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종교 칼럼
[황성호 영암 신북성당 주임신부] ‘향원’(鄕原)이라는 사람, 그는 누구인가? |2019. 07.26

자기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들의 행태를 보면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함께하지 말자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위해서 어떤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데, 이들은 이 대처에 동의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인 동의는 없고 말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한다. 사람들의 평판과 외적인 모습에서 이들의 말과 행동은…

[정세완 원불교 광주 농성교당] 교무 생각 이전의 자리 |2019. 07.19

중학교 3학년 수험생 아들을 둔 교도가 상담을 신청해 왔다. 특수 학교에 진학하는 수험생 아들이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부를 안 해서 너무 짜증난다는 것이다. 아들 얼굴만 봐도 화가 나서 마음이 괴롭다는 것이다. 교도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내일 비가 오길 바랐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하늘에게 짜증이 납니까? 안 납니까? 또한 청명한 날씨를 주…

어느 벌레의 죽음 |2019. 07.12

몇 년 전인가, 딱정벌레처럼 생긴 벌레 한 마리가 방에 들어왔다. 시골에서는 너무도 흔한 일이라 그냥 내버려 뒀다. 오후가 되어서도 계속 방안에 있길래 왜 그럴까 잠깐 생각하다가 잊어버렸다. 다음 날 다시 보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그제야 그 벌레에 관한 몇 안되는 기억들을 총동원해서 왜 이 친구가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

[임형준 순천 빛보라교회 담임목사] 자살하는 사회 |2019. 07.05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원룸에서 성인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20대에서부터 40대까지의 서로 모르는 남녀들인 이들이 SNS로 만나서 동반 자살을 모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 뉴스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유명 중견 배우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모든 걸 가진 것 같은 스타들도 우울과 고통, 자살이라는 연…

[황성호 영암 신북성당 주임신부] 사람을 놓치는 사람 |2019. 06.28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남미 칠레에서 선교 사제로 살았던 영향인지, 나는 가끔 대화 중에 스페인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 어떤 표현들은 한국어보다는 스페인어가 더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온 지 3년이 지났지만, 몇몇 스페인어 숙어를 기억하고 있기에 몇 마디 적어본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지역 사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택…

[정세완 원불교 광주 농성교당 교무] 통섭의 신앙인 |2019. 06.21

작년에 일본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면서 나라시에 있는 화엄종 본산인 동대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절 입구에는 많은 사슴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다. 때로는 사람들의 손에 있는 음식을 빼앗아 먹기도 한다. 동대사에는 세계 최대의 목조 건물인 금당에 16미터의 대형 금동 불상인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다. 동대사를 나서며 대형 금동 불상…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지금 이 순간 |2019. 06.14

아침 일찍부터 처사님이 송풍기로 경내를 청소하고 있다. 며칠 동안 마른 태풍이라도 온 것처럼 바람이 몹시 거세게 불어서, 길가 나무에서 꽃이 무척 많이 떨어져 있었다. 송풍기가 한번 휘익 하고 지나가니, 삭발이라도 한 듯 자국이 선명하다. 문득 오래 전, 일본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교토의 한 절에 갔었는데 관리하는 분이 역시 송풍기로 경내의 길을 청소하고…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다시 유월에 서서 |2019. 06.07

“호헌 철폐, 전두환 독재 타도” 32년이 되는 1987년 6월 민주 항쟁 때 외침이 지금도 생생하다. 1980년 광주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투쟁은 7년간 지난한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1987년 전두환은 4·13 조치를 발표해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다시 뽑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때 광주가 분연히 일어난 것이다. ‘동장에서 대통령까지 우리 …

[황성호 영암 신북성당 주임 신부] 오월을 보내고, 다시 오월을 기다리며 |2019. 05.31

한참 뛰놀던 철부지였지만, 나는 1980년 5월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그 후, 청소년 시기에 찾아오는 내·외적인 성장과 호기심은 5월이 되면 눈물과 분노로 바뀌어 갔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전남대학교 후문을 지나야 갈 수 있었다. 그런데 5월이 되면 버스는 대학교 후문을 지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후문을 중심으로 교정 안에는 많은 대학생들이, 그…

[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일상의 오월 광주를 생각하며 |2019. 05.24

오월은 많은 법정 기념일이 있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처님 오신 날(12일), 스승의 날(15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18일), 성년의 날(20일), 부부의 날(21일), 물의 날(31일) 등 무려 아홉 개나 된다. 1년 열두 달 중에서 제일 바쁜 달일 것이다. 그러나 빛고을 광주는 해마다 맞는 5월이지만 이…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만약 일생이 하루라면 |2019. 05.17

하루살이. 하루를 사는 인생. 눈을 뜨는 순간 인생을 시작해서, 눈을 감을 때 인생을 마감한다. 눈을 감았다는 표현은 죽음에 대한 비유로 흔히 쓰인다. 만약 인생이 하루라고 하면, 그래서 눈을 뜨는 순간 인생을 시작해서 눈을 감는 순간 인생을 마감한다면,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살더라도 밤이 찾아오면 눈을 감는다. 9시가 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잠자리…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오월 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9. 05.10

필자는 38년 전 1981년 5월 27일 광주 5·18 설교 테이프를 서재실을 정리하면서 발견했다. 당시 신학생이면서 나이가 24세였다. 서광주교회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 어느 누구도 광주의 비극을 말할 수 없었다. 1주기 추도식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엄혹한 시절이었다. 그때 필자는 설교를 통해서 광주의 분노와 슬픔을 증언했다. 성경에 …

[황성호 영암 신북성당 주임 신부] 그들은 왜 새로운 삶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2019. 05.03

빛이 길어졌다. 계절이 바뀌는 중이다. 나는 가끔 새벽녘에 성당 입구에 자리한 정자각에 앉아 있곤 한다. 이제 옷차림이 가벼워도 제법 견딜 만하다. 성당 마당의 화려했던 벚꽃은 눈을 흩뿌리듯 철쭉 위에 내렸다. 계주봉을 이어받은 듯 철쭉들의 연한 연두색 잎 사이에서 붉은 꽃봉오리들이 머리를 살짝 내밀더니, 이제는 활짝 피었다. 감상에 젖은 것도 잠시, 태양…

[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맑은 바람 달 떠오를 때…” |2019. 04.26

4월 28일은 원불교가 교문을 연 날 입니다. 이날은 원불교 교도들의 최대 경축일이자 공동 생일입니다. 1891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을 하시고 그 심경을 시로써 읊으시기를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이라 하였다. 맑은 바람 달 떠오를 때 만상이 자연히 밝아 온다는 의미이다. 104년 전 26세의 청년 대종사는 …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스파게티는 죄가 없어 |2019. 04.19

스파게티는 먹는 게 아니었다. 이미 늦었다며 어서 서두르라는 재촉이 마음 한 구석에서 끈질기게 올라오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한 것이 화근이었다. 나에게 스파게티는 항상 기대로 시작해서 실망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그만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에 현혹되어 먹고 가라는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어이없게도 앉은 자리에서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말았다. 식당에서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