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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역사의 창’] 농사짓던 사대부들 |2019. 04.25

정상기(鄭尙驥, 1678~1752)라는 인물이 있었다. 농사꾼이라는 뜻의 농포자(農圃子)라는 호를 썼다. 그가 이런 호를 쓴 것은 겉치레가 아니었다. 그는 세조 때 영의정을 지닌 정인지(鄭麟趾)의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농사를 지었다. 그는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과 친구였는데, 이익 역시 농군 사대부였다. 양반 사대부들은 굶주린 …

[김진구 일신중 교감] 육아 시간과 솔방울 |2019. 04.23

은결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아직 두 달이 못 됐다. 학교 적응이 힘들었는지 감기를 심하게 앓기도 했다. 각별한 만남 때문인지 항상 웃는 얼굴이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시기여서 웃을 때면 앞니 빠진 입이 더 귄있게 보인다. 은결이 엄마는 우리 학교 교무부장 선생님이다. 은결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겨울 방학 때였다. 방학 중…

[서효인의 ‘소설처럼’] 죽은 사람을 위해 - 조지 손더스 ‘바르도의 링컨’ |2019. 04.18

2017년 맨부커상 수상작 ‘바르도의 링컨’(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2018)은 영어권 소설에서는 이제껏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세계를 그린다. ‘바르도’는 이승과 저승 사이를 일컫는 불교 용어라고 한다. 이성과 합리성을 근간으로 태동한 근대 문학, 그중에서도 근대성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소설‘ 장르에서 이토록 비이성적이고 불합리적…

[고규홍의 ‘나무 생각’] 토종 목련의 슬픈 운명 |2019. 04.11

목련의 계절이다. 이 봄에 피고 지는 꽃 치고 반갑지 않은 꽃이 없지만, 목련만큼 우아한 자태로 우리 곁에 봄이 다가왔음을 알려 주는 꽃도 없다. 잎 돋기 전에 탐스럽게 피어나는 하얀 꽃이야말로 이 봄을 싱그럽게 맞이하게 하는 대표적인 봄맞이꽃의 상징이다. 목련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생명체 가운데 하나다. 목련이 처음 이 땅에 나타난 것은 1억…

[박상현의‘맛있는 이야기’] 영화 ‘극한 직업’과 수원 통닭 거리 |2019. 04.04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무려 1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한 영화 ‘극한 직업’. 개봉하자마자 이 영화를 관람하던 어느 치킨집 대표는 당장이라도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조바심이 났다. 그는 수원 팔달구에 있는 ‘통닭 거리’에서 2017년 치킨집을 열었다. 주변에는 이미 수십 년…

[이덕일의 ‘역사의 창’] 사법 기관의 근본적 개혁 |2019. 03.28

지금 경찰은 버닝썬 사건으로,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되어 법원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법 기관들이 거꾸로 정의 실현을 저해하는 기관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역사를 통해서 해답을 찾는 것이 좋다. 먼저 조선의 사법 제도와…

[서효인의 ‘소설처럼’] 가만히 묻는 소설 - 김세희 ‘가만한 나날’ |2019. 03.21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은 세계적으로 통칭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그 특징과 실제 사례가 찰떡처럼 잘 맞는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출생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은 고학률 세대이다. IT 기기에 SNS 등의 인터넷 환경에 지극히 익숙하다. 금융 위기 전후로 사회에 진출하였기에 일자리의 질적 저하를 체념적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 연연…

[고규홍의 ‘나무 생각’] 먼 훗날의 미세먼지 생각 |2019. 03.14

‘나무’를 키워드로 검색되는 뉴스가 부쩍 늘었다.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의 반영이다. 이는 순전히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에 꽁꽁 묻혔던 잿빛 겨울에 이어, 찬란해야 할 봄조차 우울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무 심기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다. 나무 한 그루가 한 해 동안 평균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인 35.7그램의 미세먼지를 흡수한…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도다리쑥국 |2019. 03.07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온 국민이 집단 최면에 걸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미디어가 관례처럼 봄이면 도다리를, 가을이면 전어를 다룬다. 대중의 입맛은 스스로의 결정보다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노출 빈도가 잦으니 자연스레 봄에는 도다리를, 가을에는 전어를 찾는다. 수요가 증가하니 봄에는 도다리의 몸값이, 가…

[이덕일의 ‘역사의 창’] 잘못된 서훈 등급 |2019. 02.28

독립 유공자 서훈 등급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는 데 공을 세운 독립 유공자들을 표창하는 건국훈장은 총 5등급인데 1등급이 대한민국장이다. 2등급이 대통령장, 3등급이 독립장, 4등급이 애국장, 5등급이 애족장이다. 그런데 이름만 들어도 “저 분이 왜 저 등급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

[서효인의 ‘좌측담장’ ] 좋은 야구가 보고 싶다 |2019. 02.21

야구가 없는 겨울, 배구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농구대잔치 세대의 위세에 오랜 기간 눌렸었고, 특정 팀이 우승을 독식해 팬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역 연고가 정착되고 각 팀마다 스타가 탄생했으며 매년 순위 싸움이 치열해져 이제는 배구가 명실상부 실내 스포츠의 최강자가 된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

[고규홍의 ‘나무생각’] 나무가 전하는 침묵의 아우성 |2019. 02.14

주말 이른 아침, 도시 한가운데에서 천년을 살아온 은행나무를 찾았다. 주중에는 무척 번잡한 거리 곁에 서 있는 나무다. 나무 앞 비탈진 도로 건너편에는 이 도시의 대표적인 종합병원이 있고, 비탈 위쪽으로 100m도 채 안 되는 곳에 한 대학교 정문이 있는 거리다. 오가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도심이다. 하지만 주말 이른 아침은 고요했다. 홀로 우뚝 선 …

[박상현의‘맛있는 이야기’] 한반도 돼지고기의 서사 |2019. 02.07

설과 함께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가 본격적으로 밝았다. 12지신 중에서 인간이 식용으로 기르는 동물은 소, 양, 말, 닭, 돼지 정도다. 이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은 돼지고기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두드러진다. 2017년 기준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4.5㎏으로 닭고기 13.6㎏, 쇠고기 11.5㎏과 비교해 단연 압도적이…

[이덕일의 ‘역사의 창’]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은 |2019. 01.31

1995년 8월 15일 당시 김영삼 문민정부에서는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했다. 당시 이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필자는 그 건물 일부라도 일제의 학살 만행이 발생했던 수원 제암리 같은 곳으로 옮겨 ‘일제 만행 전시관’ 같은 것을 만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서효인의 ‘좌측담장’] 총재님은 무얼 하시기에 |2019. 01.24

비시즌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야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점점 더 없어져 간다. 현재 KBO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한때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후보로 오르내리던 인사인데, 만약에 그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하면 심히 아찔해진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KBO 총재로서의 그의 활동은 특히 취임 전 야구광으로 유명했던 그의 명성에 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