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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검은 반도체’ 김을 위한 헌사 |2019. 05.30

어머니는 연탄아궁이 위에 석쇠를 올리고 김을 구우셨다. 검고 얇은 김은 민감했다. 조금만 연탄과 가까워지면 누렇게 탔고 조금만 연탄과 멀어지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김은 불이 아닌 불기운으로 익히는 음식이다. 김이 구워지기에 적당한 거리와 시간. 그것은 오로지 경험으로만 측정 가능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검고 불투명한 색이 빛이 통과할 정도로 투명한 녹색으…

[이덕일의 ‘역사의 창’]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역사 인식 |2019. 05.23

일이관지(一以貫之)는 하나로써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뜻이다. 일관(一貫)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이는 공자가 제자 삼(參), 즉 증자(曾子)에게 한 말로써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 나온다. 공자가 “삼아, 내 도는 하나로써 꿰뚫었다”라고 말하자 증자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공자가 나가자 문인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증자는 “…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포기’라는 미끼 |2019. 05.21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나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31일 바다의 날까지 10여 개가 넘는다. 학교도 체육 대회, 수학여행, 수련 활동, 진로 체험 등 화창한 날씨만큼 활기찬 교육 활동이 교내외에서 펼쳐진다. 이러한 활동으로 추억을 만들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한다. 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의 공감대 속에 이뤄…

[서효인의 ‘소설처럼’] 태고와 광주 |2019. 05.16

‘태고의 시간들’은 그동안 흔히 접할 수 없었던 폴란드 소설이다. 저자인 올가 토카르축은 ‘방랑자들’이라는 작품으로 2018년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한 작가다.(우리나라 작가로는 소설가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상의 후광이 아니더라도 올가 토카르축은 폴란드의 대표적 소설가로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중…

[고규홍의‘나무 생각’] 모든 것은 이름에서 시작됐다 |2019. 05.09

세상 모든 것의 이름에는 그의 중요한 특징이 담긴다. 일정한 특징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름부터 얻는 사람의 경우야 조금 다르지만, 나무처럼 사람과 함께 오래 살면서 생긴 이름이라면 그 안에 사람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기게 마련이다. 프랑스의 언어생태학자 루이-장 칼베는 “모든 것은 명명(命名)에서 시작된다”라고 했다. 이름은 대상에 대한 인식 태도의 직접적 반…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한국의 냉면과 일본의 소바 |2019. 05.02

“내가 아는 한 어떤 음식도 냉면처럼 열렬한 신도를 거느리고 있지 못하다. 비빔밥, 육개장, 찰떡 뒤에 ‘광’자를 붙였다 떼어 보면 냉면의 위대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음식 이름 뒤에 ‘광’을 붙일 만한 것은 그 음식이 그만큼 중독성이 있어서일 것이다. 도대체 냉면에 무슨 맛이 있기에 사람을 중독시키는가” 소설가 성석제의 수필집 ‘소풍’에 실린 ‘냉면광’…

[이덕일의 ‘역사의 창’] 농사짓던 사대부들 |2019. 04.25

정상기(鄭尙驥, 1678~1752)라는 인물이 있었다. 농사꾼이라는 뜻의 농포자(農圃子)라는 호를 썼다. 그가 이런 호를 쓴 것은 겉치레가 아니었다. 그는 세조 때 영의정을 지닌 정인지(鄭麟趾)의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농사를 지었다. 그는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과 친구였는데, 이익 역시 농군 사대부였다. 양반 사대부들은 굶주린 …

[김진구 일신중 교감] 육아 시간과 솔방울 |2019. 04.23

은결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아직 두 달이 못 됐다. 학교 적응이 힘들었는지 감기를 심하게 앓기도 했다. 각별한 만남 때문인지 항상 웃는 얼굴이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시기여서 웃을 때면 앞니 빠진 입이 더 귄있게 보인다. 은결이 엄마는 우리 학교 교무부장 선생님이다. 은결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겨울 방학 때였다. 방학 중…

[서효인의 ‘소설처럼’] 죽은 사람을 위해 - 조지 손더스 ‘바르도의 링컨’ |2019. 04.18

2017년 맨부커상 수상작 ‘바르도의 링컨’(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2018)은 영어권 소설에서는 이제껏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세계를 그린다. ‘바르도’는 이승과 저승 사이를 일컫는 불교 용어라고 한다. 이성과 합리성을 근간으로 태동한 근대 문학, 그중에서도 근대성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장르에서 이토록 비이성적이고 불합리적…

[고규홍의 ‘나무 생각’] 토종 목련의 슬픈 운명 |2019. 04.11

목련의 계절이다. 이 봄에 피고 지는 꽃 치고 반갑지 않은 꽃이 없지만, 목련만큼 우아한 자태로 우리 곁에 봄이 다가왔음을 알려 주는 꽃도 없다. 잎 돋기 전에 탐스럽게 피어나는 하얀 꽃이야말로 이 봄을 싱그럽게 맞이하게 하는 대표적인 봄맞이꽃의 상징이다. 목련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생명체 가운데 하나다. 목련이 처음 이 땅에 나타난 것은 1억…

[박상현의‘맛있는 이야기’] 영화 ‘극한 직업’과 수원 통닭 거리 |2019. 04.04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무려 1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한 영화 ‘극한 직업’. 개봉하자마자 이 영화를 관람하던 어느 치킨집 대표는 당장이라도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조바심이 났다. 그는 수원 팔달구에 있는 ‘통닭 거리’에서 2017년 치킨집을 열었다. 주변에는 이미 수십 년…

[이덕일의 ‘역사의 창’] 사법 기관의 근본적 개혁 |2019. 03.28

지금 경찰은 버닝썬 사건으로,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되어 법원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법 기관들이 거꾸로 정의 실현을 저해하는 기관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역사를 통해서 해답을 찾는 것이 좋다. 먼저 조선의 사법 제도와…

[서효인의 ‘소설처럼’] 가만히 묻는 소설 - 김세희 ‘가만한 나날’ |2019. 03.21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통칭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그 특징과 실제 사례가 찰떡처럼 잘 맞는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출생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고학률 세대이다. IT 기기에 SNS 등의 인터넷 환경에 지극히 익숙하다. 금융 위기 전후로 사회에 진출하였기에 일자리의 질적 저하를 체념적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 연연…

[고규홍의 ‘나무 생각’] 먼 훗날의 미세먼지 생각 |2019. 03.14

‘나무’를 키워드로 검색되는 뉴스가 부쩍 늘었다.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의 반영이다. 이는 순전히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꽁꽁 묻혔던 잿빛 겨울에 이어, 찬란해야 할 봄조차 우울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무 심기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다. 나무 한 그루가 한 해 동안 평균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인 35.7그램의 미세먼지를 흡수한…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도다리쑥국 |2019. 03.07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온 국민이 집단 최면에 걸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미디어가 관례처럼 봄이면 도다리를, 가을이면 전어를 다룬다. 대중의 입맛은 스스로의 결정보다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노출 빈도가 잦으니 자연스레 봄에는 도다리를, 가을에는 전어를 찾는다. 수요가 증가하니 봄에는 도다리의 몸값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