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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영 아티스트에게 관심을 |2007. 11.18

30대 초반의 전업 화가 Y씨는 자신의 호당작품가격을 모른다. 화가가 자기의 그림 값을 모른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이유는 대학 졸업 후 지금껏 그림 한점을 팔아 본 경험이 없어서다. 개인전이라도 열면 가까운 사람들이 인사치레로 한 두 점 사주었겠지만 왠지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전시회 따위는 포기한 지 오래다. 밥벌이도 못하는 ‘말뿐인…

시립미술관, 구태를 벗어라 |2007. 10.07

“미술관이 많지 않은 나라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난하다. (미술관 빈곤은)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일에 종사하고 있든 일을 찾고 있든 상관없이 노동의 노예로 전락해 눈앞의 것에만 연연하게 한다. 영화관이나 도서관처럼 미술관은 자유로 통하는 길이다. 미술관에서 우리는 개인적인 근심을 잠시 접고 광활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

‘캣츠’와 광주 |2007. 09.16

흔히 ‘뮤지컬’ 하면 뉴욕의 브로드웨이를 떠올리지만, 사실 뮤지컬의 본고장은 런던의 웨스트엔드(Westend)다. 웨스트엔드라는 명칭은 초창기 런던의 중심지였던 시티 지역에서 볼 때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어 붙여졌다. 1800년대 후반 런더너들이 술을 마시며 무희들의 현란한 쇼와 걸쭉한 입담을 즐길 수 있었던 ‘뮤직홀’은 지금의 뮤지컬 공연장 전신이다. 그…

오쿠이 비위 맞추기 |2007. 09.09

최근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린 신정아 학위위조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그의 대담한 거짓말에 곤욕을 치른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일까 만은 광주 비엔날레 재단 만큼 체면을 구긴 경우가 있을까 싶다. 소위 미술전문가그룹이라고 하는 재단이사회가 가짜박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2008 광주 비엔날레 국내예술감독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후보 추천에서부터 선…

메세나, 문화선진국의 지표 |2007. 09.02

미국은 문화정책이 없는(?) 독특한 나라다. 우리나라의 문화관광부, 일본의 문화청과 같은 정부차원의 부서가 없는 데서 나온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은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위용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여기에는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스미소니언 재단 등의 역할이 크다. 이…

금남로 분관의 존재 이유 |2007. 08.19

세계적인 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미국 시카고의 최대 번화가인 미시간 애비뉴에 자리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도심과 밀레니엄 공원, 미시간 호수 등을 끼고 있는 입지적인 여건 덕에 일년 내내 시카고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현대 미술의 메카로 불리는 뉴욕의 중심가 맨하튼은 아예 미술관들이 ‘접수’했다. …

‘괴물’ 과 ‘디 워’ |2007. 08.05

1988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봉준호 감독이 살던 집은 그의 방에서 한강과 잠실대교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었던 그는 어느 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잠실대교 교각위로 기어오르던 검은 물체가 한강으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같은 신비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소년은 ‘만약 한강에서 괴물이 나오면 어떤 …

스탕달 신드롬 느껴보기 |2007. 07.29

16세기 이탈리아의 귀족가문 프란체스코 첸치에게는 베아트리체(1577∼1599)란 딸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빼어난 미모를 지녔던 베아트리체는 점점 자라면서 수많은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방탕 귀족의 전형이었던 베아트리체의 아버지는 그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집안에 가두었다. 그리고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처녀로 자란 14살의 베아트리체를 겁탈하는 …

광주비엔날레가 사는 길 |2007. 07.22

지난 2005년 3월.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장장 6개월간의 산고 끝에 제6회 광주비엔날레(2006년 9월8∼11월11일)를 이끌 새 이사회 진용을 꾸렸다. 그런데 비엔날레 이사회에 새로 합류한 이사들 가운데 세인들의 시선을 끈 인물들이 있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방송작가 K씨가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재단 명예이사장인 박광태 광주시장의 ‘권유’로 선…

우리들의 일그러진 미술계 |2007. 07.15

지난 2006년 10월 18일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는 전시기획자 이원일씨가 검색순위 10위권에 올라 화제가 됐다. 연예인도 아닌 미술인인 그가 뉴스메이커가 된 것은 다름 아닌 표절 때문이었다. 당시 2006 상하이 비엔날레 전시감독으로 비엔날레 작품도록에 쓴 그의 서문이 한 외국 미술평론가의 글을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네덜란드의 평론가 헹크 …

어린관람자가 소중한 이유 - 박진현 문화생활부장 |2007. 07.08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 뉴욕 현대미술관 1층 안내데스크 앞은 꼬마관객들로 넘쳐 난다. 4살 어린이와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네 살짜리를 위한 미술(Art for Four)’의 참가자들이다.미술을 전공한 에듀케이터(educator)가 참가자들을 20명 미만의 소그룹으로 나눠 약 1시간 동안 전시실 3∼4곳을 함께 돌며 그림 설명을 한다. 무료인 ‘네…

공동감독제 성공하려면 |2007. 06.24

지난 2001년 일본의 요코하마는 광주비엔날레의 독주를 견제할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3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미술전)다. 세계무대에 자랑할 만한 문화이벤트가 없었던 일본은 이 트리엔날레를 통해 문화강국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자 했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신생대회임에도 불구하고 2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

‘남향집’ 타향살이 끝내야 |2007. 06.17

“올 가을 국전에 깜짝 놀랄만한 작품을 출품해야겠다.” 1982년 5월 광주 지산동의 초가집. 오지호(1905∼1982) 화백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캔버스 앞에 앉았다. 80년 아프리카 여행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세네갈 소년들을 화폭에 불러내기 위해서다. 검은 피부에 흰 이를 드러내며 건강한 웃음을 지었던 소년들은 평소 화백이 꿈꾸던 원색…

공연 인프라에 관심을 |2007. 06.10

지난해 10월 스웨덴 말뫼 오페라 극장은 ‘아이다’의 첫 내한무대로 대전을 선택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 유명예술단체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을 거점으로 지방순회에 나서는 관례에서 볼때 파격적인 행보였다. 무대인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이하 전당·1천600여석)의 시설에 감탄한 이 극장 연출자 마리안느 묘르크는 4일간의 ‘아이다’ 공연을 위해 대전에 두 달 이…

‘민족문학’을 떠나 보내며 |2007. 06.03

“오늘날 우리 현실은 민족사적으로 일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우리 뜻있는 문학인 일동은 우리의 순수한 문학적 양심과 떳떳한 인간적 이성에 입각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결의·선언하는 바이며….” 1974년 11월18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의사회관 앞. 고은, 이호철, 이시영, 백낙청, 황석영, 조태일 등 문인 30여명이 비장한 표정을 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