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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펜 칼럼
인지상정과 정도껏 |2020. 01.15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들고, 가난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곤경에 처한 가족을 보면 내 가족도 저러면 어떨까 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인지상정이다. 인지상정은 법과 도덕에 앞선 인간 본연의 심성이다. 정도는 일정 수준을 뜻한다. 정도껏이라는 말은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뜻…

‘뉴 DJ’를 갈망하며 |2020. 01.08

1967년 국회의원 선거 때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목포에 출마한 김대중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직접 목포에 두 번이나 내려왔고 목포 현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인 김병삼 씨를 당선시키면 목포에 소위 ‘돈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목포시민들은 돈 대신 사람 즉 DJ를 선택했다. DJ와 호남의 운명적 결합은 이렇게 시…

크리스마스 선물 이몽(異夢) |2019. 12.25

12월이 다가오면 필자의 옛 기억 속에는 성탄 전야나 새벽에 눈길을 걸어 찾아오던 성가대원들이 떠오른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캐럴을 부르면 모두들 귀 기울여 듣다가 부모님이 그들을 맞아들여 팥죽을 대접하셨다. 그때에는 눈이 많이 와서 보통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불렀다. 우표와 크리스마스실(seal)을 붙인 성탄 카드가 사라진 것은 이메일의 출현 …

라떼 이즈 홀스 |2019. 12.18

올해 유행한 표현 중에 ‘라떼 이즈 홀스’(Latte is horse)가 있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할 때 사용하는 상투적 구문인 ‘나 때는 말이야’를 영어로 재치있게 표현한 말이다. 기성세대든 신세대든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를 고집하면 결국 ‘꼰대’이거나 ‘젊꼰’(젊은 꼰대)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에 비해 성공보다는…

‘좋아요 뽕’ |2019. 12.11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뽕은 ‘좋아요 뽕’이라고 한다. 이것에 한번 중독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좋아요 뽕’은 온 오프라인의 경계도 없다.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에 물들게 되면 이성이 마비되고 계속 뽕만 찾게 된다. 추종자에 둘러싸여 한마디 한마디에 ‘좋아요’를 연호하니 그 얼마나 강력한 중독이겠는가. ‘좋아요’는 권…

시민 배우가 만드는 ‘시민 영화제’를 상상한다 |2019. 12.04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3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차별적 상황과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 담론을 주도하며 우리 삶의 모습도 바꿔가고 있다. 필자 역시 이 영화를 보고서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딸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을 생각하며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치, 국민 수준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2019. 11.27

대한민국의 국제 경쟁력은 참으로 놀랍게 발전해 왔다. 경제적이나 문화적인 발전을 물론 시민들의 정치 의식 또한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국회의원들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이 체계적으로 정치 문화를 습득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정치는 자신의 삶을 통해 축적된 정치적 신념…

거리 정치가 남긴 메시지 |2019. 11.20

21세기 세계 각국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이념을 초월하여 무한 경쟁을 펼치며 미래 먹거리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중에 4대 강국들도 우리나라를 옥죄고 있다. 일본 정부는 침략에 대한 진실한 사과 없이 1965년 한일협정만을 내세워 한일 무역 갈등을 유발하고 있고, 미국의 주한 미군 주둔 부담금 인상 요구와 중국·러시아의 영해 침범 도발 등으로 그야말…

광주 도시역사관을 전일빌딩에 |2019. 11.13

역사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해석의 차이와 지혜를 얻는 수준의 높낮이는 다를 수 있지만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 기록이고 기억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이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점은 변함없다. 변하지 않는 과거 역사적 사실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것인지는 각자 자신의 함량에 달려있다. 개인이든, 지역이든, 국가든 다 그렇다. 역사학자 E.H …

진료실 폭력 그리고 진료 거부권 |2019. 11.06

이번에는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 심한 골절상의 환자는 수술과 재활의 치료 과정과 별개로 보험금 취득 목적으로 요구한 허위 장애진단서 발급이 거부되자 수차례의 협박과 민사 소송을 진행하였고 결국 대법원 판결로 패소가 확정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진료실에서 신문지로 감싸 몰래 가지고 온 칼로 담당 의사에게 상해를 가했다. 엄지손가락이 절단되고 손의 다른 부위까…

동네 바보의 고백 |2019. 10.30

지난 20여 년간 주말은 테니스 치는 재미로 살았다. 등산이며 자전거 같은 운동도 좋지만 1~2년 하고 나면 테니스가 지닌 매력만큼 끌리지 않았다. 뉴스를 보고 신문을 뒤적여도 테니스 관련 기사가 있으면 즐겁고 행복했다. 낯선 도시나 아파트에 가도 초록색 천막만 보면 그 안에 테니스장이 있으려니 하는 생각에 반가웠다. 황토바닥 잘 다져 새하얀 라인을 그려 …

휴·폐관 속출 ‘작은 도서관’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2019. 10.23

우리 국회는 매년 정기 국회 회기 중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국정 감사라는 강력한 행정부·사법부 통제 권한을 행사한다. 이에 따라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 감사가 실시되었다. 국정 감사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지만 올해 역시 여야간 공방이 격화되면서 의원들간 욕설과 고성 반말이 난무 했다. 자료를 찢고 던져 버리는 등 볼썽사…

지난 추석의 기억 |2019. 10.16

귀뚜라미 소리가 짙어지더니 단풍이 든다. 세상이 이리 시끄러운데도 계절은 소리 소문 없이 가고 있다. 이제 낙엽이 켜켜이 쌓이면 가을의 아름다운 쇠락이 또 한 번 우리를 지난 시절로 이끌 것이다. 낙엽 날리는 풍경. 나뭇가지에 붙은 마지막 이파리의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 이 계절이 오면 문득 가슴에 푸른 등 하나 켜진다. 과거가 어제 일처럼 분명해지고 지난…

세계의 알파벳 한글 |2019. 10.09

지난 7월 한글 창제를 주제로 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그동안 불교계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던 한글 창제의 주역이 승려 신미(信眉·1403~1480)라는 것을 집중 부각시킨 것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한글은 세종대왕이 직접 창제했다고 알고 있는 터에 사뭇 생경한 신미라는 승려를 내세워 한글 창제의 주역으로 조명함으로써 역사 왜곡…

스멀스멀 턱밑까지 다가온 지방 소멸 |2019. 10.02

지난 6월 남해안 바닷가에서 다시마 건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땡볕 아래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말을 건넸으나 대답이 없었다.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몽골에서 단체로 들어와 집단 숙식을 하며 일하는 외국인들이었다. 요즘 섬 지역에서 한국인 선원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한다. 필자가 완도의 매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