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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과 교수] 나는 여자다 |2017. 02.21

나는 여자다. 그리고 나는 교수다. 그래서 나는 여교수다. 그런데 내 성은 ‘여’가 아니다. 내 성은 ‘최’다. 우리 학교에는 ‘여’(呂)씨들의 모임이 아닌 ‘여교수회’가 있다. 내 주위에는 많은 남자 교수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남교수가 아니다. 그들은 성씨가 ‘남’(南)이 아니고서는 ‘남교수’라고 불리지 않는다. 그리고 ‘남교수회’도 없다. 의…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선진국 극우정치, 파탄의 한국정치 |2017. 02.14

트럼프 식의 신고립주의는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시대의 종언을 의미하는가. 그간의 세계화는 노동의 발은 묶되, 상품과 자본의 국가 간 이동은 푸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현실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대안은 없다’ 류(類)의 구호와 더불어 거침없이 진행돼 왔다.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가장 큰 사건이라는 브렉시트 결정과 트럼프 현상은, 세계화 흐름을 선도하던 영미자…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영화평론가] 아픔을 먹고 사는 예술의 힘 |2017. 02.07

“예술가를 조심하라. 사회 모든 계급을 뒤섞으니 가장 위험하다.” 1940∼50년대 205명 블랙리스트를 휘두르며 ‘할리우드 10인’을 감옥에 보낸 매카시즘 선전 포스터의 문구이다. 그런데 제왕적 권력, 호위무사 등등 마치 사극 드라마 같은 용어가 난무하는 현재, 이곳에도 그 파장이 느껴진다. 바로 그 매카시즘은 이제 ‘트럼피즘’과 짝패가 되어 등장하기…

[김정남 언론인] 정유년 새 아침의 꿈 |2017. 01.31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대통령 선거가 있던 그해 이른 봄, 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던 박근혜에 대하여,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조선일보 2012년 2월 11∼12일 자) 이 보도가 나간 뒤, 협박성 경고와 몸조심하라는 충고를 동시에 받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재정 정책의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2017. 01.24

케인스는 개인 입장에서는 저축 증대가 자산의 증가와 미래 소득 증가를 가져오지만, 모든 사람이 저축을 증대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 감소에 의한 판매 부진으로 경기 침체를 악화시킨다는 ‘저축의 역설’(paradox of saving)을 주장했다. 한국의 가계 저축률은 2007년 5.1%에서 2015년 8.1%로 올라간 반면, GDP 대비 가계소비 비율은 …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낭만에 대하여’ |2017. 01.17

단군 이래 최악의 불경기에다가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쳐 어수선하고 스산한 어느 날, 택시 안에서 ‘영원한 낭만 가객’ 최백호가 부르는 ‘낭만에 대하여’를 듣노라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문득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때는 ‘그…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온전한 국민주권의 시대를 열자 |2017. 01.10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제헌헌법에서 지금의 87년 헌법의 전문에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는 내용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바로 일제 치하였던 1941년, 임시정부가 제정한 건국강령의 기본 정치철학, 즉 조소앙(1887∼1958)의 삼균(三均)주의에서 온 것이다. …

[김태희 다산연구소 소장] “뭣이 중한디?” |2017. 01.03

지난해 있었던 사건에서 ‘사필귀정’이란 말을 떠올리며 ‘새해엔 다시 시작해 보자’는 국민적 결의가 고조되어 있다. 어느새 국민의 관심은 차기 대통령을 뽑는 조기 대선으로 옮겨 가고 있다. 대통령, 참으로 중요하다. 잘 뽑아야 한다. 그런데 문득 귓전을 때린다. “뭣이 중한디? 도대체가 뭣이 중허냐고?” 느낌이 확 오는 이 문장이 영화 ‘곡성’에 나온 대…

[고세훈 고려대 명예교수] 우리에게 도덕은 가능한가 |2016. 12.27

“조직하지 말라, 부패한다.” 한때 저항시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모 인사가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했던 말이다. 그의 이른바 ‘전향’을 둘러싼 왈가왈부가 한창인 때 나온 이 말을 두고 내 친구는, “걱정하지 마라. 인간은 조직 전에 이미 부패해 있다”고 옆에서 비아냥댔었다. 평소 ‘법과 원칙’을 앞세우며 점잖게 인간의 도리를 훈계했을, 가지고 배우고 누린 …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영화평론가]현실과 영화 사이, ‘광장 예술’의 희망 |2016. 12.20

“어쩌면 좋아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으니…” 요즘 필자가 자주 듣는 안부 인사다. 뉴스에도 영화와 현실을 비교하는 문구가 단골로 등장한다. 국정 난국 사태를 다루는 기사에 ‘영화를 초월한 현실’, ‘영화보다 더한 막장’ 같은 표현이 난무한다. 영화적 상상력 이상으로 펼쳐지는 충격적 현실에 ‘막장 드라마’ 꼬리표를 붙인 셈이다. ‘막장’은 탄광의 갱…

[김정남 언론인]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 싶다 |2016. 12.13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 박근혜 대통령은 왜 매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에 전국적으로 그렇게 많은 국민이 모이고, 왜 국회에서 그렇게 압도적인 다수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밖에 없었는지 아직도 그 까닭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세 차례에 걸친 담화나 마지막 국무회의 간담회에서의 발언, 그리고 막판에 단행한 국민통합위원…

[최명원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글짓기’와 ‘지은 죄’ |2016. 12.06

어릴 적 어린이날 기념 사생대회라든가 한글날 기념 글짓기 대회 같은 것을 명목으로 학교가 아닌 궁궐이나 능을 찾아 그곳에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지으면서 하루를 보낸 기억을 떠올리다가 문득 왜 하필 ‘글쓰기’가 아닌 ‘글짓기’ 대회라 했을까 생각해 본다. 기일에 맞추어 내보내야 하는 글을 앞에 두고 끙끙거리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방으로 글거리를 찾아…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대공황의 거울로 본 미 대선 복기(復棋) |2016. 11.28

히틀러가 바이마르 공화국의 민주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는 사실은 많은 지식인을 당혹하게 한 사건이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나 유럽 사회의 뿌리 깊은 유태인 혐오감 등 다양한 설명이 있었지만, 나의 소박한 독서 경험으로 보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셰리 버먼(Sheri Berman)의 ‘정치가 우선한다’이다. 1929년 미국발 대공황이 터졌을 때 …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2016. 11.22

가을이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서리 맞은 잎새가 이월 꽃보다 더 붉다(霜葉紅於二月花)”고 노래한 바와 같이 온 천지가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 그런데 맑고 더 높아야 할 이 찬란한 계절, 가을 하늘이 잿빛으로 얼룩져 있다. 2016년 11월의 가을 하늘이 유난히 가을답지 못한 것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있겠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대통령은 호랑이 등을 탄 것인데 |2016. 11.15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재임 1945∼53)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호랑이 등을 탄 것과 같다. 달리지 않으면 먹힐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업무의 엄중함, 함부로 포기할 수도 없는 처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 그런데 나는 대통령을 밀어주었고, 그의 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 국민 혹은 ‘강력한 이익 집단’이 호랑이라고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