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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명작의 탄생’을 기다리며 |2020. 02.19

취재차 외국의 도시들을 둘러 볼때면 눈여겨 보는 곳들이 있다. 미술관이나 도서관이다. 미술관이 그 도시의 미적 안목을 엿볼 수 있다면 도서관은 지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시니어들이 전시장을 찬찬히 둘러 보는 풍경과 어린이 열람실에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

수상 소감의 품격 |2020. 02.12

강렬한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관객들의 기립박수 속에 시상대 마이크 앞에 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많은 가능성(potential)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바로 무덤이예요. 늘 사람들은 내게 묻습니다. ‘비올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그러면 ‘시체를 발…

‘광주문예회관 혁신’이 통하려면 |2020. 02.05

지난 2003년 여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접한 ‘문화적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공연 시작 전 극장 입구에 자리한 스낵코너는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즐기려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라이언 킹’의 1부 공연이 끝난 인터미션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장 차림으로 쫙 빼입은 일부 관객들은 삼삼오오 와인잔을 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뮤지컬 공연에 대한 감상평에서 부터…

‘이어령의 백년서재’를 보고 |2020. 01.29

지난 설날 연휴, ‘반가운 얼굴’을 TV에서 만났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식인이자 영원한 문학청년인 이어령(87) 전 문화부 장관이다. 지난 2006년 4월 광주일보 창사 54주년 특별 대담을 나눴던 ‘인연’이 있던 터라 채널을 고정한 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JTBC 토크멘터리 형식의 ‘헤어지기 전 몰래하고 싶었던 말-이어령의 백년서재’에 출연한…

올핸 ‘질문하는 인간’이 되자 |2020. 01.22

강연장에 들어선 두 석학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행사였지만 강연장의 열기는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뜨거웠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문화재단이 빛고을 시민문화관 개관10주년을 맞아 개최한 토크 콘서트 ‘롤러코스터 시대, 삶의 중심잡기’의 풍경이다. 이날 …

광주관광의 별은 언제쯤 빛날까? |2019. 12.18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해바라기는 작곡가 그리그의 ‘솔베이지 노래’ 속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아를 론강의 물결은 재니스 조플린의 감미로운 재즈선율을 타고 잔잔하게 밀려 든다. 이달 초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접할 수 있는 제주 ‘빛의 벙커’를 다녀왔다. 지난해 56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은 클림트전의 후속작으로, 반 고흐와 …

‘기억의 힘’을 믿는다면 |2019. 12.04

지난 2013년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은 미술계의 ‘20년 숙원’이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큰 맘 먹지 않으면 선뜻 나서기가 꺼려질 만큼 접근성이 떨어진 탓이다. 그렇다고 서울관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복궁이 자리하고 있는 데다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등록문화재이다 보니 각종 …

대표도서관, 고정관념을 깨라 |2019. 11.20

강원도 영월군에는 매일 밤 ‘두개의 달’ 이 뜬다. 하나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달이고, 다른 하나는 영월군 덕포리의 밤 하늘만 밝히는 달이다. 영월군에 두 개의 달이 뜨게 된 건 ‘월담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부터다. 은은한 달빛 아래 서책을 읽었던 옛 조상들의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도서관의 상징으로 LED 달을 옥외 조형물로 내세운 것이다. …

베를린과 광주 |2019. 11.13

지난 여름, 독일 문화관광의 현장을 둘러 보기 위해 베를린의 이스트갤러리를 찾았다. 관광 하기엔 조금 이른 오전 시간이었지만 이스트갤러리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인파로 북적였다. 이들은 높이 3.6m의 장벽에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1989년 11월 9일 붕괴된 ‘그 날’을 기억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스트갤러리는 베를린 장벽의 아픈 과거를 생생…

광주는 왜 디자인비엔날레를 하는가 |2019. 11.06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공무원 아파트로 불렸던 친구의 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내가 살던 단독주택과는 너무도 달랐다. 우선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이 마당 구석이 아닌 거실 한쪽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그뿐인가. 주방 싱크대나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틀면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져 …

참을 수 없는 행정의 가벼움 |2019. 10.30

지난달 중순 도시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10여 명이 광주를 찾았다. ‘광주, 리브랜딩’을 주제로 광주디자인센터가 주최한 ‘2019 국제도시디자인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행사 전날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폴리로 이어지는 디자인투어를 실시했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빈스 콘웨이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광주의 획일화된…

미술관보다 카페? |2019. 09.25

경남 창원에는 SNS 등에서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식물을 만날 수 있는 보타닉뮤지엄(Botanic Museum)이다. 근래 새로운 트렌드인 ‘그린 투어리즘’을 내건 사립수목원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을 겨냥한 힐링공간으로 2017년 4월 문을 열었다. 보타닉뮤지엄의 매력은 15만 본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날씨와 계절에 …

문화전당은 안녕하신가? |2019. 09.18

지난 여름, 부산 해운대는 평일인데도 수많은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변인 만큼 연중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이날은 유독 외국인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일부 단체 여행객들은 목좋은 곳에 자리한 ‘HAEUNDAE’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에 바빴다. 비단 해운대 만이 아니었다. 1박2일동안 취재차 둘러본 부산 도심…

도서관은 살아있다 |2019. 08.28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교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습관이다.” 지난해 여름 끝자락,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입구에 도착하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명언이 새겨진 표지석이 눈에 띄었다. 그 뒤에는 책을 펼쳐 놓은 듯한 기하학적인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1층에는 커피숍, 제과점, 편의점, 서점 등이 들…

문닫은(?) 예술의 거리 |2019. 08.21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K씨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광주를 방문하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2005년 10월~2008년 9월 재임)의 동선을 짜는 데 필요하다며 궁동 ‘예술의 거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예술의 거리에서 꼭 봐야할 명소들과 사람들이 많아 피해야 할 곳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2박3일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