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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펜 칼럼
요맘땐 이 맛 |2020. 02.12

20여 년 만에 고향에 내려오니 가고 싶은 곳, 먹고 싶던 것들이 노트 한 장에 써도 모자랄 지경이다. 추억도 입맛도 계절을 따라가는지 눈 덮인 서석대에 올라 심호흡을 하고 내리막길에 들르곤 하던 보릿국 집이 며칠 내내 어른거렸다. 마침 아래층 식당에서 홍어애 보릿국을 끊인다는 얘기에, 얼른 일어서서 같이 갈 사람을 찾는데 반응이 영 신통찮다. “그래 점심…

뉴 시니어의 등장과 일자리 정책의 변화 |2020. 02.05

우리 사회 인구 구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만 65세가 되는 2020년 올해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무려 700만여 명이 노인층에 편입된다. 이른바 뉴 시니어(new senior) 세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뉴 시니어는 한국 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속히 증가한 시점(1955년)부터 산아 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둔화하기 시작한 시점(…

깊은 슬픔 |2020. 01.29

아픈 사람에게 더 이상 해볼 방법이 없는 것, 늙은 사람에게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고통스럽고 슬픈 일이다. 이런 일에 어떻게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빛”(안톤 슈낙-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5년 전 마을에 들어와 영감님을 처음 뵀다. 인사차 동네분들께 이름이 적힌 수건을 한…

4·15 총선, 누가 주인인가? |2020. 01.22

장관과 부총리, 국회의원을 두루 거친 한 정치인에게 기자가 어떤 자리가 가장 좋더냐고 물었다. 그는 서슴지 않고 ‘국회의원’을 꼽았다. 이유는 각종 특권과 함께 누릴 것은 다 누리는데 책임질 일이 없고 4년간 신분 보장이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4·15 총선이 불붙고 있다. 지난달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자 출마 예상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면서…

인지상정과 정도껏 |2020. 01.15

인간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한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들고, 가난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곤경에 처한 가족을 보면 내 가족도 저러면 어떨까 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인지상정이다. 인지상정은 법과 도덕에 앞선 인간 본연의 심성이다. 정도는 일정 수준을 뜻한다. 정도껏이라는 말은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뜻…

‘뉴 DJ’를 갈망하며 |2020. 01.08

1967년 국회의원 선거 때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목포에 출마한 김대중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직접 목포에 두 번이나 내려왔고 목포 현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인 김병삼 씨를 당선시키면 목포에 소위 ‘돈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목포시민들은 돈 대신 사람 즉 DJ를 선택했다. DJ와 호남의 운명적 결합은 이렇게 시…

크리스마스 선물 이몽(異夢) |2019. 12.25

12월이 다가오면 필자의 옛 기억 속에는 성탄 전야나 새벽에 눈길을 걸어 찾아오던 성가대원들이 떠오른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캐럴을 부르면 모두들 귀 기울여 듣다가 부모님이 그들을 맞아들여 팥죽을 대접하셨다. 그때에는 눈이 많이 와서 보통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불렀다. 우표와 크리스마스실(seal)을 붙인 성탄 카드가 사라진 것은 이메일의 출현 …

라떼 이즈 홀스 |2019. 12.18

올해 유행한 표현 중에 ‘라떼 이즈 홀스’(Latte is horse)가 있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할 때 사용하는 상투적 구문인 ‘나 때는 말이야’를 영어로 재치있게 표현한 말이다. 기성세대든 신세대든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를 고집하면 결국 ‘꼰대’이거나 ‘젊꼰’(젊은 꼰대)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에 비해 성공보다는…

‘좋아요 뽕’ |2019. 12.11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뽕은 ‘좋아요 뽕’이라고 한다. 이것에 한번 중독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좋아요 뽕’은 온 오프라인의 경계도 없다.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에 물들게 되면 이성이 마비되고 계속 뽕만 찾게 된다. 추종자에 둘러싸여 한마디 한마디에 ‘좋아요’를 연호하니 그 얼마나 강력한 중독이겠는가. ‘좋아요’는 권…

시민 배우가 만드는 ‘시민 영화제’를 상상한다 |2019. 12.04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3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차별적 상황과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 담론을 주도하며 우리 삶의 모습도 바꿔가고 있다. 필자 역시 이 영화를 보고서 가정의 행복을 지키고, 딸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을 생각하며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치, 국민 수준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2019. 11.27

대한민국의 국제 경쟁력은 참으로 놀랍게 발전해 왔다. 경제적이나 문화적인 발전을 물론 시민들의 정치 의식 또한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국회의원들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이 체계적으로 정치 문화를 습득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정치는 자신의 삶을 통해 축적된 정치적 신념…

거리 정치가 남긴 메시지 |2019. 11.20

21세기 세계 각국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이념을 초월하여 무한 경쟁을 펼치며 미래 먹거리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중에 4대 강국들도 우리나라를 옥죄고 있다. 일본 정부는 침략에 대한 진실한 사과 없이 1965년 한일협정만을 내세워 한일 무역 갈등을 유발하고 있고, 미국의 주한 미군 주둔 부담금 인상 요구와 중국·러시아의 영해 침범 도발 등으로 그야말…

광주 도시역사관을 전일빌딩에 |2019. 11.13

역사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해석의 차이와 지혜를 얻는 수준의 높낮이는 다를 수 있지만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 기록이고 기억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이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점은 변함없다. 변하지 않는 과거 역사적 사실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줄 것인지는 각자 자신의 함량에 달려있다. 개인이든, 지역이든, 국가든 다 그렇다. 역사학자 E.H …

진료실 폭력 그리고 진료 거부권 |2019. 11.06

이번에는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 심한 골절상의 환자는 수술과 재활의 치료 과정과 별개로 보험금 취득 목적으로 요구한 허위 장애진단서 발급이 거부되자 수차례의 협박과 민사 소송을 진행하였고 결국 대법원 판결로 패소가 확정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진료실에서 신문지로 감싸 몰래 가지고 온 칼로 담당 의사에게 상해를 가했다. 엄지손가락이 절단되고 손의 다른 부위까…

동네 바보의 고백 |2019. 10.30

지난 20여 년간 주말은 테니스 치는 재미로 살았다. 등산이며 자전거 같은 운동도 좋지만 1~2년 하고 나면 테니스가 지닌 매력만큼 끌리지 않았다. 뉴스를 보고 신문을 뒤적여도 테니스 관련 기사가 있으면 즐겁고 행복했다. 낯선 도시나 아파트에 가도 초록색 천막만 보면 그 안에 테니스장이 있으려니 하는 생각에 반가웠다. 황토바닥 잘 다져 새하얀 라인을 그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