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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행정의 가벼움
2019년 10월 30일(수) 04:50
지난달 중순 도시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10여 명이 광주를 찾았다. ‘광주, 리브랜딩’을 주제로 광주디자인센터가 주최한 ‘2019 국제도시디자인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행사 전날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폴리로 이어지는 디자인투어를 실시했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빈스 콘웨이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광주의 획일화된 아파트 풍경에 놀랐다”면서 “(폴리 등) 사회적 가치를 담은 콘텐츠와 공공디자인을 통해 도시브랜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가을 밤, ‘뷰폴리’(View folly·광주영상복합문화관 옥상)를 찾은 전국의 여행마니아들은 광주의 아름다운 야경에 탄성을 터뜨렸다.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지붕에 설치된 70여 개의 채광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불빛에 반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관광공사가 가을여행주간을 맞아 3차폴리인 뷰폴리와 영화를 엮어 기획한 것으로 참가자들은 뷰폴리에 설치된 대형모니터로 영화 ‘어바웃 타임’을 즐기는 특별한 체험을 했다.

현재 광주 전역에 들어서있는 30개의 폴리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특별프로젝트 일환으로 탄생됐다. 회색빛 빌딩숲 사이에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조형물을 설치해 도시 경관을 바꾸고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취지에서다. 4차에 걸쳐 작품 설치비, 인건비, 유지·보수비 등으로 총 85억원이 들어갔다.

광주세무서 앞의 ‘열린 장벽’과 동구 장동 로타리의 ‘소통의 오두막’, 뷰폴리는 독특한 건축미로 삭막한 도심의 오아시스로 자리잡았다. 지난 8월 UN해비타트 주관 ‘2019 아시아도시경관상’, 2017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을 수상하는 등 광주를 상징하는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폴리가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아니다. 광주 충장파출소 앞의 ‘99칸’과 대인시장 주변의 ‘광주사람들’은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아 미관을 해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폴리가 때아닌 지역 문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이용섭 시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광주 폴리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올해 안에 사업 지속성 여부를 포함한 폴리 정책 전반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쏟아부은 예산에 비해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이 시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5차 폴리와 관련된 일정이 전면 중지됐고 운영을 위탁받은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이번 주 초 예정된 5차 폴리 관련 뉴욕 리서치일정을 부랴부랴 취소했다.

물론 4차까지 숨가쁘게 진행된 폴리 사업에 대한 점검 과정은 필요하다. 문제는 지난 8년동안 지속된 광주의 대표 문화콘텐츠가 시장의 발언 한마디에 사실상 올스톱되는 ‘행정의 가벼움’이다. 장소성 부족으로 민폐가 된 폴리는 재정비하고 관리가 부실한 ‘작품’은 더 신경을 쓰는 등 얼마든지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키워온 디자인비엔날레의 레가시가 하루아침에 존폐기로에 서는 현실이 씁쓸하다. 그것도 ‘가성비’를 이유로 문화브랜드의 유무형가치를 간과하는 것 같아서.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