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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미술관 송년회’ 어때요 |2022. 12.06

“세상이 어떻게 가도/들어온 빛이 변함없는 것/그것은 항상 함께 사는 것/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 3층 전시장 입구에 다가가자 벽면에 선명하게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내게 비추는 빛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에 잠시 빠져들 무렵, 전시장에서 귀에 익숙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가 흘러 나온다. 중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

‘바르베르그 거인’과 폴리 |2022. 11.22

포항시 환호공원 전망대에 가면 ‘공중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에서다. 총 4095㎡ 부지에 가로 60m, 세로 57m, 높이 25m, 길이 333m의 철구조물 트랙을 따라 걷다 보면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처럼 짜릿하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상황…

다크투어, 의향(義鄕)의 미래다 |2022. 10.26

‘웡이 자랑 웡이 자랑/ 우리 아기 자는 소리/(중략)혼저 재와줍서/우리 어진이 단밥 먹엉/혼저 재와줍서’ 최근 취재차 방문한 제주4·3평화기념 공원에서 ‘귀에 익숙한’ 구절을 발견했다. 4·3항쟁의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는 이 곳의 상징조형물 ‘비설’(飛雪)이 설치된 돌담에서 였다. 구불구불한 돌담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조각상은 4·3사건의 비극…

도립미술관의 ‘담대한 도전’ |2022. 10.11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대구시립미술관(이하 대구미술관)은 ‘작지만 강한 미술관’으로 불린다. 지난 2013년 개최한 쿠사마 야요이전 덕분이다. 당시 약 3개월간 열린 이 전시회는 관람객 33만명이 다녀가는 대기록을 세웠다. 유료 입장객은 25만4527명으로 입장료 수입만 10억 2700만 원에 달했다. 블록버스터전의 성공케이스로 불리는 제주도립미술관 ‘나의 …

문화를 품은 ‘대표도서관’ |2022. 08.16

부산시 수영구에 자리한 F1963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복합문화공간이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를 생산하던 옛 고려제강을 건축가 조병수의 설계로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플랫폼으로 변신시킨 곳이다. 공장의 창립 연도에서 이름을 따온 F1963년에는 전시장과 공연장, 도서관, 카페, 서점 등 그야 말로 ‘없는 게’ 없다. 그중에서도 요즘 가…

‘해머링맨’과 ‘기원’ |2022. 08.09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중심가에 자리한 ‘메세 프랑크푸르트’(Messe Frankfurt)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형물이 있다. 미국 출신 조각가 조나단 브롭스키의 ‘해머링맨’(Hammering man)이다. 매년 수백 여개의 회의와 이벤트가 열리는 마이스(MICE)센터 앞에 설치된 21m 높이의 해머링맨은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관광객들이라면 꼭 가봐야 할 명…

‘VIVA 예술路’ 이번엔 통할까? |2022. 07.19

최근 대전에 사는 지인 A가 광주에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며 안부를 전해왔다. 그러면서 광주 궁동 예술의 거리를 방문하고 싶은데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다. 순간, 오래전 비슷한 부탁을 받고 난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006년 4월, 당시 기자는 주한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K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광주를 …

민선8기, ‘백 투 더 베이직’ |2022. 06.07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동아시아 문화도시, 유네스코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그리고 예향.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다름 아닌 인구 150만 명의 광주시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국내에서 근사한 타이틀을, 그것도 한개가 아닌 여러개 가지고 있는 도시는 아마 광주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 가운데 지난 2002년 탄생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근 20년 동안 지역…

엔데믹 시대, 슬기로운 문화생활 |2022. 05.10

지난 주말, 완도 나들이에 다녀온 지인은 모처럼 ‘축제 다운 축제’를 즐겼다고 자랑을 늘어 놓았다. 5일부터 완도 해변공원 등에서 펼쳐진 ‘2022 완도 장보고 수산물 축제’에 참가해 가족과 함께 행사장 곳곳을 돌며 오븟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특히 개막행사로 마련된 군민화합노래자랑에서는 초청가수와 출연자들의 무대에 환호성까지 질렀다고 말했다. 그녀가…

‘예술가가 사는 집’ |2022. 01.12

충북 청주시에 자리한 ‘운보의 집’은 한국 화단에 큰 족적을 남긴 김기창 화백의 저택이다. 김 화백의 호를 따 이름을 지은 이곳에는 세상을 떠날때까지 기거했던 한옥에서 부터 전시관, 정원, 그리고 부부의 묘가 조성돼 있다. ‘운보의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고즈넉한 분위기의 연못과 정자가 방문객을 맞는다. 한폭의 동양화 같은 연못 앞에는 인증샷을 남기…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2021. 12.15

3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찾던 날, 미술서적이나 인터넷에서만 접했던 ‘문제작’을 마주했다. 고흐의 초기작으로 꼽히는 ‘감자먹는 사람들’(1885년 작)이었다.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직관한’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솔직히 말하면 감동 보다는 무서움이 더 컸다.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에서 본, 특유의 화사한 캔버스와 달…

‘걷기 좋은 도시, 광주’ |2021. 11.23

외국의 유명도시들을 둘러 볼 때면 부러운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세계적 수준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 한가로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노천카페…. 국내에선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은 이방인에게 색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하지만 내가 진짜 부러운 건 이들이 아니다. 바로 번잡한 도시 곳곳에 쉼표처럼 자리하고 있는 공원과 벤치다. 도시…

지나온 10년, 다가올 10년 |2021. 11.10

2014년 여름, 취재차 방문한 영국 런던의 바비칸 아트센터는 평일 낮인 데도 런더너들로 활기를 띠었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로비와 카페에는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들이 많았다. 로비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수많은 예술서적과 CD, DVD가 꽂혀 있는 자료실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 감상을 즐기는 풍경이 펼쳐졌다. 공연이 없는 낮엔 썰렁하기 짝이 …

‘엔지스’와 수영장 |2021. 11.03

2년 전 둘러 본 서울 동대문디자인 플라자(DDP)는 개관 초기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코로나19로 방문객이 많지 않았지만 알림터, 배움터 등 5개의 시설이 만나는 광장은 예전의 삭막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군데 군데 들어선 파라솔과 벤치에는 혼자서 책을 읽거나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2014년 개관 당시만 해도 ‘국적불명의…

2년 6개월만에 끝나는 ‘전문가 영입’ |2021. 08.31

코로나19 이전의 일이다. 인구 109만 명의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고양아람누리 공연장(이하 아람누리)을 찾던 날, 낯선 풍경에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평일 낮인 데도 공연장 주변은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특히 공연장의 부대시설인 레스토랑과 커피숍에는 40~50대 주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클래식 아카데미에 참석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