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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칼럼
[이장우 광주지검 검사]선입견과 경청 |2017. 05.01

검사로서의 수사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면 웬만한 형사사건은 조금만 기록을 넘겨보면 사실관계가 곧 파악되고 금방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한다. 작년 여름 광주지검에 부임 후 얼마 되지 않아 경찰 ‘혐의없음’ 의견 송치 사건 하나를 배당받았다. 사기 고소 사건인데,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6년 전 1000만원을 빌려 가서 갚지 않고 있으니 처벌해…

[이대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소통]블랙리스트, 그 오만과 편견의 종착지는? |2017. 04.24

요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세간의 화제다. 예전에도 블랙리스트는 그 존재가 드러난 적이 있었다. 봉제공장 미싱사 블랙리스트, 편의점 알바생 블랙리스트, 중국집 배달원 블랙리스트, 학원강사 블랙리스트, 블랙컨슈머 리스트 등등. 여기에 열거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또는 회사 업무와 관련된 블랙리스트도 있을 것이다. 블랙리스트가 시대와 사회, 개인과 집단 등의…

[박성남 광주지법 판사]아빠들의 육아휴직 |2017. 04.17

자신을 닮은 2세의 탄생은 부모에게 큰 기쁨이다. 하지만 육아는 그러한 기쁨의 연장이면서도 “밭 맬래? 애 볼래? 하면 밭을 매러 간다”는 옛말도 있듯이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일이기도 하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는 요즘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쌍둥이를 둔 아빠이면서 부끄럽게도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를 분담하…

[곽중욱 광주지검 검사]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2017. 04.10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검사는 매일 자기 사건을 배당받는데, 그날은 사기·절도 등 비교적 낯익은 사건들 속에서 다소 생소한 죄명이 눈에 띄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사건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했다. 익명의 시민이 ‘노부모와 미혼의 남매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갑자기 신생아가 보여 아동매매로 의심된다’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

[김하중 변호사]부자들이 존경받는 나라 |2017. 04.03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독일에 파견되어 통일과정을 공부하고 온 적이 있다. 가족들과 함께 갔으므로 부득이 중고 자동차를 구입하여 타고 다녔다. 중고차였지만 독일에서 생산된 차라서 성능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주말이면 가족들을 태우고 아우토반(Autobahn)을 달려 이웃나라를 다녀오기도 하였다. 잘 알려진 대로 독일의 아우토반은 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이다…

[류봉근 광주지법 목포지원 판사] 약속, 계약, 법률 |2017. 03.27

며칠 전 아들이 고열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아들을 밤에 겨우 재우고, 아내와 나는 번갈아 밤을 새우며 아들의 체온을 확인하며 물수건으로 아들의 몸을 닦아 열을 내리도록 하자고 약속했다. 아내는 약속을 잘 지켰고 교대할 시간이 되어 나를 깨웠는데, 나는 잠에서 깨지 못한 채 계속 잠을 잤다. 결국, 아내가 밤을 새워 내가 할 몫까지 다 하고 말았다. 아…

[구진미 광주지검 검사] 내가 보이스피싱 인출책이라고요? |2017. 03.20

“검사님, 제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죠. 저도 피해자인 것 같은데 피해자라고 말도 못하고….” 전화 금융 사기, 일명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피해금을 인출한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가 오히려 자신도 피해자라며 나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피해자가 말하는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구인광고를 올린 업체에 연락했더니 자신들은 홍콩에 있는 명품 판매업…

[정철진 변호사·P&J partners 법률사무소] 피고인의 자존심 |2017. 03.06

60대의 피고인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보증금 200만원에 5만원의 월세를 내고 살았다. 직업은 고물수집이었다. 고물수집으로 벌어들이는 30만원과 기초생활수급비가 한 달 수입의 전부였다. 한때 피고인과 그의 아내는 탄광촌에서 열심히 일해 저축상까지 받은 적도 있었지만, 큰아들이 뺑소니를 당해 7년간의 소송비용과 수술비로 다 들어갔다. 피고인은 당뇨와 고지혈…

[김용규 광주지법 판사·기획법관] 두 아들이 준 교훈 |2017. 02.27

나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한 녀석은 6살, 한 녀석은 5살인데, 이 개구쟁이 형제는 그야말로 활력으로 똘똘 뭉친 우리 집의 귀염둥이다. 이 형제는 대체로 사이가 좋은 편이기는 하나, 여느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종종 여러 이유로 다투기도 하고, 어느 순간 한 녀석이 울고 있거나 토라져 있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부모의 시선이 머무는 …

[선현숙 광주지검 검사]강압수사에 대한 고찰 |2017. 02.20

최근 주요사건 수사과정에서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을 보고 초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6년 전, 필자가 초임 검사로 공판에 관여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검사 임관 후 처음으로 무고사범을 인지해서 벌금으로 기소했던 사건에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마침 필자가 직접 재판을 담당하게 되었다. 판사가 피고인에게 모두 자백한 사건에 정식재판을…

[김수지 변호사·장정희법률사무소]‘수탄장’을 걸으며 |2017. 02.13

양 옆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갈라서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어도 만질 수 없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소록도병원에서는 전염을 우려하는 한센병 환자의 자녀들을 직원지대에 있는 보육소에 격리하여 생활하게 했고, 병사지대의 부모와는 소록도 내 경계선에서 한 달에 단 한 번 면회가 허용됐다고 합니다. 이 길은 소록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자 가…

[안경록 광주지법 해남지원 판사]판사의 아내와 기자의 남편이 대화하는 법 |2017. 02.06

아내는 12년째 서울에 있는 한 종합일간지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늘 의심하고 질문하는 직업 탓인지 아내는 종종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사건이나 현상에서도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남편이자 판사이기도 한 내가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이다. 물론 우리도 여느 부부처럼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차이, 가사와 육아의 분담 정도 등을 이유…

[원형문 광주지검 검사]부검과 DNA감정 |2017. 01.23

16년 전인 2001년 2월 4일 나주 드들강에서 17세 여고생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부검을 통해 피의자의 체액(DNA)이 발견되었으나, 피의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었다. 2012년 8월에 DNA 일치로 피의자가 특정돼 수사가 개시되었다. DNA(Deoxyribonucleic acid)는 세포핵 안에 있는 유전물질로 4개 염기(Adenine, Thy…

[박승일 변호사·광주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2017. 01.16

지난해 말부터 우리 국민들은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 헌법수호자인 대통령은 헌정질서상 두 번째로 국회에서 헌법 위반과 중대한 법률 위반을 사유로 탄핵 의결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절차가 진행중이다. 여전히 주말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있고,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에서는 현재 상황을…

[염우영 광주지법 부장판사·숲해설가]성공에서 행복으로 |2017. 01.09

조금 짜증이 나시겠지만 이왕 이 글을 읽으시는 김에 다음 주관식 문제를 좀 풀어 주시겠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신가요”, “당신은 누구랑 있을 때 가장 행복하신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쉽게 대답을 하셨나요. 그럼 다행이구요. 하지만 이 질문을 받은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질문을 받아 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