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살린다면서…1년 내내 희망고문만
[무안국제공항 폐쇄 1년]
융자 지원·대출 이자보전 치우쳐
신용도 낮아 업체 대출도 못 받고
보험 들어줘도 고객 없어 무의미
관광진흥기금 늘려도 쓸 업체 없어
업계 손실보전금 지원 절실한데
기재부는 현금성 지원 이유 반대
2025년 12월 02일(화) 21:30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지역 여행업계가 경영난에 봉착했다. 광주시 서구 매월동의 한 주차장에 관광전세버스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손님이 없는데 대출받을 회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신용도가 낮은 업체들은 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데 무슨 기금을 활용합니까.”

“융자 우선 선정이나 운영자금 한도 증액, 경영자금 대출 연장 등도 신용도가 좋은 업체만 혜택을 받습니다. 그나마 코로나 때 대출 안 받은 업체들은 받을 수도 없는 겁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여행사 책임보험을 들어줬는데, 무안공항이 폐쇄된 상황에서 그 보험을 가입해봤자 수요가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무안국제공항이 폐쇄되면서 지역 여행업계가 경영난에 봉착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2개월 만에 관련 정책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환영받지 못했다. 여행업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성 지원책’이라는 아우성이 가득했다.

특히 무안국제공항 폐쇄로 손님이 없어 자금을 빌려야할 필요성이 없는데도, 정책 대부분은 융자지원, 대출이자 보전 등에 치우쳐있는 데다 대형업체에게나 필요한 보험료 지원 등 영세한 여행업체를 지원하려는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일 지역 관광업계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정부와 광주시, 전남도 등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융자 지원책’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남도가 각각 운용하는 관광진흥기금을 통해 융자를 받을 경우 거치 기간과 상황 기간을 미뤄주는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여행업체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장 전남도 관광진흥기금의 경우 참사 이후 단 11개 업체(14억원)만이 융자를 신청했다. 전남도에 등록된 여행업체가 639곳인 것을 감안하면, 1.4%에 불과하다.

여행업계는 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해 자금 대출의 필요성이 없고 신용도가 좋지 않을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남도의 관광진흥기금 융자를 신청한 업체 11곳 중에서도 대출이 승인된 곳은 4곳 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도 비슷한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여행업체 대표 A씨는 “손님이 없는데 대출받을 회사가 어디 있느냐”며 “특히 신용도가 낮은 업체들은 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데 기금을 활용할리 만무”라고 꼬집었다.

특히 올해 전남도의 관광진흥기금은 전체 예산 160억 가운데 시설자금이 130억원으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불황 속 시설에 투자하기 쉽지 않은 게 업계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전남도가 추경을 통해 전체예산을 늘렸지만 운용 자금에 집중하는 섬세함은 보이지 못했다는 업계 지적이 나왔다.

대출금리 일부를 보전해주는 ‘이차보전 지원’에 대한 반응도 저조했다. 전남도는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차보전 혜택을 주는 경영안정자금을 기존 5000억원에서 6500억원으로 늘렸지만, 신청서를 낸 여행업체는 단 2곳이었다. 기업들이 관심이 적었던 건 관광기금과 마찬가지로 ‘대출받아 쓸 곳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보험료를 최대 90%까지 지원해주는 ‘배상책임보험료’ 지원책도 가입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연간 보험료 150만원 중 업체가 15만원 가량만 부담하면 되지만 업체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지출로 인식되고 있다.

박혜련 탑클래스 여행사 대표는 “전세기 띄우는 업체에나 필요한 보험”이라며 “손님도 없는데 보험을 누가 들겠냐. 그 돈으로 차라리 사무실 임대료를 내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관련 예산조차 없어 지원하지 못했던 전남도 홍보마케팅비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전남도는 지역 여행업체 639곳에 각 300만원의 홍보마케팅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현금성 지원이 아닌, 홍보용 물품을 구입하고 증빙해야만 지원된다는 점에서 한 푼이라도 아쉬운 업체들 입장에서는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나왔다.

무안공항을 기반으로 관광업에 매달려온 기업들은 공항 폐쇄에 따른 ‘손실보전금’ 지급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와 전남지역 여행업체의 피해액은 450억원 가량. 전남도는 업계의 입장을 반영, 기획재정부에 손실보전금 국비 반영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현금성 지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지역 여행업계는 지난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정부가 선보인 현금성 지원책인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을 들어 손실보전금을 지급하라는 논리를 펴고있다. 비관적인 입장을 보이는 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여행업체가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건 이달 중 발표될 ‘제주항공 참사 피해지역 용역’ 결과다. 용역 결과를 통해 지역 경제회복을 위한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산출되고, 지원금도 언급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홍일성 전남관광협회장은 “용역에 직접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의 불찰 속에 유족은 유족대로, 여행업체는 업체대로 힘겨운 시기가 길어지고 있어 무안공항 재개항을 서두르는 데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무안=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4678600792779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12월 02일 22: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