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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박수근과 오지호 |2020. 04.01

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인상적인’ 기사를 접했다. 인구 2만 3000여 명의 시골미술관이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화백의 ‘나무와 두 여인’(1950년대 작)을 품에 안았다는 내용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강원도 양구의 ‘박수근미술관’은 지난달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 작품을 갤러리를 통해 7억8550만원에 구입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박수근 미…

슬기로운 ‘집콕’ 생활 |2020. 03.25

며칠 전 TV리모컨을 돌리다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오래전 스크린에서만 봤던 할리우드 스타가 CNN 뉴스에 깜짝 등장한 것이다. 주인공은 ‘풋루스’, ‘JFK’, ‘어퓨굿맨’등 수백 여편의 영화와 TV드라마로 유명한 케빈 베이컨(Kevin Bacon)이었다. 그가 이날 CNN의 시청자들에게 건넨 메시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였다. ‘#I Stay at Home…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걸음’ |2020. 03.11

“어떤 서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2년 전 ‘동네책방, 도시 아이콘이 되다’라는 기획으로 수십 여개의 국내외 서점을 둘러 본 덕분인지 종종 듣는 질문이다. 그럴 때면 여간 난감한게 아니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 처럼, 온라인 서점에 밀려 하루 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그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떠올라서다.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는 …

미술관 컬렉션의 힘 |2020. 03.04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간송미술관은 일년에 두번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곤 했다. 현재는 내부 보존공사로 임시휴관중이지만 매년 5월과 10월에 열리는 소장전을 보러 온 이들 때문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 수집한 5000여 점의 고미술을 1년에 딱 두 번만 일반에 공개하다 보니 매번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12년에 열린 ‘진…

‘명작의 탄생’을 기다리며 |2020. 02.19

취재차 외국의 도시들을 둘러 볼때면 눈여겨 보는 곳들이 있다. 미술관이나 도서관이다. 미술관이 그 도시의 미적 안목을 엿볼 수 있다면 도서관은 지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시니어들이 전시장을 찬찬히 둘러 보는 풍경과 어린이 열람실에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

수상 소감의 품격 |2020. 02.12

강렬한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관객들의 기립박수 속에 시상대 마이크 앞에 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많은 가능성(potential)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무덤이예요. 늘 사람들은 내게 묻습니다. ‘비올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그러면 ‘시체를 발…

‘광주문예회관 혁신’이 통하려면 |2020. 02.05

지난 2003년 여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접한 ‘문화적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공연 시작 전 극장 입구에 자리한 스낵코너는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즐기려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라이언 킹’의 1부 공연이 끝난 인터미션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장 차림으로 쫙 빼입은 일부 관객들은 삼삼오오 와인잔을 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뮤지컬 공연에 대한 감상평에서 부터…

‘이어령의 백년서재’를 보고 |2020. 01.29

지난 설날 연휴, ‘반가운 얼굴’을 TV에서 만났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식인이자 영원한 문학청년인 이어령(87) 전 문화부 장관이다. 지난 2006년 4월 광주일보 창사 54주년 특별 대담을 나눴던 ‘인연’이 있던 터라 채널을 고정한 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JTBC 토크멘터리 형식의 ‘헤어지기 전 몰래하고 싶었던 말-이어령의 백년서재’에 출연한…

올핸 ‘질문하는 인간’이 되자 |2020. 01.22

강연장에 들어선 두 석학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행사였지만 강연장의 열기는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뜨거웠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문화재단이 빛고을 시민문화관 개관10주년을 맞아 개최한 토크 콘서트 ‘롤러코스터 시대, 삶의 중심잡기’의 풍경이다. 이날 …

광주관광의 별은 언제쯤 빛날까? |2019. 12.18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해바라기는 작곡가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 속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아를 론강의 물결은 재니스 조플린의 감미로운 재즈선율을 타고 잔잔하게 밀려 든다. 이달 초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는 제주 ‘빛의 벙커’를 다녀왔다. 지난해 56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은 클림트전의 후속작으로, 반 고흐와 …

‘기억의 힘’을 믿는다면 |2019. 12.04

지난 2013년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은 미술계의 ‘20년 숙원’이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큰 맘 먹지 않으면 선뜻 나서기가 꺼려질 만큼 접근성이 떨어진 탓이다. 그렇다고 서울관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복궁이 자리하고 있는 데다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등록문화재이다 보니 각종 …

대표도서관, 고정관념을 깨라 |2019. 11.20

강원도 영월군에는 매일 밤 ‘두개의 달’ 이 뜬다. 하나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달이고, 다른 하나는 영월군 덕포리의 밤 하늘만 밝히는 달이다. 영월군에 두 개의 달이 뜨게 된 건 ‘월담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부터다. 은은한 달빛 아래 서책을 읽었던 옛 조상들의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도서관의 상징으로 LED 달을 옥외 조형물로 내세운 것이다. …

베를린과 광주 |2019. 11.13

지난 여름, 독일 문화관광의 현장을 둘러 보기 위해 베를린의 이스트갤러리를 찾았다. 관광 하기엔 조금 이른 오전 시간이었지만 이스트갤러리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인파로 북적였다. 이들은 높이 3.6m의 장벽에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1989년 11월 9일 붕괴된 ‘그 날’을 기억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스트갤러리는 베를린 장벽의 아픈 과거를 생생…

광주는 왜 디자인비엔날레를 하는가 |2019. 11.06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공무원 아파트로 불렸던 친구의 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내가 살던 단독주택과는 너무도 달랐다. 우선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이 마당 구석이 아닌 거실 한쪽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그뿐인가. 주방 싱크대나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틀면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져 …

참을 수 없는 행정의 가벼움 |2019. 10.30

지난달 중순 도시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10여 명이 광주를 찾았다. ‘광주, 리브랜딩’을 주제로 광주디자인센터가 주최한 ‘2019 국제도시디자인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행사 전날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폴리로 이어지는 디자인투어를 실시했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빈스 콘웨이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광주의 획일화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