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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역사의 창'] 과거제와 음서제 |2019. 09.19

고려와 조선에는 음서제(蔭敍制)가 있었다. 고려는 5품 이상, 조선은 2품 이상 벼슬아치들의 자제들에게 과거를 보지 않고 벼슬에 진출할 수 있는 특혜를 준 것이다. 문벌(門閥) 덕분에 얻은 벼슬이란 뜻에서 문음(門蔭)이라고도 했다. 원래는 한 명만 받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두 명 이상이 혜택을 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음서로 채용되는 관리를 음관(蔭官)…

[서효인의 ‘소설처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김세희 ‘항구의 사랑’ |2019. 09.05

신예 작가 김세희의 첫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은 목포를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식의 풍경에서부터 시작된 소설은 목포를 떠나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까지를 비교적 짧은 분량에 소홀하지 않게 다룬다. 이야기의 물결은 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큰 흐름을 이룬다. 주인공인 ‘나’는 여자중학교를 졸업해 여자고등학교에 입학…

[꿈꾸는 2040] 해석과 주장이 아닌 토론이 필요한 시대 |2019. 09.02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이 있다. 본질을 보려 하지 않고 흔히 현상만을 가지고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주장할 때 쓰는 말이다. 우리 지역에서 최근 ‘성윤리 단원 수업’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가 성비위로 직위 해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현재까지 제공된 정보 즉 언론 보도와 SNS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 교사가…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한국의 ‘일식’은 누구의 음식일까? |2019. 08.22

세계 어느 나라에 가건 현지에서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음식은 이탈리아 음식이다. 올리브오일, 토마토, 마늘, 소금 그리고 밀가루(듀럼밀)만 있으면 어떻게든 ‘이탈리아다운 맛’을 구현할 수 있다. 복잡한 조리법이나 특별한 양념 대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수 세기에 걸쳐 발달해 온 탓이다. 반면 복잡한 조리법과 독특한 양념이 필요한 중국 음식…

[이덕일의 ‘역사의 창’ ]너희 죄가 너를 다시 찾는다 |2019. 08.15

‘구약성서’의 ‘창세기’부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까지를 모세오경이라고 부른다. 이중 ‘민수기’는 당초 히브리어로 ‘광야에서’라는 뜻의 ‘브미드발’이라고 불렸는데, 인구 조사 기록과 희생 제물 수 등 숫자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숫자들’이라는 뜻의 ‘아리트모이’라고도 불렀다. 구약성서를 중국어로 옮길 때 이 대목에 주목해 민수기(民數記…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길 하나 건너는 나그네 |2019. 08.13

교정에 둘러있는 느티나무에서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운동장에는 학생들의 발자국 대신 빗물에 씻긴 흔적 위로 잡초가 돋아 있다. 방학이 깊어가는 모습이다. 참 무상하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어울려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학생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복도가 휘어질 듯 활기차던 학교가 적막강산이다. 한 번씩 순회하고 나면 쓸쓸한 생각이 든다. 신…

[꿈꾸는2040] 재정 분권과 건전한 재정 운용을 위한 조건 |2019. 08.12

2019년 광주시 예산은 5조 890억 원에 달한다. 광주시 재정 자립도가 36.9% 임을 감안했을 때 자립적으로 확보한 예산은 약 2조 170억 원이다. 3조 원 이상의 예산을 중앙 정부의 보조에 의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95년 지방 자치 제도가 시행되고 지방 자치 단체는 독립적인 권한과 재정 확보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

[서효인의 ‘소설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리얼리티의 자랑스러움 |2019. 08.08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모국어로 된 소설 읽기의 재미가 얼마나 충만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작품이다. 자연스러운 구어체와 정갈한 문어체가 혼용됐는데, 비문이 없는 단정한 구조 안에 자리 잡은 2019년 한국의 비속어나 유행어, 한국적 뉘앙스를 알아야 비로소 웃거나 울거나 판단내릴 수 있는 유머 같은 것. 이는 아무리 대단한 소설이라도 해…

[고규홍의 ‘나무 생각’]백범이 향나무를 심은 뜻은 |2019. 08.01

1946년 8월, 백범 김구 선생은 충남 공주 마곡사를 찾았다. 일제 침략자들이 이 강토에서 물러가자 조국에 돌아온 선생은 침략자들에 항거한 투쟁의 역사가 담긴 곳을 찾아 나선 것이다. 선생이 마곡사에서 특별 강연을 한 건 수감 생활을 했던 인천 감옥에 이어 두 번째 대중 집회였다. 백범 선생에게 마곡사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인천감옥에서 탈옥한 …

[꿈꾸는 2040]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본 과거 청산과 정의 |2019. 07.29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불행했던 과거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일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후유증은 두고두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일본 정부의 한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규제는 과거사 정리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강제 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짱뚱어탕 |2019. 07.25

짱뚱어. 이름과 생김새는 물론 생물학적 특징과 생활양식, 심지어는 잡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독특한 생선이다. 우선 된소리가 이어지는 명칭 자체가 한 번만 들어도 머리에 쏙 들어온다. 이걸 순화한답시고 ‘장둥어’라 점잖게 불렀다가는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 유난히 큰 머리 위에 두 눈이 툭 불거져 있고 생김새나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

[이덕일의 ‘역사의 창’] 일본인의 속마음과 현 사태 |2019. 07.18

일본어 ‘혼네’는 본심(本心)이란 뜻인데, 일본인들은 이 혼네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혼네에는 바른 마음, 양심이란 뜻도 있다. 필자는 몇 년 전 큐슈(九州) 남부 미야자키(宮崎)현의 사이토바루(西都原) 고분군을 답사하다가 크게 놀랐다. 1912년 발굴 당시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발굴단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기 3세기 말에서 6세기…

[교단에서-김진구 일산중 교감] 산을 넘는 등굣길 |2019. 07.16

대부분의 학교가 이번 주에 여름 방학을 한다. 걸어서, 승용차로, 카풀로 붐비던 등굣길은 멈추고 학생들은 각자 다른 길들을 경험할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시계의 지배를 받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교사와 학생은 방학과 묶여 있는 학기 단위의 생활이다. 1, 2학기 각 학기별 교육 성과로 한 해를 마무리하기…

[서효인의 ‘소설처럼’] 여기 산 자들이 있다 |2019. 07.11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다. 토요일 오후 겁도 없이 서울역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 하필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서 노조 집회가 있었더랬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고, 집회가 벌어지는 현장도 아니었음에도 가는 길에 차가 꽉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중간에 내려 전철을 타야 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택시 기사님은 멀찍이 보이는 집회 행렬에 대고 무한정한…

[고규홍의 ‘나무 생각’] 평양에 간 모감주나무의 안부가 궁금하다 |2019. 07.04

요즘 샛노란 모감주나무 꽃이 한창이다. 이른 봄 초록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는 개나리 영춘화와는 달리, 초록 잎이 무성하게 뻗어 오른 가지 끝에서 작은 꽃송이가 고깔 모양으로 조롱조롱 모여 피어나는 모감주나무 꽃은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신호다. 이제 여름이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에는 천연기념물 제138호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무려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