사에서 “주님 말씀대로 기쁘고 고맙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아가자”고 한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두봉 주교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25세의…

음악과 정치 |2019. 11.19

세종대왕의 악명(樂名)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악명하면 음악 이름인데, 이것이 어떻게 정치와 관련성을 지니는 것인지 생소할 것 같다. 그런데 옛 제왕의 음악은 ‘정치 행위’라는 말이 있다. 성인은 예악(禮樂)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인의(仁義)로써 백성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는 예로써 자연의 이치를 다스리고 음악으로써 백성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신사임당의 예술 재능 어디서 왔나? |2019. 11.14

신사임당은 우리 역사를 장식하는 대표 인물이지만 이 땅에 와서 머문 시간은 50년도 채 안되었다.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는 이후 500년이 다 되도록 계속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그동안 나올 이야기 다 나왔을 테고, 자료 또한 한계가 있을 터인즉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란 없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사임당과의 연결성이 전혀 없어…

그들만의 세상에서 인간-되기 |2019. 11.12

최근 세상의 변화를 촉발하는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되고 있다. 전업주부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한 여성의 일상을 다룬 소설 ‘82년생 김지영’(조남주)이 각색 영화(2019·김도영)로 확장되면서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출산 (초)고령화라는 인구 절벽에 직면한 한국에서 아이 엄마는 고마운 존재일 수 있다. 그런데 남편이 벌어다…

아, 슈리성 |2019. 11.05

지난 10월 31일, 오키나와의 슈리성(首里城)이 전소되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1989년부터 올해 초까지 30년간 정성을 기울여 복원한 류큐왕국의 혼이 불타 버린 것이다. 슈리성 곳곳에 화마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던 여러 장식들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아연실색했고, 많은 한국인들도 10여 년 전 남대문 화재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