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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라도의 혼
<24> 공동체 정신·인심 담긴 남도음식 ‘천년의 맛’ 자부심 |2019. 11.12

지난 달 31일 막을 내린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행사장에는 ‘광주의 맛’이라는 전시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관 모퉁이에 자리잡은 공간에는 참기름으로 버무린 고슬한 밥에 묵은지를 넣고 깨를 뿌려 마무리한 ‘광주 주먹밥’과 당근·오이·단무지 등 갖은 야채를 넣어 미감과 식감을 높인 ‘납작둥글 주먹밥’ ‘3색 주먹밥’ 등이 오랜 관람으로 시장해진…

<23>오감으로 마시는 茶…사람을 잇고 예술을 싹틔우다 |2019. 11.11

“나는 요즘 다(茶)만 탐식하는 사람이 되어 겸하여 약으로 마신다네. … 산에 나무도 하러가지 못할 병이 있어 차를 얻고자 하는 뜻을 전하네. 듣건대 고해(苦海)를 건너는 데는 보시를 가장 중히 여긴다는데, 이름난 산의 고액(苦液)이며 풀 중의 영약으로 으뜸인 차가 제일이 아니겠는가. 목마르게 바라는 뜻을 헤아려 달빛과 같은 은혜를 아끼지 말기 바라네.” …

<22> 생생한 조선시대 역사 ‘타임캡슐’이 열리다 |2019. 11.08

‘조선왕조실록’은 1893권 888책에 달하는 방대한 역사서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부터 25대 철종까지 472년(1392~1863)의 역사가 ‘편년체’(編年體=역사를 연월일 순으로 기록하는 형식)로 기록돼 있다. 국보(151호)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역사를 생생하게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면서 무궁무진한 문화 콘텐츠의…

<21>계곡 굽이굽이 그림같은 풍광, 주옥같은 시가를 낳고… |2019. 11.04

무등산 자락과 광주호, 그리고 영산강·섬진강·보성강 주변의 풍광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누정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품은 곳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그 곳에서 홀로 쉬거나, 여럿이 오붓하게 모여, 정서를 교감하며 학문과 시가를 나눈 열린 공간이다. 휴식처이자 인문학의 산실이 곧 ‘누정’이다. 건축학 용어로 ‘누(樓)’는 …

<20> 소리에 한이 더해져 서민들의 애환을 노래하다 |2019. 10.29

“싸구려 허허허 굵은 엿이 왔네 정말 싸다 반월엿 강원도 금강산 자자자 일만이천봉…” 고수의 장단에 맞춘 ‘진도 엿타령’ 노랫소리가 진도 의신면 의신중학교 운동장에 울려 퍼진다. 원조 진도 엿타령으로 유명세를 알린 할머니와 전남무형문화재 제40호 조도닻배놀이 예능보유자인 부친 조오환씨에 이어 3대째 소리를 이어오고 있는 국립창극단 소속 소리꾼 조유아의 …

<19> 남도에선 문화가 일상이고 예술이 삶이다 |2019. 10.28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가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꺼내놓으면서 ‘답사 신드롬’을 일으킨 구절이다. 반론도 있다. ‘보는 만큼 안다’는 주장이다. 잘 알지 못해도 가서 보면 보인다는 것이다. 진도에 가면 후자를 실감한다. 다방이나 술집, 여느 가게를 가더라도 벽에 그림 한 두 점 걸리지 않은 곳이 없고, 딱히 무슨…

<18> 고려 비색이 만들어낸 청자, 강진서 꽃피우다 |2019. 10.14

“선(線)은 / 가냘픈 푸른 선은 / 아리따웁게 구을러 / 보살같이 아담하고 / 날씬한 어깨여 / … / 빛깔 오호! 빛깔 / 살포시 음영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여 /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 … ” 시인 월탄 박종화는 ‘청자부(靑磁賦)’에서 천년 묵은 고려청자의 맵시 있는 선을 보살의 어깨에,…

<17> 미국 선교사 이역만리 광주서 기독·근대문화 꽃피우다 |2019. 10.07

지난 5일 오후 5시 가을 햇살이 누그러질 무렵 양림동산 선교사묘역, 10여명의 가족 참배객이 해설사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 곳에는 광주·전남 선교의 아버지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과 ‘클레멘트 오웬’(오기원), 고아의 아버지 ‘로버트 윌슨’(우일선), 한국의 테레사 수녀 ‘엘리자베스 쉐핑’(서서평), 프레스톤, 포사이드, 어비슨, 타마…

<16> 피로 물든 ‘5월 광주’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 꽃피우다 |2019. 09.23

“우리가 민족민주화 횃불대행진을 하는 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 꽃을 피우자는 것이오. 이 횃불과 같은 열기를 우리 가슴 속에 간직하면서 우리 민족의 함성을 수습하여 남북통일을 이룩하자는 뜻이며, 꺼지지 않는 횃불과 같이 우리 민족의 열정을 온누리에 밝히자는 뜻입니다.” 1980년 5월 16일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민족민주화성회’를 이끌며 횃불대행진을 앞두…

<15> 굶주린 백성 살린건 ‘나눔’ 실천한 또 다른 백성이었다 |2019. 09.09

“남의 굶주림을 자기 일로 여겨(飢思若己·기사약기) / 여기저기 나누어줘 가난한 이 구제했네(傳施恤貧·전시휼빈) / 모든 사람이 입 모아 칭송하니(萬口咸誦·만구함송) / 남기신 덕은 날로 새로워라(遺德日新·유덕일신)” 광주 서창의 마지막 뱃사공 박호련의 은혜를 기리는 ‘불망비’ 내용이다. 영암에는 덕진여사의 기부정신을 기리는 ‘덕진지비’가 있다. 그…

<14> 호남 유학생들의 항일독립정신 ‘민주주의’로 이어지다 |2019. 08.26

나라가 힘들 때마다 청년학생들이 앞장섰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엔 적국의 심장 도쿄에서, 90년 전엔 의향 광주에서 청년학생들은 분연히 일어났다. 그들은 조국의 독립을 꿈꾸는 청년들이었다. 조국의 미래는 청년의 가슴과 눈빛에 있다고 한다. 청년의 삶과 조국의 미래는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일 게다. 청년들은 역사의 물줄기에서 청년의 본분과 사명을 잊지…

<13> 다산, 호남지식인들과 함께 ‘백성저항’ 개혁 꿈꿨다 |2019. 08.05

“官所以不明者(관소이불명자) 民工於謨身(민공어모신 (불이막범관야)” 곡산부사 정약용이 농민봉기를 일으킨 이계심을 무죄 석방하며 밝힌 판결 이유다. 해석하면 “수령이 밝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백성들이 제 몸 보신에만 교활해져서 폐막을 보고도 원님에게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잘못하면 항의해야 올바른 정치가 된다’는 의미로, ‘촛불정신…

<12> 분열·타락에 대한 반성…참수행 주창 ‘한국판 종교개혁’ |2019. 07.22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고려 불교도 그랬다. 불교국가에서 불교는 그 자체가 지배층이었다. 그러다보니 권력과 무관하지 않았다. 권력이 뒷배를 봐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각종 세제 혜택으로 부를 축적해갔고, 이를 유지하고자 가문에서 승려를 배출했다. 성직자·수도자가 아닌 가문의 재산을 지키고 축적하는 전도사 역할이었다. 심지어 인신매매에까지 손을 댔다. 불교…

<11> 1200년 전 시대를 앞서간 장보고, 해상무역 왕국을 건설하다 |2019. 06.11

장보고는 시대를 앞서 간 벤처 원조다. 1200년 전 이미 한류를 인식했다. 해도(海圖)도 나침판도 없던 시대에 한·중·일 동북아를 하나로 묶어 무역을 한 ‘글로벌 CEO’다. 그는 또 상인이었지만 단순히 도자기를 팔아 넘기는 상인이 아니라 아예 도자기술을 우리나라에 들여올 줄 알았던 예술인이었고, 평등사상의 불교 선종을 들여온 종교개혁가이기도 했다. …

<10> 한류 원조 왕인박사, 고대 일본에 선진 백제문화를 전하다 |2019. 05.21

고대에도 한류(韓流)가 있었다. 1600여 년 전인 397년 한자를 일본에 전한 백제의 왕인(王仁) 박사가 한류 원조다. 그는 일본문화의 원류인 아스카(飛鳥)문화 시조다. 논어·천자문 외에 대장장이와 베짜는 사람 등을 데리고 건너간 왕인 박사는 일본 태자의 스승이 돼 일본인들에게 글과 기술을 가르쳤다. 고대 일본 역사서들은 왕인 박사가 일본에 문자를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