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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광주는 ‘남향집’을 보고 싶다 |2023. 12.05

10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이하 현대미술관)덕수궁관에서 고 오지호(1905~1982)화백의 ‘남향집’을 마주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따스한 햇살과 대추나무의 푸른 그림자가 인상적인 그림은 오 화백이 유독 아꼈던 작품으로 유명하다.“‘남향집’은 나의 작품 활동에 문을 열었던 그림”이라고 언급했을 정도였다. 그의 말대로 맑은 공기와 투명한 빛이 쏟아지는 화…

수묵비엔날레, 희망을 쏘다 |2023. 11.14

지난 달 중순, 취재차 미국 샌디에이고를 방문한 기자는 뜻밖의 장소에서 낯익은 호랑이(성파 스님의 ‘수기맹호도’)를 발견했다. 전통 민화에서 한번쯤 본적이 있는 용맹스런 모습이었다. 발보아파크(Balboa Park)입구의 ‘샌디에이고 미술관’(San Diego Museum of Art, SDMA) 외벽에 내걸린 ‘호랑이’를 본 순간 왠지 반갑게 느껴졌다. …

동구관광재단에 거는 기대 |2023. 07.25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이은상 작사·박태준 작곡 ‘동무생각’中) 한낮의 온도가 30℃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근대골목)의 청라언덕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청라언덕을 시작으로 대구의 구도심에 자리한 유적지를 둘러 보는 근대골목투어에 참…

광주예술의전당이 통하려면 |2023. 07.05

지난달 3일, 부산시민공원 잔디광장에서는 매우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부산시가 오는 2025년 개관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와 2026년 문을 여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알리고, 지역의 클래식 저변확대를 위해 ‘미리 만나는 부산국제아트센터, 클래식 파크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KBS교향악단의 공연과 유명 오페라 아리아 등이 선보인 이날 행사는 큰 화…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2023. 05.30

8년 전 취재차 상하이를 방문한 기자는 ‘캐타이 극장’이란 오래된 영화관을 발견했다. 갈색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런 외벽과 금박으로 마감된 건물 정면의 ‘CATHAY’ 로고는 주변 건물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뭐랄까, 영화관이라기 보다는 박물관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1932년 영·미 영화 전용관으로 탄생한 극장은 1990년 대 초 근대유산으로 지정된 문화…

기대반 우려반 ‘오페라하우스’ |2023. 05.23

‘대구에서는 주부들의 곗날 모임에 오페라 관람이 빠지지 않는다’. 몇 년 전 입소문을 통해 전해 들은 대구의 오페라 신드롬이다. 진원지는 다름 아닌 대구오페라하우스. 지난 2003년 ‘오페라 지방화’를 내걸고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오페라 전용 단일극장으로 개관한 곳이다. 사실, 대구의 ‘오페라 사랑’은 유명하다. 오페라하우스 개관을 기념해 창설한 대…

‘박서보 예술상’ 논란을 보며 |2023. 05.09

제14회 광주비엔날레(4월7~7월9일)에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박서보 예술상’이 사실상 1회 시상을 끝으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박서보 예술상은 ‘광주비엔날레 눈(Noon) 예술상’ 이후 첫선을 보인 시상제라는 점에서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카드’였다. 지난 2010년 시행한 ‘광주비엔날레 눈 예술상’(중진작가 1만달러, 신진 5000달러…

‘나비 축제’에서 예술을 만나다 |2023. 05.02

“왜 산에만 가십니까?” 10여 년 전 무등산 증심사 길목에 자리한 무등현대미술관에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큼지막하게 새겨진 문구는 행인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당시 현수막을 접한 시민들은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산에만 가는’ 등산객을 탓하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

책읽는 풍경, 책읽는 광주 |2023. 04.25

엊그제 중앙지를 펼쳐든 순간 ‘대문짝만하게’ 실린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책읽는 서울광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사진은 도심 한복판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진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올해로 28회째인 ‘세계 책의 날’(23일)을 기념해 서울시가 기획한 행사였다. 이날 드넓은 잔디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이동식 소파에 기대어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은…

‘문예회관 리모델링’이 흥(興)하려면 |2023. 04.19

경기도 고양시 정발산 자락에 들어선 고양아람누리(이하 아람누리)는 전국구 공연장이다. 인구 107만 명의 신도시이지만 서울의 내로라 하는 대형 공연장이 부럽지 않다. 국내에선 드물게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야외극장을 갖춘 3대 공연예술센터로 2008년 개관과 동시에 96개의 기획작품을 선보이며 60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실제로 7년 전, 아람누리…

‘미술도시’,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023. 04.04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홍콩, 그리고 서울.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얼핏보면 볼거리가 많은 관광도시나 문화도시같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도시(Art Capitals)들이다. 지난해 10월 ‘하늘을 날으는 특급호텔’로 불리는 글로벌 비즈니스용 항공기운영사 ‘비스타젯’(VistaJet)이 갤러리·미술관 …

동네책방이 세상을 바꾼다?! |2023. 02.22

시집만 판매하는 서점, 엄마의 밥상을 떠올리게 하는 가정식 서점, 일주일에 한권의 책만 파는 서점…. 5년 전 광주일보에 연재했던 ‘도시의 아이콘, 동네책방’에 소개된 서점들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색깔있는 책방을 취재하기 위해 7개월 동안 광주, 서울, 부산, 괴산, 통영, 대전은 물론 멀리 런던, 리버풀, 도쿄까지 국내외 40여 곳의 책방을 답사…

옛 방직공장의 기적 |2023. 02.08

인구 45만 여 명의 가나자와는 일본에서 내로라 하는 문화도시다. 에도시대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고도(古都)인 데다 지난 2002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공예창의도시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2004년 개관한 21세기 가나자와 미술관과 금박박물관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글로벌 명소다. 하지만 가나자와의 진가는 시민들의 문화지수에서 나온다. ‘한집 건너 예…

‘논란 속 관장 임명’ 시립미술관의 미래는? |2023. 02.01

지난해 가을, 북유럽 4개국의 미술관과 공공미술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19의 ‘그늘’이 남아 있긴 했지만 주요 미술관에는 예전의 모습처럼 관람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첫번째 방문지였던 핀란드 헬싱키의 아모스렉스 미술관을 비롯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오슬로 뭉크미술관, 덴마크 국립미술관은 유럽 각지에서 온 인파로 북적였다. 물론 화려한 컬렉션을…

박진현의 문화카페- 거장에 대한 예의 |2023. 01.10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 지난 10일, 광주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무등현대미술관(관장 정송규)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광주시문화예술상 오지호미술상 본상’을 수상한 서양화가 정송규 관장의 축하를 겸한 신년 인사회였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당초 ‘예정에 없던’, 매우 이례적인 자리였다. 지난해 12월 7일 개최된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직접 전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