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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칼럼
나는 나무 |2020. 09.18

20대, 사상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매우 단순한 사실을 깨달았을 즈음이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길을 걷다가 가로수를 보고 문득 생각했다. ‘차라리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최소한 먹고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돌아다닐 필요는 없을테니까’ 나무가 부러웠다. 죽든 살든 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되니까. 한곳에 매이는 것은 숙명이지…

‘절제’ 욕망을 떼어 내는 능력 |2020. 09.11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본능에서 시작된 욕망의 에너지는 태양처럼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인간의 삶에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행동의 동기를 만든다. 인류의 역사는 이 강력한 에너지를 지혜롭고 적절하게 운영하여 인류가 꿈꾸는 문명을 만들었고 그 결과 풍요로운 삶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런 인류의 역사가 모두 성공하지는 않았다. 욕망이 반사회적일 때 인…

또 다른 마음 |2020. 09.04

두 아들의 어머니가 그 아들들과 함께 예수께 다가와 엎드려 절하고 무엇인가 청하였다. 예수가 “무엇을 원하느냐?” 하고 묻자, 그 어머니는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청한다. 예수는 그 어머니의 말을 듣고 그 오른쪽과 왼쪽에 앉을 권한은 아버지 하느님께 있다고 말씀하신…

마음이 통하는 성자 |2020. 08.28

하루는 조송광이란 사람이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박중빈 1891~1943)를 뵈러 왔다. 대종사께서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 있어 보이는데 어떠한 믿음이 있습니까?” 그가 답하기를 “여러 십 년 동안 하나님을 신앙해 온 예수교 장로입니다.” 문답은 이어졌다. “당신이 여러 해 동안 하나님을 믿었다 하니 하나님이 어디 계십…

가을 풀벌레 소리 |2020. 08.21

새벽 예불을 나가려고 방문을 여니, 가을 풀벌레 소리가 온 천지에 가득하다.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두웠으나 귀로 듣는 세상은 풀벌레 소리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가을 풀벌레 소리는 여름이 가장 치성할 때 시작되는 법. 그것은 다만 장마가 끝났다는 신호일 뿐이다. 긴 장마 끝에 듣는 풀벌레 소리라 응당 반가워야 할 터인데, 오히려 마음이 무겁다. …

온유(溫柔)한 자 |2020. 08.14

평소에 평평한 길조차 많이 걸어 보지 못한 탓에 어쩌다 산행을 하면 쓰지 않던 근육들이 아우성친다. 더구나 함께 등반하는 사람들의 빠른 속도를 따라가려면 무릎이 아프고 발목이 시큰거리고 숨이 차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산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다는 최초의 탄성은 잃고, 주위의 경관을 돌아볼 새도 없이 점점 멀어져 가는 동료의 뒷모습을 …

아슬아슬 |2020. 08.07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아기가 뒤뚱거리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발을 뗀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는 안절부절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왜냐하면 아이가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기는 몇 발자국을 가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마는데, 이내 부모는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의 손을 잡고 일으키면서 안아주거나 웃어준다. 이때 아기를 향한 부모의 마음은 안타…

칸트의 시간표 |2020. 07.31

독일의 철학자 칸트(1724~1804)는 가죽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느 날, 칸트는 일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께 한 장의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아버지, 이것 좀 봐주시겠어요?” 아버지는 칸트로부터 종이를 받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 종이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할 일들이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저는 이제부터 집에서도 학교에서와 같이 시간을 …

왜 사니? |2020. 07.24

갱년기라고 혼자 멋대로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것은 일단 열정의 부재였다. 열정이 왜 사라졌는지,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는지, 그리고 그 세월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뭐하나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부재’라는 무미건조하고 몰가치적인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열정의 부재를 확인한 것만으로는 뭔가 부…

충성(忠誠)의 삶 |2020. 07.17

어쩐지 ‘충성’이라는 단어는 애국심과 함께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애국심은 그 대상이 국가와 민족일 때이지만, 충성의 대상은 일터나 가정일 수도, 다른 사람이거나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또한 충성의 대상이 국가나 사람이 아닌 정의나 신념 같은 정신적인 목표인 경우도 있다. 어떤 가치를 향하여 목숨을 걸고 변함없이 지켜내는 것은 신념에 대한 ‘충성…

편견 |2020. 07.10

편견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명확하게 알았을 때,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거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들이 얼마나 부정확하고 오류투성이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편견으로 인해 사람을 미워했던 적이 있다. 사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미사 중 강론하고 있을 때 계속 눈에 들어오는 신자 한 분이 있었는데, 그의 모습은 항상 찡그린 얼굴이…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탄생 비화 |2020. 07.03

미국 문학사상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마가렛 미첼(Margaret Mitchell, 1900~1949)은 1900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문학 뿐 아니라 남북 전쟁 당시 인물의 전기 등 방대한 양의 책을 읽었다. 1922년부터 페기 미첼(Peggy Mitchell)이라는 필명으로 ‘애틀랜타 저널’에 글을 쓰기 시작해 인터뷰 기사로…

인생이 영화라면, 나는 어떤 캐릭터일까? |2020. 06.26

“노아 루크먼은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인물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신념’으로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 더 넓게 보자면 자신도 잘 모르면서 하게 되는 사고나 행동의 습관 같은 것이다.”(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시나리오를 받아 든 배우는 자신이 맡은 배역이 어떤 캐릭터인지 궁금해 한다. 배우는 작가와의 대화, 캐릭터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캐릭터…

‘양선’(良善)의 삶 |2020. 06.19

필자는 글을 쓸 때 글의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 제목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비교적 글이 쉽게 써진다. 이미 글의 흐름을 파악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최근 칼럼을 쓸 때 제목을 정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성령의 9가지 열매(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행복 |2020. 06.12

“행복하길 원하십니까?” “잘 살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 행복하고 싶고 잘 살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행복하다’는 것, ‘잘 살고 싶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고 잘 사는 것일까? 또 어떻게 살았을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어 본다. 행복의 가치 기준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