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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펜 칼럼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세월’ |2018. 05.29

화순 춘양에 들어와 산 지 벌써 4년이나 됐다. 이 마을에는 89세의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다. 그 분은 젊은 시절 강원도 산골까지 다니시면서 벌꿀을 쳤다. 돈도 많이 벌었고 자식 농사도 잘 지으셨다. 이곳에 처음 들어 왔을 때 동네 분들을 잘 모시겠다는 다짐으로 ‘참나무 집 아무개’라고 인쇄된 수건을 한 장씩 돌렸는데 그 영감님은 그 후 나만 보면 “어이,…

지방선거와 단임의 역설 |2018. 05.23

6·13지방선거가 이제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선거 분위기가 예전처럼 뜨겁지 않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높은 국정 지지도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민적 관심이 온통 남북문제에 쏠린 가운데 특히 호남의 경우 광역단체장 선거는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처럼 경선이 끝남과 동시에 관심이 식은 분위기며,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지역별로 …

탐욕이라는 병 |2018. 05.16

지난겨울 아내가 독감으로 입원하였다. 그 바람에 네 명의 환자가 있는 좁은 병실을 1주일간 매일 찾는 것이 나의 일과가 되었다. 입원 사흘째 되던 날에 초등학교 2학년 손자 녀석이 병원을 찾아왔다. 손자가 오자마자 할머니에게 봉투를 내미는 것이었다. “할머니 빨리 나으세요.”라고 연필로 쓴 봉투에는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열 장이 담겨 있었다. 손자가 용돈으…

히포크라테스의 파업 |2018. 05.09

의과대학 졸업식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을 했다. 그 엄숙한 분위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선서를 요약하면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인술’ ‘봉사’ 그리고 나의 명예를 건 ‘자유의지’에 의한 서약이다. ‘문재인 케어’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의료 정책에 또다시 의사들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와 의사 단체 대표들이 협상하고 있지만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는 않는…

상생(相生)의 지혜 |2018. 05.02

옛날에 가난한 바보가 욕심쟁이 부자와 이웃해 살고 있었다. 바보는 매일 돌멩이를 주워 마당에 쌓아 놓았는데, 부자가 지나다 보니 맨 꼭대기에 금덩이가 놓여 있었다. 부자가 꾀를 내어 자기 집의 노적가리와 돌무더기를 통으로 바꾸기로 약속하고선, 아까운 마음에 맨 꼭대기 한 단을 내려놓고 넘겨주었다. 돌 더미를 받고 보니 금덩이가 보이지 않아 바보에게 물으니,…

“바보야, 문제는 세습이야” |2018. 04.25

한 고객이 항공사에 항의 메일을 계속 보내와서 담당 직원이 업무를 못할 지경이었다. 그 고객은 좌석 배정 등 사소한 불만을 담은 항의 메일을 수십 차례 보내왔다. 직원이 견디다 못해 이를 사장에게 보고하자 사장은 즉시 그 고객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다. “당신이 그리울 겁니다. 안녕.” 고객이 갑질하면 직원 편을 들기로 유명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켈…

'소피아’ |2018. 04.18

오드리 헵번을 닮은 미모에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연사로 활동하고 다양한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 유명한 ‘소피아’가 네팔에 왔다. 카트만두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유엔개발계획)에 참석하여 공공 서비스 향상을 위한 과학 기술의 역할을 강조하는 기조연설을 하고 청중과 소통하는 시간…

공평한 사회로의 관문 미투(Me-Too!) |2018. 04.04

사회 각층에서 미투(Me-Too)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저명한 영화 제작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한 여성이 자신의 끔찍했던 과거를 폭로하고 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자신도 당했다는 뜻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은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나도 그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여성 검사의 폭로로 시작되어 각계각층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폭로되…

건축(建築)은 누구 겁니까? |2018. 03.28

3년 전 4월, 필자가 참여하는 ‘동신포럼’에 모 지역 교육감께서 강사로 나오셨다. 강연내용 중 인상 깊은 부분은 질문이 없는 우리 교육 현실과 그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 부분이었다. 당시 보여 주었던 동영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0년 G20 서울정상회담 폐막식에서 미국 오바마 전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개최국에 대한…

최고의 리더십은? |2018. 03.21

한 포털 사이트에 의하면 직장인들은 상사에게 “일이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라는 거짓말을,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자네만 믿네”라는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단다. 부하가 질책이 두려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공감하는 바지만, 상사의 거짓말은 다소 의외로 들린다. 부모나 선배 등 개인적 관계에서야 질책보다 격려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일…

복지의 새로운 대안, 사회적 농장 |2018. 03.14

농사는 4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4000년 동안 인류는 먹을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배설하면서 번성해 왔고, 자연의 방식으로 재순환을 하며 생존해 왔다. 이 농업이 현대사회에 급증하고 있는 정신적 질환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채소, 과일, 꽃 등 작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기르면서 인간은 자연과 소통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신적인…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두 모습 |2018. 03.07

우리는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지난해 말 울산시 태화동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이야기다. 12월 관리비 인상에 대한 입주민들(232가구)의 의견을 묻는 안내문이 게시되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급여가 올라서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두 안을 제시했다. 1안은 가구당 9000원을 더 부담해 경…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2018. 02.28

2월의 마지막 날, 대학가도 졸업식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그런지 분주하게 움직인다. 통계청 자료를 검색해보니 실업자 3명 중 1명은 4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한 고학력자로 나타난다. 대졸 실업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섰고 실업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초로 30%대에 올라섰다. 즉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하여 |2018. 02.21

샌드라 스타인그래버는 자신의 암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과 암의 관계를 탐구하고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들의 반란’이라는 책을 썼다. 저자는 인간은 먹고 마시고 숨 쉬지 않으면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 또한 먹고 마시고 숨 쉬지 않으면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이기…

평창 올림픽을 보면서 |2018. 02.14

엊그제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칠천만의 아리랑’이란 노래를 들었다. 왕년의 인기 가수였던 김부자가 부르는 이 노래를 들으며 눈시울이 젖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 특히 노랫말이 인상적이었다. ‘가고파도 갈 수 없는 고향이여/ 보고파도 볼 수 없는 내 형제여/ 한 핏줄을 갈라놓고 50년이 웬 말이냐/ 저 하늘도 기가 막혀 통곡하고 있구나/ 이제 그만 남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