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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김태희 다산연구소장]실학 담론의 역사성과 짧은 생각 |2016. 11.08

실학은 없다, 있다 의견이 분분하다. 조선 후기에 성리학에서 탈피하여 근대 지향적이고 민족 지향적인 새로운 학풍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실학’이라는 게 일반의 인식이다. 그런데 다른 목소리가 쏟아진다. 실학과 성리학이 다른 것이 아니다, 사족 체제의 자기조정 프로그램일 뿐이어서 굳이 실학이라고 호명할 것은 아니다, 과학사 학계에서는 실학을 그다지 높이 평가…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더는 슬픔을 낭비할 수 없다 |2016. 11.01

나는 지난해 반년을 런던과 에든버러를 오가며 보냈다. 마침 그 시기에 영국총선이 있었기 때문에 정당과 의회 그리고 각종 매체와 거리에서 거침없이 펼쳐지는 공론장들을 보며 민주주의 모국의 저력을 새삼 실감했었다. 반면 정치의 잡답(雜沓) 뒤, 사람들 일상에서는 마약이 뒷골목에서 가정으로 사무실로 남녀노소 불문 퍼져 있었고, 상황은 5년여 전 영국을 돌며 …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영화평론가] 다큐에서 만나는 ‘단순한 진심’ |2016. 10.25

날이 갈수록 다큐멘터리(다큐)는 매력적인 매체로 세상을 떠다닌다. 오늘날 극영화처럼 표를 사고 보는 다큐는 오래전 극장에서 틀어 주던 국책성 계몽 다큐로부터 엄청난 진화를 보여 준다. 이 가을 단풍과 함께 날아온 다큐들을 극장에서 보노라니 부조리한 세상으로부터 탈주하는 즐거움과 함께 용기를 얻는다.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

[김정남 언론인] 농사가 내게 가르쳐 주는 것 |2016. 10.18

“남새밭을 가꾸기 위해서는 땅을 반반하게 고르고 이랑을 바르게 하는 일이 중요하며 흙을 가늘게 부수고 깊게 갈아 분가루처럼 부드럽게 해야 한다. 씨는 항상 고르게 뿌려야 하며 모종은 아주 성기게 해야 한다. 아욱 한 이랑, 배추 한 이랑, 무 한 이랑씩 심어 두고 가지나 고추 등속도 따로따로 구별하여 심어 놓고, 마늘이나 파 심는 일에도 힘쓸 일이다. 미나…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나는 기억하고 너는 재생한다 |2016. 10.11

‘기억’이라는 말이 있다. 컴퓨터가 ‘똑똑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아마도 애당초 그 이름을 얻게 된 연산 능력에도 있겠지만, 엄청난 양의 기억거리(memory)를 집어삼키는 ‘저장 처리 능력’도 한몫을 할 게다. 간혹 들려오는 말 가운데 여자들의 초인적인 기억력 때문에 남자들이 못 살겠단다. 자기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여자는 무슨 기억력이 그리도…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기본소득 제도 한국에 적용하려면 |2016. 10.04

기본소득 제도는 자산 규모, 소득 수준, 근로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 알래스카 주에서는 이미 실행하고 있고 네덜란드·핀란드에서도 특정 집단 대상의 정책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되기도 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올해 6월 27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정치인의 즐거움과 근심 |2016. 09.27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잠룡’(潛龍)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잠룡’이란 ‘주역’ 건괘(乾卦)에 나오는 말로, 성인(聖人)이 때를 만나지 못하여 물속에 숨어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 잠룡이 ‘현룡’(見龍)의 단계를 거쳐 하늘을 나는 ‘비룡’(飛龍)이 되면 성인이 천자의 지위를 얻어 천하가 잘 다스려지게 된다. 그러나 대선 경쟁에 뛰어든 이들을…

[김동춘 성공회대 NGO대학원장]부자 나라지만 ‘약한 국가’ 한국 |2016. 09.20

정부가 제출한 2017년 예산 규모를 보면 정부 예산이 400조 원을 넘었고 복지비도 130조를 넘었다. 한국은 최근 20년 사이에 국가 예산 중 복지비 지출 액수는 물론 GDP 중 조세부담률이 가파르게 높아진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도 한국은 아직 GDP 중 복지비 지출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저(低)복지 국가에 속한다.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봐도 스웨…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전쟁과 평화 사이 |2016. 09.13

2002년쯤 얼마간 미국에 머물고 있던 때다. 주(州) 지방지 1면 톱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호전적인 시민, 신중한 참전용사”(Hawkish Citizen, Cautious Veteran)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한 주 의원들의 분위기를 이처럼 보도한 것이다. 전쟁을 겪어 본 사람들은 아무래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유사…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우병우 사태를 보며 |2016. 09.06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말했던 것은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면서였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 쉽게 다른 ‘종자’라며 내치는 나치 전범들도 특정의 상황적 계기가 만든 것일 뿐, 실은 우리 모두 그저 운 좋게 살아온 잠재적 범죄자일지 모른다. 그래서 너나없이 우리는 변명과 회피, 비난과 책임 전가, 희생양 만들기에 그리도 분주…

[김정남 언론인]생각하는 지도자를 세워야 나라가 산다 |2016. 08.30

1970년대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수도 이전 문제가 정권 차원에서 제기되었을 때, 옥중의 김대중은 수도 이전이나 분할은 안 된다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 일만은 막아야 한다고 간곡하게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깨알 같이 쓴 그 봉함엽서에는 휴전선으로부터 30km 안팎에 수도가 있음으로 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도가 이전하면…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따로 또 같이, 관계 미학의 힘 |2016. 08.23

“무지하게 덥네요.” “단군 이래 최대 폭염이라네요.” 요즘 주고받는 인사는 나날이 기록 경신에 들어간 폭염 탄식으로 넘쳐난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올림픽 이미지 몇 장은 인류가 온난화시켜 버린 지구촌에서도 살아 낼 희망과 용기를 보여 준다. 리우 올림픽 광장, 8월 17일 육상 5000m 경기 예선에서 두 여성이 보여 준 관계의 미학은 자매애의 뭉클함…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시(詩)를 생각하다 |2016. 08.16

몇 달 전에 모 일간지로부터 기획연구 제안을 받고 간단한 실험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기획 의도는 종이 인쇄물과 SNS 매체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했을 경우, 어느 매체를 통해서 전달된 정보가 여섯 시간 후의 리콜 수행 능력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종이 인쇄물로 정보를 전달했…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중소기업 99 88의 진실 |2016. 08.09

중소기업의 수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수의 99%이고 고용의 88%를 차지한다고 해서 흔히 99 88이라고 부른다. 쉽게 외울 수 있는 숫자라서 경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TV 토론회 같은 데서 흔히 쓴다. 어떤 경우에 99 88 통계 수치를 쓸까?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니 청년 실업 등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보다 …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퇴계학연구원장] 아! 스마트폰 |2016. 08.02

얼마 전 점심을 먹기 위해 어느 중국 음식점에 들렀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 네 명이 들어와 음식을 시키고 나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었다. 식사 도중에도 각자 스마트폰을 조작하면서 한마디의 대화도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각자 계산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