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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의 세상만사
멧돝 잡으려다 집돝까지 잃을라 |2020. 03.19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을 하려다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것조차 다 잃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구럭은 ‘새끼로 그물처럼 떠서 만든 그릇’이다. 한데 이 속담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먼저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겠다. 어떤 어부가 게를 잡으러 나갔다가 조금만 더 잡으려고 욕심을 부리는 사이 밀물이 밀려온다. 어부…

아, 코로나 코로나! |2020. 02.27

‘아, 코로나 코로나!’ 이렇게 제목을 정해 놓고 보니 아주 오래된 옛 노래(올드 팝송) 하나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세환이 번안해 부르기도 했던 ‘코리나 코리나’. 노랫말에 수십 번 나오는 ‘코리나’는 꿈에도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모두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는 꿈에서라도 볼까 두려운 악마의 이름이…

쥐뿔도 모르면서 탱자탱자한다면 |2020. 02.06

(오늘의 이 글에는 청소년이 읽기에 다소 부절적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주의가 요망됩니다. 다만 학문적인 호기심 차원의 접근은 허용하며, 19세 미만의 경우 부모님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도 모르는 놈이 송이버섯 따러 왔다’는 말이 있다. 남성의 생식기와 송이버섯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말일 것이다. ‘불알도 모르는 …

제멋대로 상상해 본 ‘4월 총선’ |2020. 01.16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이 있다.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말도 있다. 떠난 자는 언젠가 돌아온다는 뜻이다. 모두 불경(佛經)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스님이었던 한용운도 ‘임의 침묵’에서 그리 노래했던 것일 게다.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21대 총선이 3개월 앞…

단식은 아무나 하나 |2019. 12.10

침어낙안(沈魚落雁)은 미인(美人)을 형용(形容)하여 이르는 말이다. 어찌나 미모가 뛰어났던지 물고기가 부끄러워 물속으로 몸을 감추고, 날던 기러기는 날갯짓을 잃은 채 그만 땅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폐월수화(閉月羞花)란 말도 있다. 달은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고, 아름다운 꽃마저 가만히 잎을 말아 올려 제 몸을 감출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모두 중국의 4대…

나도 당신처럼 골프나 치고 싶다 |2019. 11.12

정보요원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다. 숲속으로 도망치는데 희끄무레한 건물이 보인다. 아마도 화정동 안기부 청사인 듯하다. 건물 안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틀림없이 반체제 인사나 운동권 학생이 붙잡혀 고문을 받고 있을 것이었다. 한참 쫓기다 가까스로 잠에서 깼다. 전두환 시절 그곳에 연행돼 작은 고초를 겪은 지 벌써 40년이 되어 가는데, 얼…

‘시대의 스승’ 이들을 기억하라 |2019. 10.15

광주 시민이라면 무등산 자락에 있는 춘설헌을 한 번쯤 가 보았을 것이다. 이곳의 주인은 세 번 바뀌었는데 모두 이 시대의 선각자들이었다. 첫 번째 주인은 석아(石啞) 최원순(1896~1936), 두 번째 주인은 오방(五放) 최흥종(1880~1966), 그리고 마지막 주인이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7)이었다. 택호(宅號) 또한 석아정(石啞亭)에서 …

만약 청문회가 열렸다면… |2019. 09.24

박광태 전 광주시장 재직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어쨌든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실사단에 잘 보여야 했다. 광주로 들어오는 관문인 호남고속도로 동림 나들목을 비롯해 빛고을로·무진로·농성광장 등 실사단이 거쳐 갈 주요 길목에 꽃잔디를 심기 시작했다. 광주역 광장의 멀쩡한 잔디도 파헤쳐지고 꽃잔디로 옷을 갈아입었…

자식이 뭐길래 |2019. 08.30

여름휴가 기간에 ‘천년의 질문’을 읽었다. 조정래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재벌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사주간지 기자를 중심으로 입법·사법·행정을 비롯해 재벌과 언론 등이 온통 부패의 고리로 엮인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마치 김지하의 담시 ‘오적’(五賊)이 소설로 되살아난 듯했다. ‘오적’이 세상에 처음 나온…

우리가 무슨 동네북인가 |2019. 08.09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좀 뜨악하긴 했다.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 대통령의 이 말씀, 분명 맞는 말이긴 한데 찜찜하다. 왜 그럴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목 앞에 칼이 들어오는 이 위급한 때에 너무 한가한 말씀 아닌가. 그래도…

일제,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고 |2019. 07.19

우리 독립군 간부의 처형 장면. 목을 치기 전 뒤편에 일본군의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 다른 사진. 옷이 벗겨진 여인은 온몸이 상처투성인데, 목은 잘려 있고 얼굴은 등 뒤로 돌려져 있다. 베어 낸 독립군 병사의 머리를 공중에 높이 매달아 놓은 사진도 있다. ‘이것이 일본의 실체다’. 본 칼럼의 독자 한 분이 며칠 전 누군가의 글과 사진을 보내왔다. …

화살머리 고지에 올라 찢겨진 산하를 보다 |2019. 06.28

화살머리 고지에서 만난 영웅들 “포탄이 멈추고 밤의 적막이 찾아오면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사무치게 그리웠습니다.” 서글픈 무명용사들의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읽노라면 오랜 세월의 더께에도 여전히 눈물이 난다. 그들이 있어 오늘의 우리가 있다. 6월 호국(護國) 보훈(報勳)의 달에, 말없이 스러져간 이름 없는 영웅들을 생각한다. 최근 관…

‘엄니, 고맙고 미안하요!’ |2019. 05.31

5·18 민중항쟁이 일어나기 두 해 전이다. 우리는 졸업 기념으로 뭔가 특별한 것을 하기로 했다. “다 같이 무대에 오르자.” 결론은 쉽게 났다. 연극 공연을 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우리 과(科)에는 연극반 활동을 하던 친구들이 꽤 있었으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주인공을 맡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배역은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연출을 맡은 그 친구는 …

‘하나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2019. 05.02

과거 ‘학원’이란 인기 잡지가 있었다. 학생 교양지였는데 나이 든 문인이라면 그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에 잠기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학원’은 당시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을 발굴해 키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완도 출신 시인 김만옥(1946∼1975)도 중학생 시절부터 벌써 이 잡지에 많은 시와 산문을 게재했다. 지금은 원로가 된 같은 연배의…

그래도 전라도가 키운 전라도 기업인데… |2019. 04.12

빨간색 줄무늬에 거북이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 거북이가 눈에 띄면 반갑기 그지없었다. 신병 훈련소에서 호남고속도로를 달려가는 ‘거북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향이 그리워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는 이도 있었다. 거북이는 그만큼 우리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근한 존재였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처음으로 서울 구경을 간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