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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펜 칼럼
폐강을 피해 살아남는 강좌가 되려면 |2014. 10.01

쇼펜하우어가 베를린 대학에서 강의할 기회를 얻었을 때의 유명한 이야기다.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쇼펜하우어는 당시 최고의 철학자로 여겨진 헤겔과 같은 시간대에 강의 시간을 배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헤겔의 강좌는 수강생이 밀려 복도까지 꽉 찼지만 쇼펜하우어의 강의를 수강 신청한 학생은 달랑 5명뿐이었다. 이후에도 쇼펜하우어는 절치부심…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 |2014. 09.24

로마 천 년을 지탱해준 철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프랑스어로 노블레스(nobless)는 고귀한 신분, 귀족이라는 뜻이며 오블리주(oblige)는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두 단어가 합쳐져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솔선수범’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초기 로마 시대 왕과 원로원 귀족들은 지도층으로서 도덕적 의무와 책임감…

전라도 사람들이 어쨌단 말인가? |2014. 09.17

지난 8월 30일 월간지 전라도닷컴 누리집(www.jeonlado.com)이 소위 ‘일베’ 회원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에 의해 사이버 테러를 당했다. 수천 건의 기사와 사진·동영상·게시판이 삭제되고 기사 곳곳이 ‘홍어’ 등 전라도를 비하하는 낙서로 도배됐다. 이처럼 일베같은 극우세력 혹은 지역분열주의자들의 전라도 공격이 점점 대담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

세월호특별법의 돌파구를 제안한다 |2014. 09.03

지금도 생생하다. 4월 16일. 3백 명이 넘는 남녀 고등학생들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배가 뒤집혀졌다. 그 안의 지옥을 상상하며 몸서리치기를 하루 종일, 몇 날 며칠. 그 아이들 생각에 눈시울 붉어지기를 몇 번이었던가. 같은 나이의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자꾸 내 아이가 그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더 더욱 힘든 나날을 보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도 …

광주 ‘도시·건축 정책위원회’가 필요하다 |2014. 08.27

요즘 건축설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설계를 하면서 부터다. 세종시은 모든 것이 전문가들에 의해 계획된 도시다. 세계의 행정도시와 행복도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선별하여 설계됐다. 인간의 삶이나 행동이 전문가들의 초기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의 성공여부는 계획의 올바른 실천과 지속성 확보, 사후 평가와 수정·보완 노력 …

고려인동포는 우리의 귀중한 인적 자산이다 |2014. 08.20

최근 국방부는 병역 자원 부족으로 징병 대상자 대부분이 현역으로 입대함에 따라 현역 복무에 부적합한 대상자도 대거 야전부대에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징병 대상자 현역 판정 비율은 1986년 51%에서 1993년 72%, 2003년 86%, 지난해 91%로 꾸준히 상승했다. 병역자원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2022년이 되면 현역 판정 비율이 98%에 달할 …

군대도 학교라고 믿을 수 있기를 |2014. 08.13

아직 코흘리개 아이만 같은 아들놈이 9월이면 입대를 하겠단다. 입대하던 날 말을 잇지 못하시던 어머니의 얼굴, 먼 길을 달려와 내미셨던 작은 아버지의 거친 손바닥 감촉이 어제처럼 생생하기만 한데 아들놈이 군에 갈 나이가 되었다니 만감이 교차하는 걸 어쩔 수 없다. 산이라도 데리고 다니며 체력이나 보강하렸지만 등산 몇 번 한다고 체력이 늘리도 만무고 이런…

조선왕조실록과 기록문화 |2014. 08.06

조선 기록문화의 우수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 중의 백미는 조선왕조실록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부터 제25대 철종 때까지(1392년∼1863년) 무려 472년간에 걸친 장구한 기록이다. 그 내용과 보존 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 보존 과정을 보면 선조들의 노력과 지…

소록도와 벽돌공장 |2014. 07.30

고흥 소록도(小鹿島). 위에서 보면 작은 아기사슴을 닮았다 하여 작을 소, 사슴록 자를 넣어서 소록도라 불리운다. 고흥은 필자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소록도가 섬이어서 그저 녹동항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직접 가보지 못한 채 한센병 환자들이 치료받는 곳이라는 말만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록대교도 놓여있고, 근처 금산 거금도 섬까지 거금대교까지 개통되어 멋…

뜨거운 감자, 감자칩 |2014. 07.23

‘뜨거운 감자(hot potato)’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태를 비유하는 영어권 관용구로, 우리도 흔히 사용하는 익숙한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엔 바삭바삭한 감자칩, 노릇노릇한 프렌치프라이가 이 시대 유럽의 대표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의 과학자들과 식품안전국 관계자들은 누구나 즐겨먹는 이런 감자 요리들을 먹지 말라고 말릴…

‘학생부종합전형’ 소고(小考) |2014. 07.16

지난 6월 기숙형 공립고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문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인사성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점심시간 70분 중 20분 동안 학생 동아리가 중심이 되어 중앙현관에서 모여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개똥벌레’ 등을 부르며 입시위주의 삭막함을 벗어나 전교생이 흥겹게 손뼉을 치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군수가 되신 K형에게 |2014. 07.09

K형! 지난 6·4 지방선거를 통하여 그동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군수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리며 인간승리에 경의를 보냅니다. 이제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루셨으니 평소의 소신과 능력을 마음껏 펼쳐 성공한 자치단체장으로 우뚝 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보냅니다. 사실 저는 오랫동안 공직에 있었을 뿐 별로 내놓을 이력이 없어 이런 글을 쓰는 것 자…

잉여(剩餘)에 대한 단상(斷想) |2014. 07.02

카프카의 소설 ‘가장의 근심’에 등장하는 ‘오드라덱’의 정체가 궁금했다. 언뜻 보기에 별 모양을 한 납작한 실패처럼 생긴 그것은 몇 달 동안 안보이다가도 홀연 나타난다. 말을 걸어도 좀처럼 대답하지 않지만 이름을 물으면 “오드라덱이에요.”라고 대답하고, “어디에 사니?”라고 물으면 “아무 데나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전부다.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지…

후안무치한 일본의 ‘고노담화’ 검증 보고 |2014. 06.25

일본 아베 신조(安倍 晋三) 내각이 지난 20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가 사전에 문안을 조정했다’는 검증 결과 보고를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제출한 A4용지 21쪽 분량의 검증보고서에서 “(위안부)강제연행은 확인할 수 없다는 인식에 입각해 당시까…

사람의 생명가치 최우선 하는 안전한 사회를 |2014. 06.18

안타까운 세월호 사고로 너무 아프고 미안하여 참으로 견디기 힘든 4월과 5월을 보내는 중에 군복무를 위해 휴학 중인 아들이 국민의 안녕한 나라를 위해 국가 부름을 받고 “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최전방으로 떠났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가에 이대로 소중한 아들을 맡겨야 하는 건지 무척 걱정되었다. 불안해하는 부모마음을 읽었는지 “걱정하지 마세요. 형도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