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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서효인의 ‘소설처럼’] 여기 산 자들이 있다 |2019. 07.11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다. 토요일 오후 겁도 없이 서울역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 하필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서 노조 집회가 있었더랬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고, 집회가 벌어지는 현장도 아니었음에도 가는 길에 차가 꽉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중간에 내려 전철을 타야 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택시 기사님은 멀찍이 보이는 집회 행렬에 대고 무한정한…

[고규홍의 ‘나무 생각’] 평양에 간 모감주나무의 안부가 궁금하다 |2019. 07.04

요즘 샛노란 모감주나무 꽃이 한창이다. 이른 봄 초록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는 개나리 영춘화와는 달리, 초록 잎이 무성하게 뻗어 오른 가지 끝에서 작은 꽃송이가 고깔 모양으로 조롱조롱 모여 피어나는 모감주나무 꽃은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는 신호다. 이제 여름이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에는 천연기념물 제138호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무려 400…

[꿈꾸는 2040-김병수 위민연구원·광산구청 인권팀장] 저출산은 국가 재난이다 |2019. 07.01

2000년 초부터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에는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인 문제로 선포하고 정부가 저출산 극복 대책을 수립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국가 예산을 100조 원 넘게 쏟아 부었지만 개선은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8로 떨어졌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역설의 미학, 홍어 |2019. 06.27

목포종합수산시장 초입에는 전국 각지로 홍어 택배를 보내는 전문점이 즐비하다. 택배 박스에 홍어를 담기 위해 썰고 있는 아주머니 옆에서 삭힌 홍어 두어 점 얻어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맛있는 홍엇집을 찾겠다고 왜 그런 수고를 했는지 허무해진다. 모름지기 음식은 많이 먹어 본 사람들이 잘 만든다. 홍어 삭히는 솜씨로는 목포 사람들의 감각을 따를 수…

[이덕일의 ‘역사의 창’ ] 남북한이 바라보는 ‘임나=가야’설 |2019. 06.20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야사 복원’에 대해 언급했다. 가야의 강역은 경상 남·북도보다 넓었다면서 가야사 복원이 ‘영호남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니 정책 과제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물론 문 대통령은 고대 가야사 복원과 영호남 화합이란 좋은 취지로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야사 복원이 영호남 화합이란 목적…

[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절망의 깊이 |2019. 06.18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는 인간의 우여곡절한 삶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 문장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만들고, 주제에 따라 확산하여 적용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실패한 사람들은 실패의 원인이 제각기 다르다…

[서효인의 ‘소설처럼’ ] 다른 세상을 꿈꾸는 디스토피아 -조남주 ‘사하맨션’ |2019. 06.13

‘휴거’라는 말이 있다. 옛말로 주공아파트라 할 수 있는 도시주택공사의 아파트 브랜드 ‘휴먼시아’와 실제로 그러한 처지의 사람은 현재에는 많이 없지만 가난에 대한 멸칭인 ‘거지’의 합성어라 한다. 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라고 하니 더욱 충격적이다. 임대 아파트뿐만이 아니다. 가령 빌라나 연립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두고서는 ‘빌거’라고 칭한단…

[고규홍의 ‘나무 생각’]나무에 담긴 한국전쟁의 자취 |2019. 06.06

‘평화의 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가 있다. 물론 식물분류학에서 붙인 이름은 아니고, 일반에 통용되는 이름도 아니다. 나무 곁에서 나무를 소중히 여기며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붙인 이름이다. 식물학에서 부르는 나무 종류는 ‘왕버들’이고, 나무가 서 있는 곳은 대전 중촌동 아파트 단지 한 귀퉁이다. 나무에 ‘평화의 나무’라는 이름…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검은 반도체’ 김을 위한 헌사 |2019. 05.30

어머니는 연탄아궁이 위에 석쇠를 올리고 김을 구우셨다. 검고 얇은 김은 민감했다. 조금만 연탄과 가까워지면 누렇게 탔고 조금만 연탄과 멀어지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김은 불이 아닌 불기운으로 익히는 음식이다. 김이 구워지기에 적당한 거리와 시간. 그것은 오로지 경험으로만 측정 가능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검고 불투명한 색이 빛이 통과할 정도로 투명한 녹색으…

[이덕일의‘역사의 창’]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역사 인식 |2019. 05.23

일이관지(一以貫之)는 하나로써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는 뜻이다. 일관(一貫)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이는 공자가 제자 삼(參), 즉 증자(曾子)에게 한 말로써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 나온다. 공자가 “삼아, 내 도는 하나로써 꿰뚫었다”라고 말하자 증자가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공자가 나가자 문인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증자는 “…

[김진구 일신중 교감] ‘포기’라는 미끼 |2019. 05.21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나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31일 바다의 날까지 10여 개가 넘는다. 학교도 체육 대회, 수학여행, 수련 활동, 진로 체험 등 화창한 날씨만큼 활기찬 교육 활동이 교내외에서 펼쳐진다. 이러한 활동으로 추억을 만들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한다. 하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의 공감대 속에 이뤄…

[서효인의 ‘소설처럼’] 태고와 광주 |2019. 05.16

‘태고의 시간들’은 그동안 흔히 접할 수 없었던 폴란드 소설이다. 저자인 올가 토카르축은 ‘방랑자들’이라는 작품으로 2018년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한 작가다.(우리나라 작가로는 소설가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상의 후광이 아니더라도 올가 토카르축은 폴란드의 대표적 소설가로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중…

[고규홍의‘나무 생각’] 모든 것은 이름에서 시작됐다 |2019. 05.09

세상 모든 것의 이름에는 그의 중요한 특징이 담긴다. 일정한 특징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름부터 얻는 사람의 경우야 조금 다르지만, 나무처럼 사람과 함께 오래 살면서 생긴 이름이라면 그 안에 사람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기게 마련이다. 프랑스의 언어생태학자 루이-장 칼베는 “모든 것은 명명(命名)에서 시작된다”라고 했다. 이름은 대상에 대한 인식 태도의 직접적 반…

[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한국의 냉면과 일본의 소바 |2019. 05.02

“내가 아는 한 어떤 음식도 냉면처럼 열렬한 신도를 거느리고 있지 못하다. 비빔밥, 육개장, 찰떡 뒤에 ‘광’자를 붙였다 떼어 보면 냉면의 위대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음식 이름 뒤에 ‘광’을 붙일 만한 것은 그 음식이 그만큼 중독성이 있어서일 것이다. 도대체 냉면에 무슨 맛이 있기에 사람을 중독시키는가” 소설가 성석제의 수필집 ‘소풍’에 실린 ‘냉면광’…

[이덕일의 ‘역사의 창’] 농사짓던 사대부들 |2019. 04.25

정상기(鄭尙驥, 1678~1752)라는 인물이 있었다. 농사꾼이라는 뜻의 농포자(農圃子)라는 호를 썼다. 그가 이런 호를 쓴 것은 겉치레가 아니었다. 그는 세조 때 영의정을 지닌 정인지(鄭麟趾)의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농사를 지었다. 그는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과 친구였는데, 이익 역시 농군 사대부였다. 양반 사대부들은 굶주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