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5 지진 발생, 전원 대피”…전쟁터 같았던 훈련
여수서 열린 2025 국가단위 긴급구조종합훈련 지켜보니
65개 기관 1500여명 참여…단계별 대응 절차 협업 체계 점검
붕괴 건물 진입 로봇 카메라·드론 구호 장비 등 200여대 활용
구조·화재진압·대피 유도·헬기 이송 등 긴급 구조 역량 강화
2025년 11월 12일(수) 19:48
소방대원들이 12일 여수시 수정동 엑스포공원 일원에서 2025 국가단위 긴급구조 종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전남소방 제공>
“오동도 인근 해상에서 규모 7.5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전원 대피하십시오.”

12일 오후 여수시 수정동 소노캄 호텔 인근, 노란빛을 띈 매캐한 연기가 퍼지자 소방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호텔 옥상에 내려앉았다. 객실 투숙객들이 헬기에 탑승하는 동시에 인근 도로에서는 소방용 순찰 로봇이, 붕괴된 건물 내에는 구조견이 투입돼 부상자를 찾아나섰다. 뒤이어 건물 붕괴, 화재 발생 등 긴박한 상황 지시가 잇따라 쏟아지는 가운데 소방관들은 일사불란하게 현장 곳곳을 뛰어들어가 인명 구조 활동을 벌였다.

이날 도심 및 건물 정찰에 투입된 소방 로봇.
이날 여수 소노캄 호텔 일대에서 진행된 ‘2025년 국가단위 긴급구조종합훈련’ 현장은 전쟁터와 같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소방청이 주관하고 전남소방본부가 주최한 이번 훈련에는 행정안전부, 산림청, 국방부를 비롯해 전국 10개 시·도 소방본부 등 65개 기관에서 1500여명이 참여했다. 헬기와 대용량방사시스템 등 각종 장비 200여대도 투입돼 대규모 복합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이번 훈련은 규모 7.5 지진이 발생해 호텔뿐 아니라 인근에서 복합적인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지진 규모 7.5는 도시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강진이다. 소방당국은 특히 올해만 하더라도 여수 거문도 서쪽·서남서쪽 해역에서 5차례, 신안 흑산도 북쪽·북서쪽 해역에서 5차례 등 전남 지역에서만 10차례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이번 훈련을 기획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한 모습은 화면 속 CG와 모형으로 대체됐지만, 현장 공기는 훈련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거웠다.

오후 2시 기상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상황이 떨어지자, 여수 오동도 해상 인근에서 규모 7.5 강진이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재난문자로 동시에 퍼져나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소노캄 호텔 앞 주차장에는 통제단 텐트가 설치되고, 군 병력은 화재 통제구역에서 인원·차량 출입을 차단하며 경계를 섰다. 상황판에는 ‘건물 균열·붕괴, 케이블카 비상정지, 거북선대교 손상, 엑스포역 화학사고’ 등 피해 현황이 발빠르게 올라갔고, 각 기관 담당자는 상황 지시대로 투입 인력과 장비, 구조 우선순위를 실시간으로 조정했다.

“호텔 건물 좌측에 붕괴와 화재가 발생했다”는 상황 보고가 올라오자, 소방관들은 투숙객 역할자를 상대로 대피 유도, 인명 구조, 화재 초기진화를 이어갔다.

고난도 구조 작업도 이뤄졌다. 오후 3시께 “옥상에 중상자가 고립됐다”는 상황이 주어지자, 소방관들은 헬기를 타고 호텔 옥상으로 가 중상자를 들것에 태우고 헬기로 천천히 올려보냈다.

낙석으로 인해 파손돼 천장이 움푹 패인 차량에서는, 우선 물을 뿌려 화재를 제압하고 파손된 자동차 프레임 사이로 부상자를 꺼내는 훈련이 이어졌다.

인근 해상에서는 폭·길이 2m 크기의 드론이 날아가 수면 위 조난자가 있는 지점에 정확히 구명환을 떨어뜨렸다.

대피·구조 작업이 끝나자 추가 피해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탐색이 이어졌다.

붕괴된 건물 현장 모형에 투입된 구조견이 수색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구조견이 먼저 무너진 건물 내부를 가정한 공간에 투입돼 잔해 사이 인명 흔적을 찾고, 뒤이어 로봇이 좁은 틈새로 들어가 내부 영상을 보내는 방식이다. 지휘본부 상황판에는 로봇 카메라 화면과 건물 도면, 구조대 위치가 동시에 표시됐다.

탐색 도중, “여수엑스포역에서 열차가 탈선해 화학물질이 유출됐다”는 상황이 주어지자 소방관과 육군 31사단 화생방대대, 영산강유역환경청 직원 등이 방호복과 측정 장비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이들은 능숙하게 통제선을 치고, 화학물질 누출 지점을 찾아 차단한 뒤 화학물질을 제거해 나갔다.

훈련 시나리오는 이 같은 복합재난으로 여수 일대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해 총 623명 이상 사상자가 난 것으로 설정됐다.

훈련에 참여한 시·도 본부, 지자체, 긴급구조지원기관 등은 구조·구급, 화재진압, 대피 유도, 헬기 이송 등 단계별 대응 절차를 통해 기관별 임무와 현장 협업 체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주영국 전남소방본부장은 “복합재난의 위협이 점점 커지는 만큼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몇 분, 몇 초를 줄이느냐가 도민 생명과 직결된다”며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반복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긴급구조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수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gn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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