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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메이드 인 광주’ 미생을 꿈꾸자 |2014. 11.26

중학교 시절, 매주 월요일 오후 종례시간이 되면 우리 반 친구들은 마음이 바빴다.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일본 만화영화 ‘들장미 소녀 캔디’(캔디)를 보기 위해서다. 혹여 조금이라도 담임선생님이 늦게 교실에 들어 오시면 반장친구는 우리들의 성화에 못 이겨 교무실로 달려갔다. 반장의 손에 이끌려(?)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학생이 무슨 만화냐“며 꾸중 섞인…

거꾸로 가는 광주시 예술교육 |2014. 11.19

평일 한낮인데도 소극장에선 서너 명의 주부들이 연극 연습에 한창이었다. 일본어로 대사를 주고 받아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표정에선 전문 배우 못지 않는 진지함과 열정이 묻어났다. 바로 옆방에 자리한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 밴드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의 손놀림에선 록커의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

미술관 불모지 ‘여수의 꿈’ |2014. 11.05

지난 6월 취재차 들른 영국 국립미술관(내셔널 갤러리)은 말 그대로 명작의 보고(寶庫)였다. 세계 4대 미술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전시장에는 학창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접했던 명화들로 가득했다. 차분하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없는 짧은 일정이 너무 아쉬웠다. 가능한 많은 그림을 눈에 담아 두기 위해서 수박 겉핧듯 전시장을 바삐 옮겨다녀야 했기 때…

‘우린 아직 젊기에’ 비긴 어게인! |2014. 10.29

며칠 전 TV 리모컨을 돌리다 반가운 얼굴이 보여 손을 멈췄다. 90년대 문화대통령으로 불렸던 가수 서태지였다. 한 종편방송의 뉴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그는 “나만 늙나?"라는 자괴감을 들게 할 정도로 옛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날 기자의 시선을 끈 건 비단 그의 ‘방부제 동안’(童顔)만은 아니었다. 비록 외모는 변함이 없었지만 사람과 세…

에스플라네이드의 추억 |2014. 10.22

3년 전 이맘 때였던 걸로 기억된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7시30분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들른 싱가포르의 복합문화시설 에스플라네이드 1층 광장에는 수백 여 명의 관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려면 30분이나 남았는데 객석의 분위기는 이미 들떠 있었다. 이윽고 싱가포르에서는 꽤 유명한 가수 힐러리 프란시스가 등장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클리…

모리미술관의 교훈 |2014. 10.15

지난달 말 일본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에 자리한 모리미술관을 찾았다. 지난 2003년 문을 연 모리미술관은 연간 3000만 명이 찾는 도쿄의 명물 롯폰기 힐스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54층 빌딩(모리타워)의 53층에 들어선 입지조건 때문에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으로도 불린다. 색다른 입지와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파격적인 …

퐁피두센터 vs 문화전당 |2014. 09.24

지난 6월 초 오전 10시, 파리 퐁피두 센터를 찾은 기자는 예상치 못한 광경에 적잖이 당황했다. 전날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이미 퐁피두센터 앞 광장은 입장을 기다리는 수백 여 명의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2만 5000여 명에 이른다고 하더니 명성 그대로 였다. 부지런을 떤 보람도(?) 없이 30여 분을 …

‘문화광주’ 이끌 미술관장은? |2014. 09.17

니콜라스 세로타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장, 리차드 암스트롱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장, 오쿠이 엔위저 독일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관장, 피오나 로메오 뉴욕 현대미술관 디지털 콘텐츠 & 전략총괄 디렉터…. 지난 2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강당에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와 개관 10주년을…

‘월페’ 열기속으로 |2014. 08.27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번지 자라섬. 말 그대로 자라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곳이다. 10년전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쓸모없는 땅이었다. 불과 800m 떨어진 남이섬이 드라마 ‘겨울연가’ 효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과 달리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자라섬은 전 세계 재즈마…

‘댄싱 9’과 舞鄕 광주 |2014. 08.13

개인적으로 요즘 즐겨보는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하는 글로벌 댄스 서바이벌 오디션인 ‘댄싱9 시즌 2’다. 지난해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젊은 춤꾼들의 역동적인 에너지에 매료돼 챙겨보기 시작했다. 춤이라고 하면 발레, 현대무용, 비보잉, 댄스 스포츠 정도만 알았던 내게 ‘댄싱 9’은 다양한 춤의 세계에 눈을 뜨게 했다. 얼…

시민예술가를 모셔라 |2014. 07.30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남승진 교수(동아인재대 건축학과)는 마치 데이트 약속을 앞둔 사람처럼 마음이 설렌다. 지난 2007년부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CNS 윈드 앙상블’의 정기연습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창설된 CNS(Classic aNd Swing) 윈드 앙상블은 취미로 관악기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관악 오케스트라단으로 회사원, 교수, 주부,…

문화부시장이 필요한 이유 |2014. 07.23

지난 5월 대구 근대골목 취재차 대구 중구청을 방문한 기자는 인상적인 명함 한 장을 받았다. ‘문화관광분야 달인’이라는 큰 글자가 적힌 오성희 주무관(대구 중구 문화관광과)의 명함이었다. 오 주무관은 근대골목에서 문화를 길어 올린 ‘골목투어의 달인’이다. 지난 2009년 이후 5년 동안 골목 해설사 교재발간, 골목투어 강의, 골목투어 인터넷 카페 등 근대골…

작은 영화관 |2014. 07.16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난 1988년에 상영된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인 유명 영화 감독 토토가 고향 마을 극장의 영사 기사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고향인 시칠리아 섬으로 돌아온 그는 가난했던 어린시절, 아들처럼 자신을 보살펴주고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워주던 알프레도에…

김광석과 김정호 |2014. 07.09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음 음 음 음…. ”(김정호의 ‘하얀 나비’ 중에서) 광주출신 가수 김정호(1952∼1985)의 ‘하얀 나비’를 처음 들은 건 70년대 후반 흑백 TV에서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 요절 가수들…

‘빌리 엘리어트’ in 광주 |2014. 07.02

“그 아이가 천재일지도 모르잖니. 우리처럼 평생을 탄광촌에서 보내게 할 순 없어.” 10여 년 전 국내에서 상영돼 큰 화제를 모았던 영국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년 작)의 대사 일부분이다. 이 영화를 본 독자라면 막내아들의 발레 오디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파업투쟁에서 빠진 아버지와 이를 반대하는 첫째 아들이 나눈 대화를 기억할 것이다. 기자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