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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다산포럼] 십자가를 장검으로 휘두르는 ‘증오의 종교’[ |2019. 10.22

필자가 다니는 조그만 성당의 주일미사 중 있었던 일이다. 대표신자들이 자유로이 기도문을 지어 염송하는 ‘신자들의 기도’ 시간이었다. 한데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여선지 어느 청년이 “김정은 일가가 하루빨리 몰살당해 북한이 망하고 이 땅에 평화가 오게 하소서”라는 기도문을 올렸다. 미사를 집전한 사제는 미사 후 청년을 따로 불러 “우리 크리스천은 기…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늙은 여자들의 시간 |2019. 10.15

“지금까지 이룬 게 없으면 이후에도 이룰 게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열심히 했으면 이제 그만해도 돼!” 연로한(?) 연구자들 사이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주변에는 정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안 하던’ 공부를 해서 대작을 내겠노라 수선을 피우는 이들이 적지 않고, 공부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책 속에서 몸을 빼지 못하는 ‘천생 서생’들도 더러 있다. …

[김태희 실학박물관 관장] 조국을 넘어 |2019. 10.08

“거 봐라. 자기들만 착한 척, 옳은 척하더니.”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의 위선을 새삼 확인한 듯한 분위기였다. 다른 한쪽에선 실망과 당혹감에 빠졌다. “도덕성이 자산인데, 더 악화되기 전에 얼른 대통령이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정권 차원 이상의 고려도 담겼다. 이에 대해 언론과 야당의 의혹 제기가 아직은 확인된 게 없지 않느냐는 반론도 조심스럽게 나…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다중의 지모를 믿었던 세계주의자 최한기 |2019. 10.01

혜강(惠岡) 최한기(崔漢綺)는 한국 실학사의 대미를 장식한 존재이다. 그는 1803년에 태어나서 조선 왕국이 근대적 세계로 문을 연 개항이 이루어진 이듬해인 1877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학문은 자기 시대를 대변하듯 개방적 성격을 강렬하게 띠었다. 전 지구가 하나로 소통하는 ‘만국일통’을 고도로 강조하고, 온 누리에 안녕이 깃드는 ‘우내녕정’(宇內寧…

[김세종 다산연구소장] 다산의 ‘악경’ 복원과 고악의 회복 |2019. 09.24

다산의 학문은 참 넓고도 깊다.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그의 시문과 책 속에는 당쟁시대 권력에 눈멀어 백성들의 곤궁한 살림은 아랑곳하지 않던 시절, 성인의 글을 근본 바탕으로 삼고 현인의 글을 거울삼아 경전을 재해석하고, 사회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진단하며, 해결 방책을 열거한 대목을 보면 그저 경외감이 들 뿐…

[정 근 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 |2019. 09.16

 태풍이 할퀴고 간 들판이 휑하니 황량하다. 원래부터 생각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작정을 하고 만든 것이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 파괴력이 의외로 커서 오랫동안 생각을 같이 해 왔던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링링이 아니라 조국 이야기이다. 태풍의 눈은 자녀 교육과 재산 문제를 넘나들었고, 최종적으로는 문제 해결 방안이 대학 입시제도 개혁으로 귀착된 듯하지…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트럼프를 어이할까? |2019. 09.10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그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일삼는 묘한 인물이다.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면서도 늘 술에 취한 듯 붉은 얼굴로 쏟아 내는 그의 말들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마치 개구리처럼 어디로 뛸지 모른다. 그가 이번에 또 ‘트럼프 빨대’라는 기상천외의 일을 저질렀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선거본부가 대통령의 이름(T…

[유지나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고정관념과 세대 차이 |2019. 09.03

9월의 서늘한 가을바람이 반갑기만 하다. 에어컨 바람으로 폭염을 견뎌 냈던 일상이 보다 트인 공간으로 변하는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인류 산업 발전이 몰고 온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계절 변화가 지속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런 길목에서 최근 접한 지난해 출산율 관련 정보는 세상 변화의 세대 차를 절감하게 한다. 동네에서 아이들보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

[다산포럼-성염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 아직도 8월 |2019. 08.27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문구, 웬만한 지식인이면 들어서 아는,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명제가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시국이다. 어떤 사람이 흔히 쓰는 단어와 어법과 어조는, 그 사람의 지적 능력과 지식수준뿐만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정신적 혈통과 종족, 사람됨, 그가 사는 세계를 결정(結晶) 짓는다는 뜻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는 아직도 8월이다.…

[김태희 실학박물관 관장] 일본은 왜 패망했는가? |2019. 08.20

제국 일본은 왜 패망했는가? 그것은 ‘근대의 부족’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우리에게 그토록 뿌리 깊게 근대화 콤플렉스를 심어 준 일본이 근대성이 부족했다니. 일본 도쿄대 법학부 정치학과 학생인 마루야마 마사오는 한참 논문을 쓰고 있었다. 1944년 7월 초 갑자기 그에게 군대 소집 영장이 날아왔다. 남은 기간은 겨우 일주일. 서둘러 논문을 마무리…

[김정남 언론인] 일본은 적인가 |2019. 08.13

지난달 4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 세 가지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한국을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함으로써 이제 한국과 일본은 사실상 경제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그날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과 함께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 나…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8월 6일의 히로시마를 생각하며 |2019. 08.06

지금으로부터 74년 전 여름, 히로시마는 인류 최초로 피폭 도시가 되었다. 1945년 8월6일의 일이다. 그해 연말까지 약 14만 명이 희생되었고, 그 후유증은 이루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컸다. 이로부터 1년 후 일본은 이른바 평화 헌법을 갖게 되었고, 4년 후에는 히로시마가 국제평화문화도시를 선언하였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평화공원을 방문하여 전쟁의 참…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홍대용의 우정과 ‘이성적 대화’ |2019. 07.30

담헌(湛軒) 홍대용(洪大容)은 연암 박지원과 함께 이용후생학파(利用厚生學派)로 분류되는 실학자이다. 그는 일찍이 우리 인류가 발을 딛고 사는 땅은 둥글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설파했고 나아가서 우주무한론을 제창하였다. 이처럼 천문학에 조예가 깊은 과학자였는데 인간과 만물과 우주를 아울러 근원적으로 사고하여, 그의 학적 사유는 자연철학의…

[다산포럼-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 다산초당의 정석(丁石) |2019. 07.23

강진 다산초당에 오르면 왼쪽 뒤편에 ‘정석’(丁石)이란 두 글자가 새겨진 바위를 볼 수 있다. 정약용이 쓴 이 글씨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정약용이 강진에서 보낸 유배 생활은 18년. 그 가운데 후반기 10년 6개월을 이 다산초당에서 보냈다. 그 전에는 강진현 동문 밖의 주막집 뒷방, 고성사의 보은산방, 제자 이학래의 집 등을 전전하였다. 18…

[다산포럼-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다산의 일본론 |2019. 07.16

조선 후기 문집을 읽다 보면 일본에 대한 언급을 이따금 접하게 된다. 허목(許穆)의 ‘흑치열전’(黑齒列傳)은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이덕무(李德懋)의 ‘청령국지’(청령國志)는 상당한 분량의 일본 연구서다. 이익(李瀷)은 ‘일본지세변급격조선론’(日本地勢辨及擊朝鮮論) ‘왜구시말’(倭寇始末) ‘일본사’(日本史) ‘왜환’(倭患) 등의 중요한 비평문을 ‘성호사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