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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관직과 재산에 대한 다산의 생각을 곱씹으며 |2020. 05.26

다산이 격절(激切)한 심정으로 자식들에게 당부한 글이 있다. 사대부 집안이 관직을 잃으면 탕잔(蕩殘)하여 천족(賤族)에 뒤섞이니, 절대 경전 공부를 포기하지 말고 가정경제를 등한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녀에게 보낸 당부는 과거(科擧)와 경제(經濟)라는 두 키워드로 요약된다. 손자 때라도 어떻게든 급제해 관직을 얻어야 하고 과수와 원포를 경영하며 가능한 …

잘 내려가야 높이 오른다 |2020. 05.19

산을 다니다 보면 알게 되는 사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경제는 그 유명한 IMF 이래 연평균 0.2%씩 성장이 감소해 왔다. 한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니 공교롭게도 한 분 재임할 때마다 1%씩 성장 속도가 느려진 셈이다. 언제는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한 정책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있었고,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부의 부패가…

포스트 코로나, 세 가지 쟁점 |2020. 05.12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이 시작된 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범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생활 방역으로 조금씩 전환하고 있다. 비록 관중 입장은 허용되지 않지만 프로 야구가 무관중 경기로 개막되었고,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이를 중계하고 있다. 고 3 수험생들부터 학교 수업을 정상화할 것을 결정하기도 했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하…

침묵과 낮춤 그리고 제자리 찾기 |2020. 04.28

요즘처럼 말이 사납고 거친 때도 드물었던 것 같다. 말의 홍수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몸부림을 친다. 상처 주기와 편 가르는 말들이 멈출 줄 모른다. 말의 낭비이다. 침묵의 용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사람이 태어나 말을 익히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려면 그 30배의 시간이 든다고 한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

정조의 소통과 제21대 대한민국 국회 |2020. 04.21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됐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의지가 드러난 선거임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하여 이번 선거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이번에 새로 국회의원이 된 여야 의원 모두를 위해, 정조의 소통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 20대 국회가 ‘동물 국회’로 폄훼되는 …

예수님이 지금 여기 있다면 |2020. 04.14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0년 4월 8일 현재 세계 전체의 확진자는 142만 명이고 누적 사망자도 8만 2천 명에 이른다. 이 전염병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희생자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14세기 중엽에 유럽을 휩쓴 페스트를 연상케 한다. 페스트는 3년 동안 2천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어 중…

바이러스와 인간, 그리고 권력 |2020. 04.07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제작할 때만 해도 감독은 ‘워쇼스키 형제’였다. 이후 ‘워쇼스키 남매’가 됐다가 지금은 ‘워쇼스키 자매’이다. 성적 정체성은 접어두고, ‘매트릭스’가 공상과학영화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케 하는 구성, 시온(Zion)과 네오(Neo)를 통해 구약과 신약 세상을 버무린 내용 전개, 여기에 주인…

삶을 기르는 길 |2020. 03.31

‘진리’ 혹은 ‘절대적 가치’ 등 인간이 추구해야 할 어떤 것을 일찍이 동양에서는 ‘도’(道)라고 이름하였습니다. 도는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우리가 어떤 목적지를 향해 안전하고 정확하게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길을 경유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이라는 존재로서 삶이라는 긴 여정을 올바로 걸어가기 위해 따라야 할 그 길을 ‘도’라고 부른 것입니다. 우주 만물…

두려움으로 두려움을 이겨 내기 |2020. 03.24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감염으로 인한, 혹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변화는 피치 못할 일이다. 그러나 ‘두려움’으로 인한 변화 역시 작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지나친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마비되고, 혐오와 배제가 자행됨으로써 더 큰 피해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두려움이 …

저활성 사회가 남길 숙제들 |2020. 03.17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코로나 사태가 약간씩 진정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이란, 미국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어서 걱정은 여전하다. 예방, 검사, 확진, 완치 또는 사망으로 이루어지는 감염병 관리 체계에서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독특한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예방수칙 준수, 검사 능력과 실적, 그리고 낮은 치명률 등에서 독보적인 지…

코로나와 ‘기생충’ |2020. 03.10

얼마 전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Oscar: 아카데미상의 다른 말)를 휩쓸었다.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짜파구리 연찬(宴饌)을 통해 기생충의 쾌거를 축하하고 기생충이 보여 준 사회의식에 공감하였다. 빈부의 차이는 경제의 차이이며 경제의 차이는 정치의 수준을 보여 준다. 기생충의 오스카를 마냥 축하할 수 없는 …

코로나19 사태에서 남북관계를 떠올리다 |2020. 03.03

일종의 명예혁명인 촛불항쟁으로 이룩한 문재인 정부가 위기를 맞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것인데, 거의 국난에 가까운 위기다. 문제는 특정 국가, 특정 지역, 특정 종교 등등 타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와 배타가 극에 달한 점이다. 낯선 상대는 두렵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불안감이 커진다. 다만 역병에 대처하는 동아시아 북·중·일(北·中·日…

용산국가공원 밀뫼말 |2020. 02.25

입동이 지난 지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용산 국가공원 ‘밀뫼말’(미르뫼 마을, 용산 마을)에는 요즘 김장이 한창이다. 배추 6만 포기, 무 2만5000개. 여기에 준비해 둔 대파·쪽파·알타리·마늘·갓·미나리가 탐스럽다. 이제 한 달 남짓 동지 전후해서는 용산 국가공원 논·밭과 숲에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할 것이다. 용산국가공원은 밀뫼말 10만 평(약…

과부와 싱글맘 |2020. 02.18

“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혀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맥락을 모르고 듣는다면, 법정에서 온정적인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판사에게 전하는 감사의 인사로나 여겨질 법하다. 하지만 이 말은 종합편성 채널 한 곳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 경연대회 최종 우승자의 입에서 나온 우승 소감이다. 사전에 준비된 것이 아니라면,…

한 사람만을 위한 주간지(週刊誌) |2020. 02.11

조너던 프라이스와 앤서니 홉킨스 두 영국 배우가 프란치스코와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빙의라도 한 듯 완벽한 연기’를 보인 영화 ‘두 교황’이 유럽에서도 국내에서도 상당수 관객을 불러들이는 중이다. 한데 2003~2007년 바티칸에 대사로 근무한 필자가 보고 느낀 바가 화면에 그대로 재현돼 감회가 깊었다. 특히 주연 배우 프라이스가 어느 인터뷰에서 “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