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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이충근 선생님 |2019. 12.31

교무실에 꿀을 팔러 왔다. 실명을 거론하면 모두가 아는 회사의 판매원 두 명이었다. 삼십 대 중반의 능숙한 분과 이십 대 신입의 조합이었다. 교무실 입구에 꿀병을 늘어놓고 10여 명이 담소하고 있는 난로 가로 다가왔다. 좋은 꿀을 선생님들께 드리게 되어 기쁘다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반응은 별로였다. 설탕물을 준다, 꿀은 부모 자식 간에도 못 믿는다 등 불…

[고규홍의 ‘나무생각’ ] 제 빛깔과 향기를 되찾은 늙은 뽕나무 |2019. 12.26

마을 앞들의 나무가 재산과 권력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비단을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여기던 농경문화 시절의 이야기다. 비단을 잣기 위해서는 누에를 쳐야 하고, 누에를 실하게 키우려면 먹이를 넉넉히 먹여야 했다. 누에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인 뽕나무 잎을 얻기 위해 키우는 뽕나무는 그 시절, 부(富)의 상징이었다. 너른 논보다 앞들의 무성한 뽕밭이 한 마을…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대만 음식의 정체성 |2019. 12.19

국내 외식업계에 대만 음식 열풍이 뜨겁다. 버블티로 시작된 대만 음식의 인기는 카스텔라, 망고 빙수, 지파이 등을 거쳐 현재는 흑설탕 버블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체 한국인은 왜 이토록 대만 음식에 열광하는 걸까? 그것은 대만 음식이 가진 독특한 정체성 때문이다. 그 정체성을 이해하려면 두 개의 상수와 두 개의 변수를 알아야 된다. 아열대기후와 섬이라…

[서효인의 ‘소설처럼’] 우연과 필연 사이 -황현진 ‘호재’ |2019. 12.05

현대 소설에서 피해야 할 요소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복권과 죽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복권은 틀림없이 운에 좌우되는 우연적 장치이고, 죽음은 틀림없이 운명적으로 맞닥뜨릴 필연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좋은 이야기란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개연성의 징검다리를 놓아 건너는 도강(渡江)과 같은 것이라서 그중 어느 하나가 조금이라도 힘이 세면 강물에 휩쓸려 버리기 …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지난 주말 |2019. 12.03

#토요일, 하모니카 동호인들과 위문 공연(재능 자랑?)을 갔다. 도심 외곽 산비탈에 남서향으로 지은 요양원이어서 풍광이 좋았다. 사계절의 변화가 가슴으로 들어올 듯 탁 트였다. 연분홍 원복을 입은 16명이 생활하고 계셨는데 대부분이 휠체어를 타고 중앙 거실로 모였다. 요새 급증하여 거리거리 들어선 노인주간보호센터(일명 노치원)는 낮에만 함께 생활하고, 요양…

[고규홍의 ‘나무 생각’] 도시에는 나무가 많지만… |2019. 11.28

도시에는 나무가 많다. 나무보다 큰 건축물과 조형물이 많은 까닭에 나무의 존재감은 크지 않지만, 도시의 빌딩 숲에도 나무는 많이 살아 있다. 단위면적당 개체 수를 헤아리자면 산과 들이 넓은 시골에 비해 나무의 절대량은 적다. 그러나 적다고만 할 수는 없다. 가로수는 물론이고, 도심의 아파트를 비롯한 건축물 주변과 근린공원에 심어 키우는 나무의 숫자와 종류는…

[꿈꾸는 2040] 대한민국, 불신 사회를 넘어 공정 사회로 |2019. 11.25

왜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가. 시험의 제도적 측면에서 신분상의 차별이 없고 공정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공무원 시험에 더 매달리는 이유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들에 대한 차별로 그 공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은 학생 시절부터 시험이라는 객관적 능력 평가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다. 때문에 커닝을 하는 학생보다 커…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 황태를 위한 헌사 |2019. 11.21

하나의 음식 혹은 식재료가 우리네 삶과 얼마나 친숙한지, 혹은 친숙했는지는 그 명칭을 보면 안다. 친숙한 것일수록 다양한 명칭을 가진다. 명태가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날것은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북어, 새끼는 노가리라 한다. 잡는 방법에 따라서는 낚시로 잡은 것은 낚시태, 그물로 건져 올리면 망태라 한다. 이를 다시 근해에서 잡으면 지방태,…

[서효인의 ‘소설처럼’] 독자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2019. 11.07

자아의 향방을 찾아 서성대는 사람도 있고 존재의 시원을 궁금해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지만, 그것보다는 역시 출근하고 퇴근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후자라고 하여 전자보다 진지한 고민이 덜하다 할 수는 없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이뤄지는 생각과 사유는 어쩌면 보다 본질적이다. 업무 메일의 문장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밥을 얻어먹었으면 커피 정도는 사…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털털털’ |2019. 11.05

볏짚으로 짚신을 삼아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이 부자(父子)는 만든 짚신을 5일장에 내다 팔았다. 농사철에는 놉이나 날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다가 농한기 겨울철에는 짚신을 삼는 것이 생업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볏짚으로 함께 앉아 짚신을 만드는데 아버지가 만든 짚신은 아들 짚신보다 꼭 몇 푼씩 더 받았다. 비슷한 기술과 동일한 시간, 같은 재료로 …

[꿈꾸는 2040] ‘나고야 소송 지원회’의 30년 활동에 경의를 보내며 |2019. 11.04

1년 전인 지난해 10월 30일과 11월 29일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역사적인 판결이 있었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며 일본 전범 기업으로 하여금 한국 원고들에게 배상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일본 아베 정권은 우리나라 대법원이 이미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끝난 일을 뒤집었다며 수출 우대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에…

[고규홍의 ‘나무 생각’] 오동나무 낙엽에 담긴 가을의 전설 |2019. 10.31

나무는 계절의 흐름을 가장 빠르고 선명하게 보여 준다. 절정을 이룬 단풍 숲으로 스미는 바람결에 가을이 담겼다. 어느 때보다 나무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는 계절이다. 나무가 보여 주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도로를 메운다. 그러나 나무에게 허락된 천연색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자연이 빚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다양한 빛깔을 드러낸…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쌈의 나라 |2019. 10.24

한국은 ‘쌈의 나라’다. 한국 음식이 가진 고유한 특징 가운데 퍼포먼스 측면에서 가장 구분되는 것은 쌈을 싸서 먹는 행위다. 한국의 쌈 문화는 외국인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2006년 기내식으로 ‘영양쌈밥’을 출시해 국제기내식협회(ITCA)가 주관하는 머큐리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미국 LA의 삼겹살집에서 만난 두 명의 백인 여성은…

[이덕일의 ‘역사의 창’ ] 검찰과 과유불급(過猶不及) |2019. 10.17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는 뜻으로 ‘논어’ 선진(先進)편에 나온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중에 누가 낫냐고 물었다. 공자가 자장은 지나치고(過), 자하(子夏)는 미치지 못한다(不及)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자장이 자하보다 낫다는 말이냐고 묻자 공자가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꿈꾸는 2040] 기초의회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2019. 10.14

최근 광주 기초의회에서 야기된 ‘외유성 출장 논란’, ‘해외연수 시 사전 심의 부재’, ‘노래방 성추행 의혹’ 등이 기초의회 폐지론까지 번지고 있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민원을 해결해 나가며, 행정기관을 감시해야 할 기초의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도 해산시켜야 한다는 격한 여론도 생기고 있으니, 정치 부재의 시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