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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서효인의 ‘소설처럼’] 우연과 필연 사이 -황현진 ‘호재’ |2019. 12.05

현대 소설에서 피해야 할 요소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복권과 죽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복권은 틀림없이 운에 좌우되는 우연적 장치이고, 죽음은 틀림없이 운명적으로 맞닥뜨릴 필연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좋은 이야기란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개연성의 징검다리를 놓아 건너는 도강(渡江)과 같은 것이라서 그중 어느 하나가 조금이라도 힘이 세면 강물에 휩쓸려 버리기 …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지난 주말 |2019. 12.03

#토요일, 하모니카 동호인들과 위문 공연(재능 자랑?)을 갔다. 도심 외곽 산비탈에 남서향으로 지은 요양원이어서 풍광이 좋았다. 사계절의 변화가 가슴으로 들어올 듯 탁 트였다. 연분홍 원복을 입은 16명이 생활하고 계셨는데 대부분이 휠체어를 타고 중앙 거실로 모였다. 요새 급증하여 거리거리 들어선 노인주간보호센터(일명 노치원)는 낮에만 함께 생활하고, 요양…

[고규홍의 ‘나무 생각’] 도시에는 나무가 많지만… |2019. 11.28

도시에는 나무가 많다. 나무보다 큰 건축물과 조형물이 많은 까닭에 나무의 존재감은 크지 않지만, 도시의 빌딩 숲에도 나무는 많이 살아 있다. 단위면적당 개체 수를 헤아리자면 산과 들이 넓은 시골에 비해 나무의 절대량은 적다. 그러나 적다고만 할 수는 없다. 가로수는 물론이고, 도심의 아파트를 비롯한 건축물 주변과 근린공원에 심어 키우는 나무의 숫자와 종류는…

[꿈꾸는 2040] 대한민국, 불신 사회를 넘어 공정 사회로 |2019. 11.25

왜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가. 시험의 제도적 측면에서 신분상의 차별이 없고 공정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공무원 시험에 더 매달리는 이유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들에 대한 차별로 그 공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은 학생 시절부터 시험이라는 객관적 능력 평가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다. 때문에 커닝을 하는 학생보다 커…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 황태를 위한 헌사 |2019. 11.21

하나의 음식 혹은 식재료가 우리네 삶과 얼마나 친숙한지, 혹은 친숙했는지는 그 명칭을 보면 안다. 친숙한 것일수록 다양한 명칭을 가진다. 명태가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날것은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 새끼는 노가리라 한다. 잡는 방법에 따라서는 낚시로 잡은 것은 낚시태, 그물로 건져 올리면 망태라 한다. 이를 다시 근해에서 잡으면 지방태,…

[서효인의 ‘소설처럼’] 독자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2019. 11.07

자아의 향방을 찾아 서성대는 사람도 있고 존재의 시원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출근하고 퇴근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후자라고 하여 전자보다 진지한 고민이 덜하다 할 수는 없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이뤄지는 생각과 사유는 어쩌면 보다 본질적이다. 업무 메일의 문장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밥을 얻어먹었으면 커피 정도는 사…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털털털’ |2019. 11.05

볏짚으로 짚신을 삼아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이 부자(父子)는 만든 짚신을 5일장에 내다 팔았다. 농사철에는 놉이나 날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다가 농한기 겨울철에는 짚신을 삼는 것이 생업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볏짚으로 함께 앉아 짚신을 만드는데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아들 짚신보다 꼭 몇 푼씩 더 받았다. 비슷한 기술과 동일한 시간, 같은 재료로 …

[꿈꾸는 2040] ‘나고야 소송 지원회’의 30년 활동에 경의를 보내며 |2019. 11.04

1년 전인 지난해 10월 30일과 11월 29일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역사적인 판결이 있었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며 일본 전범 기업으로 하여금 한국 원고들에게 배상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일본 아베 정권은 우리나라 대법원이 이미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끝난 일을 뒤집었다며 수출 우대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에…

[고규홍의 ‘나무 생각’] 오동나무 낙엽에 담긴 가을의 전설 |2019. 10.31

나무는 계절의 흐름을 가장 빠르고 선명하게 보여 준다. 절정을 이룬 단풍 숲으로 스미는 바람결에 가을이 담겼다. 어느 때보다 나무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는 계절이다. 나무가 보여 주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도로를 메운다. 그러나 나무에게 허락된 천연색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자연이 빚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다양한 빛깔을 드러낸…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쌈의 나라 |2019. 10.24

한국은 ‘쌈의 나라’다. 한국 음식이 가진 고유한 특징 가운데 퍼포먼스 측면에서 가장 구분되는 것은 쌈을 싸서 먹는 행위다. 한국의 쌈 문화는 외국인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2006년 기내식으로 ‘영양쌈밥’을 출시해 국제기내식협회(ITCA)가 주관하는 머큐리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미국 LA의 삼겹살집에서 만난 두 명의 백인 여성은…

[이덕일의 ‘역사의 창’ ] 검찰과 과유불급(過猶不及) |2019. 10.17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는 뜻으로 ‘논어’ 선진(先進)편에 나온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중에 누가 낫냐고 물었다. 공자가 자장은 지나치고(過), 자하(子夏)는 미치지 못한다(不及)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자장이 자하보다 낫다는 말이냐고 묻자 공자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꿈꾸는 2040] 기초의회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2019. 10.14

최근 광주 기초의회에서 야기된 ‘외유성 출장 논란’, ‘해외연수 시 사전 심의 부재’, ‘노래방 성추행 의혹’ 등이 기초의회 폐지론까지 번지고 있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민원을 해결해 나가며, 행정기관을 감시해야 할 기초의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도 해산시켜야 한다는 격한 여론도 생기고 있으니, 정치 부재의 시대이…

[서효인의 ‘소설처럼’] 여태 흩뿌려지는 빛-은희경 ‘빛의 과거’ |2019. 10.10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니얼 퍼거슨의 대표적 저서 ‘증오의 세기’는 20세기를 지배한 두 전쟁(1·2차 세계대전)을 심도 있게 다룬다. 그가 전쟁의 참상을 설명하는 방법은 논문, 통계, 사진 자료 같은 것이 아니다. 2차세계대전에 비해 남겨진 자료가 취약한 1차 세계대전에서의 니얼 퍼거슨이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데 쓴 주요한 자료는 놀랍게…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개선된 학교 폭력 법률 |2019. 10.08

예전에 나팔바지 입고 왔다껌 씹으면서 주먹깨나 썼던 청소년들의 활동 공간은 만화방, 풀빵집, 제과점, 영화관 등이었다. 머무는 지리적 장소가 한정되어 있었다. 생활지도 교사들이 이러한 곳으로 교외 지도를 나갔다. 쉽게 말해 노루목을 지키면 모이는 것을 차단하거나 붙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물리적 공간 보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여러 일들…

[고규홍의 ‘나무 생각’] 은행나무 열매의 고약한 냄새에 담긴 뜻 |2019. 10.03

도시의 가로수로 은행나무만 한 나무도 없다. 은행나무는 수명이 길고 생명력이 강할 뿐 아니라 공기 정화 능력도 뛰어나다. 게다가 지나치게 넓게 가지를 펼치지 않아서 가지치기에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또한 뿌리가 땅속 깊이 내리는 ‘심근성’ 나무여서 보도블록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는 점도 가로수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무다. 산림청이 발표한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