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박진현의 문화카페
‘슈즈트리’ 철거가 남긴 교훈 |2017. 06.07

지난 3월 8일 오전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거래소 앞. 여느 때 처럼 출근길을 재촉하던 월가의 직장인들은 난데 없는 소녀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브론즈 동상이 하룻밤 사이에 등장한 것이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겁없는 소녀’상(像·Fearless Girl)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보스톤 투자회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

광주夜, 놀자 |2017. 05.31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이은상 작사·박태준 작곡 ‘동무생각’中) 3년 전 대구 중구 동산동의 청라언덕에 선 순간, 학창시절의 음악실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단발머리의 여고생들은 음악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름다운 가사가 인상적인 ‘동무생각’을 불렀다.…

반갑다! ‘아르코@광주’ |2017. 05.24

인구 40여 만 명의 가나자와시는 일본에서 내로라 하는 문화도시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 인프라는 다소 밀릴지 모르지만 시민들의 문화지수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한집 건너 예술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아마추어 작가들이 많다. 그렇다고 가나자와 시민들이 처음부터 문화를 가까이 했던 건 아니다. 지난 1990년 대 초, 옛 방직공장을 시민들의 연습공…

아! 임을 위한 행진곡 |2017. 05.17

“나가자, 조국의 아이들이여/ 영광의 날이 왔도다/ 우리들 앞에/ 폭정의 피묻은 깃발이 서 있다/ 들리는가, 저 흉포한 군사들의 사나운 소리가/ 그들은 우리의 품안에까지 쳐들어와/ 우리 아이들과 아내의 목을 베고/ 우리 밭을 유린할 것이다/…. ”(‘라 마르세예즈’ 中) 1792년 4월20일 오전, 프랑스는 혁명에 간섭하는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에 선전포…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2017. 04.26

지난해 4월23일 저녁, 영국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의 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 칠순을 앞둔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등장,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를 읊었다. BBC가 영국 전역에 생중계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 기념…

故 한창기 선생을 아시나요? |2017. 04.19

“이 잡지만은 빌려주지 마세요.” 지난 1986년 4월 3일자 동아일보 5면에는 이색적인 문구의 광고가 실렸다. ‘샘이 깊은 물 ’4월호 발매를 알리는 광고카피였다. 광고는 ‘잡지를 빌려주지 말아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느새 ‘뿌리깊은 나무’(샘이 깊은 물의 전신)처럼 가장 많이 읽히는 잡지가 됐습니다. 그러나 빌려주시면, 돌아온…

퇴근길 음악회 |2017. 04.12

1992년 10월 5일 월요일 저녁 6시45분, 뉴욕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2800석). 평소 공연시간 보다 1시간이나 일찍 시작되는 음악회를 감상하기 위해 정장차림의 관객 25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인근 맨하튼의 사무실에서 ‘칼퇴근’하자 마자 링컨센터의 ‘깜짝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곧장 ‘달려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발길을 끌어 들인 건 ‘러시…

록펠러 가문이 남긴 것 |2017. 03.29

뉴욕 맨하탄 53번가에 자리한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이하 모마)은 근현대미술의 보고(寶庫)다. 19세기말 부터 21세기 현대까지 회화, 조각, 사진, 영화, 그래픽 아트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20만 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건물 중앙에 자리한 야외조각공원이 시선을 끈다. 삭막한 고층빌딩 사이에…

잘 만든 공연장, 여수를 살리다 |2017. 03.22

지난해 1월 여수 망마산 자락에 자리한 GS 칼텍스 예울마루. 사진기자와 함께 대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귀에 익숙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울려 퍼졌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도 공연장은 유스(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훈훈했다. 이날 무대는 예울마루가 겨울방학을 맞아 연세대 음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음악캠프 현장…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한가요? |2017. 03.15

런던 템스강 사우스뱅크에 위치한 코인스트리트는 아파트단지와 같은 곳이다. 3층 높이의 건물 5개동에 150여 가구가 거주하는 아담한 동네다. 그런데 별 볼 것 없는(?) 회색빛 주택단지를 둘러 보기 위해 매년 수만 여 만명이 찾는다. 3년 전 기자가 취재한 날에도 관광객들이 많아 놀랐던 기억이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쾌적한 풍경이 먼저 시선을 끈다. …

‘쌈짓돈의 기적’을 믿어요 |2017. 03.08

요즘 충무로에서 ‘잘나가는’ 조정래(45)영화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중앙대 영화학과 출신이지만 한때 촬영장보다는 판소리 무대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보고 고수(鼓手)의 길로 들어선 게 계기가 됐다. 무형문화재 판소리(춘향가) 예능 보유자 고 성우향 명창과 무형문화재 고법 보유자인 정철호 선생이 그의 스승…

반갑다! 하정웅 미술관 |2017. 03.01

서울 덕수궁 인근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을 방문할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미술관 2층에 꾸며진 ‘천경자 갤러리’이다. 그동안 얼추 3∼4번 둘러본 것 같은데 그때마다 감동의 지점이 달랐었다. 어떤 날은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년 작)에 필이 꽂혔는가(?) 하면 다른 날은 그녀의 화구(畵具) 앞에서 발길이 떠나지 않았었다. 천경자(1…

'핵심’ 빠진 광주문예회관 혁신안 |2017. 02.22

지난해 7월 취재차 만난 김승업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표는 명성 그대로 였다. 미술·공연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서 부터 10년후의 비전을 담은 로드맵까지 문화CEO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사실 김승업 대표의 화려한 이력은 공연계 종사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서강대 화학과 출신인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에 입사한 후 기획부장, 세종문화회관 …

[박진현의 문화카페] 어디 ‘준비된’ 문화CEO 없나요? |2017. 02.15

지난달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 Museum)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지난 2000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여성을 미술관 수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명이 다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모던은 매년 500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테이트 모던이 전임자인 니콜라스 세로타의 후임으로 ‘모셔온’ 주인공…

[박진현의 문화카페] 피아노 치는 鄭대사 |2017. 02.08

정동은(58) 광주시 국제관계대사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15년 7월, 광주 동명동의 한 카페에서였다. 지난 2010년 기자가 출간한 ‘처음 만나는 미국미술관’에서 작가 프로필을 보고 광주일보로 연락을 한 것이다. 광주에 내려오기 전, 서울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접했다는 그는 같은 광주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반가웠다고 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