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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예회관 혁신’이 통하려면
2020년 02월 05일(수) 00:00
지난 2003년 여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접한 ‘문화적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공연 시작 전 극장 입구에 자리한 스낵코너는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즐기려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라이언 킹’의 1부 공연이 끝난 인터미션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장 차림으로 쫙 빼입은 일부 관객들은 삼삼오오 와인잔을 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뮤지컬 공연에 대한 감상평에서 부터 사소한 안부를 주고 받는 풍경은 또 하나의 ‘예술’이었다. 문화를 즐기는 이들의 행복한 일상은 이방인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으로 남았다.

지난해 12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수제 맥주가 깜짝 등장했다. 송년 기획공연인 ‘인디학 개론’에서 객석의 맥주 반입을 허용한 것이다. 1978년 개관 이후 40여 년만의 처음있는 일로, 국내 공공극장으로는 최초의 시도였다.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진 건 물론이다. 고무된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7월 무용기획공연 ‘컨템포러리S’에서 맥주를, 8월과 11월 ‘해리 포터 필름 콘서트’ 시리즈에서는 팝콘과 콜라를 판매할 예정이다. 또한 공연장의 기피 대상이던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끌어 안기위해 부모들과 함께 즐기는 ‘다섯, 하나’를 오는 4월 무대에 올린다.

지난달 서울 예술의전당이 ‘1101 어린이라운지’를 오픈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 살 부터 즐긴 예술이 101살까지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7세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놀이를 통해 예술을 느끼도록 한 체험 공간이다. 36개월 미만도 입장이 가능하고 예술체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게 기존 돌봄시설과의 차별점이다. 이에 앞서 국립국악원은 2016년 부터 ‘12개월 이상 영유아’들을 겨냥한 ‘토요국악동화’로 화제를 모았다. 미래관객개발을 목표로 동화에 국악을 접목시킨 다양한 레퍼토리는 매회 전석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극장들이 공연장을 ‘개방’한 이유는 관객들의 노령화 추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순수예술만 고집하는 지나친 엄숙주의로는 젊은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들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외국의 극장이 공연이 없을 땐 파티장이 되는 등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국내 공연장들의 변신을 이끈 계기가 됐다.

최근 광주시 공연예술의 대표 공간인 광주문예회관이 ‘변화와 혁신’을 키워드로 ‘2020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개관 30주년에 맞춰 ‘찾아오는 문예회관, 다가가는 시립예술단’을 위해 문예회관의 리모델링과 브랜드 공연 제작에 올인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혁신안이 있다 한들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그동안 광주문예회관의 개혁안이 수차례 제시됐지만 매번 흐지부지됐던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광주문예회관의 전문성과 시립예술단의 체질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자칫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

21세기 공공극장은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시민들의 일상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문화발전소로 진화중이다. 광주문예회관의 ‘혁신’이 통하려면 품격있는 콘텐츠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은 필수다. 문턱을 낮춘 공연장, 광주문예회관이 가야 할 미래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