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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2013. 11.27

지난 2011년 1월 세상을 떠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특별한 유언을 남겼다. “돈 없는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고 대신 잘 대접하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유족들은 선생의 뜻을 받들어 빈소 앞에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그 자신은 문학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지만, 평소 문인들의 경조사에도 ‘부담스러워하는’ 후배들을 많이 …

광주에도 시향이 있나요? |2013. 11.20

3년 전 기자는 한 달 간격으로 두 장의 CD를 선물 받았다. 그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였다. 한 장은 한·미 언론인 교류행사의 일환으로 광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볼티모어 선’지(紙)의 여기자는 토론이 마무리 될 무렵 기념선물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담긴 CD였다. 그리곤 “볼티모어 …

응답하라! 2005 |2013. 11.13

지난 2005년 1월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이하 재단)에 비상이 걸렸다. 재단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2005 광주디자인 비엔날레(10월18∼11월3일)를 주관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한 데 대해 문광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문광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비엔날레 행사만 치를 수 있도록 한 재단의 정관에 위배되고 9개월 남은 상황에서 디자인비엔날레…

광주문예회관의 굴욕 |2013. 11.06

지난 27일 밤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 위치한 상하이 음악당(Shanghai Concert hall). 상하이 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양 양의 손을 잡고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등장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본명 장영주)이다. 이날 사라 장은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사무엘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 14’를 협연해 1200여 명의 관객…

레 미제라블 in 광주 |2013. 10.23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홍신자씨에겐 광주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다. 지난 2003년 자신의 대표작인 ‘웃는 여자’가 흥행을 확신했던 광주에서 ‘울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로부터 “무용언어의 표현영역을 확대한 수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게다가 전국 순회공연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던 터라 이변이 없는 한 광주…

양림동의 추억 |2013. 10.09

지난해 4월 중순, 대구 골목길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대구 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대구시는 ‘근대골목투어’(5개코스)라는 타이틀로 매주 토요일 정기투어 참가자를 사전에 접수받는다. 그런데 담당자로부터 “다음달에 참가하면 어떻겠냐는” 답변을 들었다. 이유인즉슨, 비슷한 시기(4월20일∼5월4일)에 전국에서 청소년 단체관람객 1만 여명이 찾는다는 것이었다. …

미술관 옆 비엔날레 |2013. 10.02

지난 2006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송동(중국)의 ‘버릴 것 없는’을 본 관객들은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전시장에 펼쳐진 잡동사니들이 너무나 ‘허접’(?)했기 때문이다. 말이 예술이지 재활용 박스에 내다 버릴 법한 폐품들이었다. ‘버릴 것 없는’은 작가의 어머니가 30여 년간 모아온 ‘세간살이 컬렉션’. 작가는 어머니의 …

‘김과장’을 모셔라 |2013. 09.25

지난해 10월 중순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마니프국제아트페어를 둘러본 기자는 관람객들로 북적거린 전시장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니 부러웠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그도 그럴것이 비슷한 시기에 개막한 ‘아트 광주 12’가 흥행실패로 존폐위기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다. 마니프는 평일 대낮인데도 10대…

광주는 그날 ‘희망’을 쐈다 |2013. 09.11

지난 5일 밤 9시 광주문예회관 대극장. 필리핀 가수 지넬 비하그 롤댄이 자국의 전통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실룩 거리며 등장하자 객석 여기 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관객들의 격한 ‘리액션’에 자신감을 얻은 가수는 전통민요 ‘오르데에’를 열창하며 오케스트라와 함께 멋진 공연을 선사했다. 낯선 타국에서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 하는 해외거주 필리핀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반갑다! 금남공원 |2013. 09.04

지난 주말 저녁 광주 금남공원(옛 한국은행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선 아주 특별한 무대가 열렸다. 광주 시립극단(단장 박윤모)의 판타지액션 연극 ‘전우치’다. 야외공간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관객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마술과 무술액션이 어우러진 연극을 즐겼다. 무엇보다 공원 주변의 자연과 계단을 활용한 입체적인 무대는 실내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

문화시민으로 살아가려면 |2013. 08.28

지난달 24일 광주 문화계는 때아닌 수강생 유치전쟁을 치러야 했다. 사정은 이렇다. 공교롭게도 이날 광주 시립미술관의 ‘인문학으로 문화읽기’를 비롯해 일부 문화예술기관들의 시민강좌일정이 겹쳤다. 겹치는 정도가 아니라 한날 한시(24일 오후 3시)에 열리게 됐다. 광주비엔날레의 문화포럼(강사·설치미술가 최정화)이 진행되던 시각에 광주문화재단에선 소설가 문순태…

빈집 프로젝트 in 광주 |2013. 08.21

지난해 가을 광주시 동구 예술의 거리에서 매우 특별한 전시회를 만났다. 그것도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갤러리가 아니라 낡고 오래된 빈집에서다. 20∼30대 젊은 작가들이 꾸민 ‘아트 토크-남쪽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갈수록 쇠락해 가는 예술의 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빈집(광주시 궁동 예술길 17-7)을 예술적 상상력과 끼가 넘치는 아트하우스로 탄생시켰기…

亞 문화전당, 알랑가 몰라? |2013. 08.14

“아무리 공부해도 모르는 세 가지가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이다.” 얼마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유머 한 토막이다. 이름하여 3대 미스터리.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추가됐다. 오는 2015년 개관 예정인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이하 전당)의 컨셉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전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

‘미술품 커넥션’을 끊으려면 |2013. 07.31

미국의 백만장자 존 록펠러(1839∼1937)에게는 생전 ‘악덕기업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법질서가 정착되지 않은 초창기 미국 석유시장을 독점하면서 온갖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뇌물과 리베이트 등의 ‘검은 돈’ 배후에는 으레 록펠러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지난 1909년 록펠러는 ‘강도귀족’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자선사업에 눈을 돌렸다…

꿈만 꾸는 여행자에게 |2013. 07.24

“아마도 (파리여행은)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내가 죽어갈 때 오늘 본 잔상이 떠오를 것 같다.” 팔순을 앞둔 노(老) 탤런트 신구(78)는 파리 에펠탑과 샹젤리제거리를 둘러보고 만감이 교차한 듯 나지막하게 말한다. 그의 말 속에는 젊은 시절 먹고 살기에 바빠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다가 (가볼 만하니까)어느새 나이가 들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이 짙게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