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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칼럼
[정세완 원불교 광주 농성교당 교무] 통섭의 신앙인 |2019. 06.21

작년에 일본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면서 나라시에 있는 화엄종 본산인 동대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절 입구에는 많은 사슴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다. 때로는 사람들의 손에 있는 음식을 빼앗아 먹기도 한다. 동대사에는 세계 최대의 목조 건물인 금당에 16미터의 대형 금동 불상인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다. 동대사를 나서며 대형 금동 불상…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지금 이 순간 |2019. 06.14

아침 일찍부터 처사님이 송풍기로 경내를 청소하고 있다. 며칠 동안 마른 태풍이라도 온 것처럼 바람이 몹시 거세게 불어서, 길가 나무에서 꽃이 무척 많이 떨어져 있었다. 송풍기가 한번 휘익 하고 지나가니, 삭발이라도 한 듯 자국이 선명하다. 문득 오래 전, 일본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교토의 한 절에 갔었는데 관리하는 분이 역시 송풍기로 경내의 길을 청소하고…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다시 유월에 서서 |2019. 06.07

“호헌 철폐, 전두환 독재 타도” 32년이 되는 1987년 6월 민주 항쟁 때 외침이 지금도 생생하다. 1980년 광주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투쟁은 7년간 지난한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1987년 전두환은 4·13 조치를 발표해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다시 뽑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때 광주가 분연히 일어난 것이다. ‘동장에서 대통령까지 우리 …

[황성호 영암 신북성당 주임 신부] 오월을 보내고, 다시 오월을 기다리며 |2019. 05.31

한참 뛰놀던 철부지였지만, 나는 1980년 5월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그 후, 청소년 시기에 찾아오는 내·외적인 성장과 호기심은 5월이 되면 눈물과 분노로 바뀌어 갔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전남대학교 후문을 지나야 갈 수 있었다. 그런데 5월이 되면 버스는 대학교 후문을 지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후문을 중심으로 교정 안에는 많은 대학생들이, 그…

[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일상의 오월 광주를 생각하며 |2019. 05.24

오월은 많은 법정 기념일이 있다. 근로자의 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처님 오신 날(12일), 스승의 날(15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18일), 성년의 날(20일), 부부의 날(21일), 물의 날(31일) 등 무려 아홉 개나 된다. 1년 열두 달 중에서 제일 바쁜 달일 것이다. 그러나 빛고을 광주는 해마다 맞는 5월이지만 이…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만약 일생이 하루라면 |2019. 05.17

하루살이. 하루를 사는 인생. 눈을 뜨는 순간 인생을 시작해서, 눈을 감을 때 인생을 마감한다. 눈을 감았다는 표현은 죽음에 대한 비유로 흔히 쓰인다. 만약 인생이 하루라고 하면, 그래서 눈을 뜨는 순간 인생을 시작해서 눈을 감는 순간 인생을 마감한다면,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살더라도 밤이 찾아오면 눈을 감는다. 9시가 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잠자리…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오월 광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9. 05.10

필자는 38년 전 1981년 5월 27일 광주 5·18 설교 테이프를 서재실을 정리하면서 발견했다. 당시 신학생이면서 나이가 24세였다. 서광주교회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 어느 누구도 광주의 비극을 말할 수 없었다. 1주기 추도식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엄혹한 시절이었다. 그때 필자는 설교를 통해서 광주의 분노와 슬픔을 증언했다. 성경에 …

[황성호 영암 신북성당 주임 신부] 그들은 왜 새로운 삶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2019. 05.03

빛이 길어졌다. 계절이 바뀌는 중이다. 나는 가끔 새벽녘에 성당 입구에 자리한 정자각에 앉아 있곤 한다. 이제 옷차림이 가벼워도 제법 견딜 만하다. 성당 마당의 화려했던 벚꽃은 눈을 흩뿌리듯 철쭉 위에 내렸다. 계주봉을 이어받은 듯 철쭉들의 연한 연두색 잎 사이에서 붉은 꽃봉오리들이 머리를 살짝 내밀더니, 이제는 활짝 피었다. 감상에 젖은 것도 잠시, 태양…

[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맑은 바람 달 떠오를 때…” |2019. 04.26

4월 28일은 원불교가 교문을 연 날 입니다. 이날은 원불교 교도들의 최대 경축일이자 공동 생일입니다. 1891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을 하시고 그 심경을 시로써 읊으시기를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이라 하였다. 맑은 바람 달 떠오를 때 만상이 자연히 밝아 온다는 의미이다. 104년 전 26세의 청년 대종사는 …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스파게티는 죄가 없어 |2019. 04.19

스파게티는 먹는 게 아니었다. 이미 늦었다며 어서 서두르라는 재촉이 마음 한 구석에서 끈질기게 올라오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한 것이 화근이었다. 나에게 스파게티는 항상 기대로 시작해서 실망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그만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에 현혹되어 먹고 가라는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어이없게도 앉은 자리에서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말았다. 식당에서 파…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사월의 편지 |2019. 04.12

194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T.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 제1부 ‘죽은 자의 매장’에서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노래했습니다. 시인 신동엽도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런 흙가슴만 …

[황성호 영암 신북성당 주임신부] 고착과의 싸움, 이 험난한 여정은 언제 끝날까 |2019. 04.05

한참을 함께 뛰어놀던 아이들이 양편으로 토라져서 이제 서로 얼굴도 보지 않는다. 시간이 좀 지나자, 한 아이가 화해를 하려는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한쪽 편에서 큰 소리로 “싫어!”하면서 다른 편 아이들에게 삿대질까지 한다. 도대체 왜 잘 뛰놀았던 아이들이 이 지경까지 됐을까 하는 생각으로 ‘뭐 얘들이니까 금방 화해하겠지’ 스스로 위안해본다. 그러나…

[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동남풍의 주인 |2019. 03.29

지난겨울 서북풍의 매서움을 피해 겨울잠을 자던 뭇 생명들이 동남풍의 바람을 따라 긴 동면에서 깨어나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에 꽃샘추위는 우리들의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이 추위가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1차 북미 정상 회담 후의 8개월간의 치열한 물밑 접촉에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이 공동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한 채 다…

[중현 광주 증심사 주지] 희망이 곧 신이다 |2019. 03.22

“밤! 밤! 밤! 바아아암“ 아직 새벽 6시가 되지 않은 시각,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반가운 봄비라고는 하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 국도는 내리는 비 때문에 칠흑처럼 깜깜하다. 새벽 4시부터 예불에 기도까지 하고 나선 터라 몰려오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혼자 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 차 안을 가득 채운다. 차에서 듣는 US…

[장헌권 광주 서정교회 담임목사] ‘손수건’ 같은 만남의 이야기 |2019. 03.15

전북의 ‘고창’이란 지명은 높고 넓은 들이란 뜻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해바라기 축제, 가을에는 메밀꽃 축제, 특히 봄에는 청보리밭 축제와 유채꽃 축제를 볼 수 있다. 파란 하늘에 초록과 노랑 파랑의 조화로움은 황홀하기만 하다. 성경에 보면 보리밭에서 이루어진 사랑 이야기가 있다. 룻이라는 여성이 나오는 ‘룻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